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을 걷다 보면 가끔 호수를 만나게 되는데 내려오는 전설이 비슷하다. 고승이 못된 부자를 혼내기 위해 집이 있던 곳을 호수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거야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가끔 착한 며느리가 등장해 슬픈 스토리를 만든다. 고승이 착한 며느리에게 미리…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에 있는 치와와 사막은 우리가 아는 사막과 상당히 다르다. 가도 가도 모래뿐인 사막이 아니라 험준한 산과 계곡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황무지 그 자체여서다. 귀엽기만 한 반려견 치와와의 고향이라는 게 얼른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 이곳에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 있다.…
1924년 11월, 미국 시카고 갱단 두목 딘 오배니언이 꽃집에서 총탄 세례를 받았다. 이탈리아 출신 갱들의 소행이었다. 경찰이 도착해 보니, 그는 벌집을 방불케 하는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왼손 근처에는 꽃을 다듬는 가위와 피에 젖은 국화가 놓여 있었다. 꽃집을 방문했다가 불…
초원의 제왕이라 불리는 ‘라이언 킹’들은 특징이 있다. 우람한 몸집에 검은빛이 감도는 갈색 갈기다. 이런 갈기를 바람에 휘날리며 달리거나 우뚝 선 모습은 제왕의 풍모 그 자체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에 영원한 건 없는 법. 어느 날 강력한 도전자를 만나 패하는 순간, 제왕은 추락한…
세상은 가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훅 던져주고 가는 경향이 있다. 1991년 가을, 때아닌 태풍이 그것도 연이어 일본 아오모리현을 휩쓸고 지나갔다. 빨갛게 익어 가던 사과들이 맥을 못 추고 떨어지면서 맨땅에 수북하게 쌓였다. 열에 아홉이 이랬으니 1년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망연자실할 …
살아있음의 세상에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있다. 요즘처럼 하늘은 높고 바람까지 좋은 가을날, 물가에서 볼 수 있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는 개구리와 잠자리다. 잠자리들에게 가을은 한가할 틈도 없고, 한가로울 수도 없는 시간이다. 이들에게 가을이란 오로지 하나의 의미다. ‘겨울이 오…
‘곤충기’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1823∼1915)가 어느 날 ‘이종 격투기 대회’를 개최했다. 곤충계에도 탁월한 사냥꾼이 많은데, 이들의 특기는 일격 필살. 그야말로 ‘한 방’으로 끝낸다. 그런데 어디를 어떻게 하길래 그러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회를 직접 열어 …
대체로 크기가 크면 눈에 더 잘 보이는 법인데 불행은 반대인 듯하다. 큰 불행일수록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걸 보면 말이다. 2009년 8월 8일, 대만의 한 마을에서도 그랬다. 당시 태풍 모라곳이 몰고 온 폭우로 마을 앞 강이 넘치자 사람들은 근처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가끔 …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같은 대상이라도 거리는 다른 걸 보여줄 때가 많다. 요즘 한창 푸른 나무와 풀들도 그렇다. 얼핏 보면 별일 없이 성장만을 누리는 것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다르다. 이들의 성장은 사실 ‘치열한 전투’의 결과인 까닭이다. 틈만 나면 잎을 먹으려 달…
왜 하필 이런 데서 살까? 어린 시절, 이런 생각으로 소들이 큼지막하게 떨어뜨리고 간 소똥 안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던 쇠똥구리를 한참씩 구경하곤 했다. “지저분한 걸 뭘 그리 보느냐”고 혼나기도 했지만 진짜 신기했다. 자연의 생존 전략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
아주 잠깐이었지만 연예인을 만나는 게 일이었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멋지다 싶은 이들을 만날 때마다 혼자 속으로 놀라곤 했다. 화면에서 보던 것과 달리 얼굴이 정말 작았다. 시쳇말로 ‘주먹만 한 얼굴’도 있었다. 그땐 그렇게 연예인에게만 필수인 듯했던 작은 얼굴이 이제는 누구나 바라는…
“여러분은 사냥감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의 일이다. 이제 막 승진한 리더들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다들 눈을 크게 뜨며 뜬금없다는 듯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사냥감이 되라니. 시쳇말로 ‘화살받이’나 ‘총알받이’가 되라는 건가? 물론 아니다. 알다시피 사냥이란 생…
세상이 변해서일까? 분명 같은 나무인데, 예전과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나무가 있다. 많은 이들이 지금도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는 아까시나무다. 아마 40대 이상은 기억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는 한목소리로 이 나무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웬일인지 그런 목소리는…
얼마 전, 저녁 산책을 하다 꽃구경을 나온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벛꽃을 보며 팔짝팔짝 뛰던 아이가 말했다. “와∼. 엄마, 다음 주에 또 오자.” “글쎄. 이 꽃잎들이 떨어지면 더 이상 꽃이 없어.” “진짜? 엄마, 그럼 꽃잎한테 떨어지지 말…
얼마 전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사자 왕국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곳 왕국들 중 하나를 다스렸던 ‘라이언 킹’이자 ‘대표 모델’ 역할을 해왔던 스니그베가 세상을 떠났다. 밥 주니어로도 불린 이 사자는 사람을 꺼리지 않았던 데다 멋지게 생겨 카메라 세례를 수도 없이 받은 덕분에 각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