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 이집트와 시리아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은 이스라엘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유대 명절인 ‘욤키푸르(속죄의 날)’를 기해 이집트와 시리아 연합군은 시나이반도와 골란고원에 총공세를 펼쳤다. 군 장병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민이 명절 분위기를…
2년 전쯤, 기자는 긴박한 장면을 목격했다. 차량 한 대가 국방부 위병소를 지키던 군사경찰(헌병)의 검문 요구에 불응하더니 돌진한 것. 군사경찰 여러 명은 차량을 뒤쫓으며 “정지하라”고 외쳤다. 이외에 별다른 대책은 없어 보였다. 상황은 차량이 100여 m를 질주한 뒤 스스로 멈춰서면…
‘F중대는 전사 26명, 부상 89명, 실종 3명의 피해를 입었다. 살아남은 중대원들도 이질 등 각종 전염병에 시달렸다….’ 미국 역사가 겸 칼럼니스트로 6·25전쟁에 참전한 시어도어 페렌바크의 저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에는 당시 유엔군이 겪은 ‘전염병 수난사…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명칭을 붙이긴 어려울 것 같다.” 군 관계자는 다음 달 시작될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한미는 다음 달 초부터 북한의 남침을 가정해 전시 작전계획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행해보는 지휘소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번에도 훈련에 이렇다…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해를 넘겨서도 좀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한 자릿수 증가율로 의견차를 좁히고, 2월 말을 목표로 최종 조율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변수가 적지 않다. 주한미군 배치 비용을 포함한 대폭 증액안을 줄곧 요구한 도널드 트…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 정부가 내세운 성과는 궁색하다.” 국방부, 외교부 등 유관부처가 주한미군 기지 4곳을 반환받았다고 발표한 지난해 12월 11일. 군 내부에선 이런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정부가 반환을 승인한 4개 기지는 기지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를 …
1938년 9월 30일 영국 다우닝가의 총리 관저 앞. 네빌 체임벌린 총리가 몰려든 군중 앞에서 한 장의 문서를 득의양양하게 흔들었다. 자신과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이 서명한 뮌헨협정 조인서였다. 체임벌린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독일인 다수 거주지역인 수데텐을 독일에 넘겨주는 대가로 유럽…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린 22일 복수의 군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이렇게까지 예측이 안 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앞서 8월 22일 NSC가 열릴 …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합참의장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이 일갈하듯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견해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그는 …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8일. 필자는 박한기 합참의장의 답변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박 의장이 지난해 5월 북한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두고 “다시 살릴 수 있는 갱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핵실험장 폭파 직후 청와대…
“안보에는 여야도, 보수진보도 없다.” 정치권에서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으레 인용되는 구절이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가 직결된 안보 문제만큼은 정쟁이나 이념 대결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경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방 안보현장을 취재하면서 그 원칙이 얼마나 지켜…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청와대에서 이렇게 결정해버렸는데….” 국방부 고위 관계자 A는 한숨을 내쉬었다.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반대한 것 아니냐”는 필자의 질문에 답하던 중이었다. 이 한숨은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지난달 22일 이…
미국 뉴욕 변두리 사업가에서 부동산 재벌로, 다시 세계 최고 권력자로 변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거래와 협상의 달인’이다. 그는 32년 전에 쓴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거래를 유리하게 성사시키려면 상대를 설득 회유하는 것은 …
2014년 8월 국방부 내 기자실. 군 관계자들이 군내 가혹행위 등 사건 10여 건을 동시에 발표했다. 후임병 입에 파리를 넣는 등 가혹행위에 이어 성추행까지…. 군내 불미스러운 사건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전례 없는 모습에 기자들은 의아해했다. 당시는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의 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테이킹 챈스(Taking Chance)’는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미국 해병대원의 귀환을 담고 있다. 대형 수송기에 실려 델라웨어주 공군기지에 도착한 전사자의 유해가 미 대륙을 가로질러 와이오밍주의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여정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고향이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