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뭘까? 한둘이 아니겠지만 요즘 말로 멘털이 탈탈 털려 힘 빠지고 진 빠졌을 때, 스스로 힘을 내는 것도 그중 하나다. 몸은 천근만근, 손끝 까딱하기 싫어지고 늪에 빠진 게 이런 건가 싶을 때 힘을 내는 일,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정말 힘들다. 힘이 없는데 …
우연은 우연일 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우연이라는 게 말 그대로 우연히 오긴 하지만 그냥 지나가지 않을 때가 많아서다. 화가 박수근과 소설가 박완서의 인연 역시 그렇다. 1965년 10월, 당시 평범한 주부로 살던 박완서는 박수근의…
누구나 유난히 좋아하는 게 있다. 남들이 볼 땐 좀 뜻밖일지라도 말이다. 얼마 전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게 그것은 빨간 구두였다. 교황이 전통적으로 신는 색깔이기도 했지만 예수가 흘린 피를 상징한다고 해서 평소에도 좋아했다고 한다. 영화 ‘두 교황’에서도 이 신발을 볼 수 …
“너 단세포야?” “너무 단세포적인 발상 아닌가요?” 혹시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단세포? 단세포가 뭐 어때서?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이렇게 반응하는 이들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버럭 화를 낼 수 있고, 상대를 어쩌지 못할 …
오래전, ‘세렝게티 생존 경영’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을 때다. 사람들이 물었다. “세렝게티가 뭐예요?” 낯선 단어이긴 한데 단순한 영어 같지는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때 알았다. 가수들이 자기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청하고 듣는 사람이야 처음이거나 어쩌다 한 번이지만 …
얼마 전,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나타난 ‘시커먼 기름띠’를 보고 깜짝 놀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좌초된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엄청난 정어리 떼였지만 말이다. 작은 녀석들이 ‘물 반, 고기 반’으로 몰려다니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었다. 우리야 처음 보는 장면…
가을이면 볼 수 있는 ‘노란 터널’이 있다. 직접 그 속에 들어가 보지 않으면 감흥을 알 수 없는, 은행나무들이 만드는 가을의 터널이다. 하늘도 땅도 모두 노랗다 보니 우주 어딘가로 가는 통로인가 싶을 때도 있다. 우리는 이런 감흥을 오래전부터 느껴 왔지만 유럽인들은 그리 오래되지…
시인들은 참 대단하다. 수많은 말로도 움직이기 힘든 사람 마음을 간결한 언어로 해내니 말이다. 얼마 전 최정란 시인의 시를 읽다가 혼자 빵 터졌다. ‘가장 좋은 사과는 내일 먹겠다고/사과 상자 안에서 썩은 사과를 먼저 골라 먹는다/가장 좋은 내일은 오지 않고/어리석게도/날마다 가…
햇빛 좋은 가을, 야외로 나가면 유난히 눈에 띄는 게 있다. 짝짓기 중인 두 잠자리가 만드는 ‘하트’ 모양이다. 남들 짝짓기 하는 걸 구경(?)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들에게도 사랑은 하트인가 하는 것이다. 이들이 짝짓기를 하면서 하트를 그리는 건…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땀샘이 없는 개들은 혀를 쭉 내밀어 달아오르는 몸속의 열을 내보내고, 야생의 호랑이들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덩치가 작아 몸이 쉽게 달아오르는 다람쥐들은 아예 그늘진 땅바닥에 큰 대(大) 자로 ‘뻗는다’. 얼핏 보면 죽은 게 아닌가 …
오래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언제 다시 올까 싶어 일정을 최대한 압축하고 짬을 내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나섰다. 영화에서나 보던 상상의 도시를 직접 보고 싶었다. 렌터카를 빌려 출발하려고 할 때, 아는 분이 조언을 하나 해주었다. “갈 때는 어느 정…
여름은 개구리들에게도 뜨거운 계절이다. 더워서라기보다는 삶의 목표인 짝짓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웅덩이나 논이 많은 곳에서 밤마다 벌어지는 녀석들의 ‘합창’은 사실 합창이 아니다. 수컷들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벌이는 콘테스트, 그러니까 오디션…
우리는 사막이라고 하면 딱 한 가지만 떠올린다. 그 무엇도 살 수 없는, 뜨거운 태양 아래의 황량한 모래벌판.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생명체들의 적응력이란 참 놀라워서, 이런 곳에서도 그 나름대로 잘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있다. 살기 쉽진 않지만 바로 그렇기에 천적이 거의 없는 …
아프리카 동부에 응고롱고로라는 곳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초원 중의 하나인 세렝게티 옆에 있는 이곳은 높다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 분지치고는 상당히 크다. 서울시 크기의 절반쯤 되니 말이다. 더구나 건기마다 황무지로 변하는 세렝게티와는 달리 1년 내내 푸른 초원이라 많은 초식…
39년 전, 엄마를 잃어버린 탓에 미국으로 입양된 딸이 극적으로 친엄마를 만났다. 몰라보게 자란 딸은 엄마의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드렸다. 그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잃어버린 딸을 잊지 못해 애태우던 가슴에 말이다. 몇 년 전, 이 가슴 뭉클한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궁금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