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4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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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꿈을 꾸었다. 토끼 세 마리가 있고 그 중 한 마리는 새끼를 낳고 있는 꿈이었다. 해몽을 찾아보니 토끼가 새끼를 낳는 꿈은 재물이나 인연이 들어오는 길몽이라 했다. 로또를 한번 사 볼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토끼 꿈을 꾸고 로또를 샀더니 앞 숫자 두 개만 맞고 나머지는 다…
이제는 내게 없는, 그 여름 옥상의 풍경들스물셋까지 내내 살았던 우리 집은 동서로 긴 2층짜리 다세대 주택이었다. 옥상엔 한가운데 불법 증축한 옥탑방과 LPG 가스통 두 개가, 양 쪽으론 엉성한 빨랫줄과 텃밭, 전 집주인이 두고 간 장독이 있었다. 시멘트 바닥이 뜨끈했는지 동네 고양이…
대전 유성호텔에 들렀던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한 협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대전역에서 택시를 잡았고, 70대쯤 돼 보이는 택시 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내가 먼저 “온라인에서 대전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잼’ 도시로 놀리는 일종의 유행이 있다”며 먼저 말문을 열…
국가 지정 ‘가정의 달’도 얼추 끝나간다. 양가 어른들과 식사를 하고, 명색이 어버이날이라고 조금씩 챙기고 나니 뭘 대단하게 한 건 아닌데 주머니가 훅 가볍다. 식당은 어디로 모셔야 하나, 편하게 외식하는 곳보다는 깔끔한 곳이 좋겠지. 식사 메뉴는 어떤 걸로 예약하지? 용돈은 어느 선…
“느껴져요. 이건 확신의 미소예요.” 지난해 7월 20일 전맹 시각장애인이자 서울 맹학교 교사인 이진석 씨(45)와 함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오감’ 전시실을 함께 살펴보던 때였다.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배치된 ‘사유의 방’처럼, 이 전시실엔 실제 유물 크기와 재질…
딸은 카네이션을 만들어야 하는 5월이 싫었다어느 해부턴가 카네이션은 소파 뒤에 숨겨졌지만이제 카네이션은 묻는다, 내가 아직도 거짓말이냐고숙경 씨는 전남 목포에서 2남 5녀 중 6녀로 태어났다. 평범한 집안이어서 5녀 중 3녀까지는 대학을 못 갔고, 그 3녀들이 벌어온 돈으로 딸 중엔 …
“♪ 우린 도널드덕을 사랑해!세상 하나뿐인 도널드덕~♬”만년 꼴등까지 갈 것도 없다. 만년 2등이 결국 모두에게 사랑과 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왈칵하고 차올라버린다. 바로 얼마 전 40주년 행사를 마무리한 도쿄 디즈니랜드가 올봄 펼치고 있는 ‘도널드덕 더 레전드’ 퍼레이드를 …
2016년 미국에 등장한 무인결제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는 한땐 혁신의 상징이었다. 아마존 고엔 고객이 제품 바코드를 찍지 않고 계산대를 그냥 지나쳐 나가더라도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매장이었다. 아마존은 고객이 무슨 물건을 들고 나갔는지 센서와 카메라를 파악한다고 알…
얼마 전 동생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서울 지하철 감상평’.그녀가 내게 이 사진을 공유한 목적은 분명했다. 이번엔 또 얼마나 통렬하게 써놨을까. 거의 설렘 비슷한 감정으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1호선, 기가 막히긴 하지. 3호선은 주요 노선이지만 좀 낡은 느낌이…
부재함으로써 드러나는 존재가 있다. 일주일 전 출근길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를 때였다. 분주하게 버스 계단에 올라타려는 내 발아래 무언가 탁, 하고 걸렸다. 고개를 숙여 발밑을 내려다보니 몸통이 잘려 나간 나무 밑동이 보였다. 일주일이 또 흐른 어제(15일) 아침에는 나무 밑동의…
그는 현자가 아닐지도, 어쩌면 우자이거나 광인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자기계발서에서 길 잃었던 내 우문에는 현답을 내놨다.“석두냐? 네가 바뀌어야 할 문제를 왜 남에게 묻냐” 라고.“확실하게 믿는가.믿는다면 공부하고,공부했으면 증명하라.증명해야 네 것이며,네 것이면 세상에 베풀라.”누덕누…
가수 백예린이 R&B 팝스타를 거쳐 록 밴드 보컬로 앨범을 낸 건 3년 전이다. 백예린의 중저음 보컬과 팝스러운 멜로디는 록밴드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에서 지글거리는 기타와 억센 드럼 사운드에 맞서면서 세련된 균형감을 만들어낸다. 2021년 백예린의 록 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