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20초였어요.” 최근 전방부대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얘기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1분 20초는 탈북민 김모 씨(30)가 새해 첫날 강원 고성군 최전방경계부대(GOP) 철책 두 개를 넘는 데 걸린 시간. 분통이 터진 건 이 짧은 시간에 군이 이걸 ‘어떻게 막겠느냐’는 답답함의 …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문구가 미국의 요구로 처음 명기됐다. 군 당국은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선언적 내용을 재확인한 차원일 뿐이라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G2(미국과 …
“‘돈이 얼마’라는 식의 경제적 가치로서만 국가의 재난 상황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스러움을 표한다.” 중국발 요소수 부족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11일. 호주에서 2700만 원어치 요소수를 받아오기 위해 쓰이는 군 수송기의 왕복 항공유가 1억 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방부 관계…
천안함 폭침도발의 국민적 공분이 채 가시지 않은 2010년 11월 23일, 백주대낮의 연평도를 불바다로 만든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해병대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 무고한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선전포고도 없는 적의 기습 도발에 맞서 해병대 장병들은 불붙은 철모를…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예년보다’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한미 고위당국자 간 국방·외교 정책협의체인 KIDD는 매년 하반기에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의 향방을 가늠하는 사실상의 전초전이다. 제53차 SCM은 12월 …
“역시 믿을 건 핏줄밖에 없다는 것인가.” 최근 미국이 영국과 함께 호주에 핵추진잠수함(핵잠) 기술 제공을 골자로 한 외교안보 3자 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자 이런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오커스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앵글로색슨 중심의 ‘핵동맹’이라는 얘기다. 실제…
국방부 감사관실이 8일 배포한 5쪽짜리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 감사 결과’ 보도자료를 보면 유독 ‘다소(多少)’라는 말이 눈에 걸린다. 해외 파병 부대인 청해부대를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의 늑장 보고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거나 출국 전 …
필자가 10여 년 전 국방부 산하 교육기관에 파견돼 현역 장교들과 함께 연수를 받던 때의 일이다. 당시 주한 미공군의 고위 지휘관이 2시간여에 걸쳐 한미 연합훈련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는 초빙 강의를 했다. 그는 강의 내내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연합훈련(연합지휘소훈련·CPX)의 …
지난해 8월 28일 오후 3시 반. 청와대가 서욱 당시 육군참모총장(육사 41기)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자 군 내부가 술렁였다. 인사 직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육사 배제’ 기조 속에 이순진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3사 14기)이 새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됐기 때문. 현 …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월 방한 당시 타고 온 핵공중지휘통제기(E-4B)는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라는 별칭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항공기는 핵전쟁 상황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폭격기, 핵잠수함 등 주요 핵전력과 모든 육해공 부…
피해자의 생생한 진술이 있었다. 이를 입증할 증거물도 있다고 했다. 어렵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래서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며 조사를 미뤄 달라는 가해자 요청도 받아줬다. 문제는 모든 혐의를 인정할 줄 알았던 가해자가 일부를 부인하면서 커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는 것. 신고 2주 …
2008년 12월 쿠웨이트 최북단에 세워진 미군기지에서 며칠간 머물 기회가 있었다. 4년여의 이라크 파병을 마치고 철군하는 자이툰 부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주둔지(이라크 아르빌)를 떠나온 자이툰 부대원들이 귀국 전까지 임시 거처로 지낸 기지의 시설과 규모는 입이 떡 벌어질 만했다.…
“지금은 누군가 강요한다고 해서 본인이 싫은데 억지로 맞고 하는 그런 군대가 아니다.” 30세 이상 군 장병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개시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국방부 관계자는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군 내 접종을…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세계 최초의 핵무기 ‘리틀보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결정타였다. 농축우라늄으로 만든 이 핵폭탄 1발로 반경 6.4km가 초토화됐고, 1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낙진 등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자는 30만 명에 달했다. 미국과 …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말 한마디가 올해 초 군 내 장교와 부사관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지난해 12월 주임원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을 쓰는 문화는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하자 일부 원사들은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