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누워서 휴대폰을 보다 보면 정신이 사나워질 때가 있다. 화면을 넓게 보려고 세로로만 되어 있는 방향을 풀었는데 화면이 제멋대로 휙휙 돌아가기 때문이다. ‘똑똑한’(smart) 스마트폰 답지 않게 정신없이 헤맨다. 사람들이 주로 쓰는 게 수직 방향이라 여기에 맞게 만들다 보니 수평…
세상의 꽃들이 다 아름답지만 벚꽃은 더 그렇다. 만발한 벚꽃 속을 거니는 감흥은 정말이지 느껴보지 않으면 모른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거리를 ‘단둘이 손잡고’ 걸으면 ‘알 수 없는 떨림’을 충분히 느낄 만하다.(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그런데 봄에는…
자연은 자세히 볼수록 느껴지는 게 참 많다. 거북의 삶도 그렇다. 바다거북은 망망대해를 헤엄쳐 살다가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들이 어떻게 그 넓은 바다를 헤치고 정확히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지는 아직도 다 모른다. 묘한 건, 그렇게 먼 길을 온 거북들이 최종 목…
식물학자들은 쉽게 보기 힘든 희귀종을 보면 가만있질 못한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간 미국 식물학자 윌리엄 버거도 그랬다. 초원에서 흔치 않은 난초를 보자 호기심이 동해 줄기 하나를 떼어 와 길렀다. 온실에서 1년 내내 물을 충분히 주는 등 최고의 환경을 제공했다. 보통 건기와 우기 …
코끼리, 하면 떠오르는 건 덩치다. 가까이에서 보면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거대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 단박에 든다. 보통 3∼5t, 큰 녀석들은 7t까지 나가니 그럴 만하다. 더구나 이런 덩치에도 조용하니 과묵 그 자체다. 존재감이 확실하니 굳이 소리 낼 필요가 없는 …
날마다 뜨고 지는 해이지만 새해 첫날의 해는 왠지 특별하다. 어둠 속에서 빨갛게 솟아오르는 그 붉은 빛이 가슴에 닿으면 마음까지 찬란해진다. 찬란해지는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살아 있는 듯 일렁인다.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밤새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린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 올해는 코로…
가끔씩 머리가 아프고 몸이 무겁다 싶으면 배낭을 둘러메고 떠난다. 가능한 한 낯선 곳으로 가서 걷는다. 익숙하지 않은 곳을 무작정 걷고 또 걷는다. 새로운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것도 없는 곳을 그렇게 하루 종일, 그리고 날마다 걸으면 머릿속도 그곳을 닮아간다. 뭔가로 꽉 차 있던…
불확실성 시대가 이런 건가 싶다.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뒤통수를 치듯 불쑥불쑥 터진다. 이번엔 요소수다. 요소(尿素)라는 성분을 물에 탄 그것이 이렇게 중요한지 미처 몰랐다. 요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어 찾아보니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요소는 오래전부터 생존의…
초등학교 시절, 당시 다들 그렇듯 학교에 다녀오면 소나 염소를 끌고 나가 풀을 먹이는 게 일이었다. 신나는 일은 아니었다. 풀이 많은 곳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혼자 있어야 했고 풀 먹이는 시간이 짧은 것도 아니었다. 바다만큼 큰 소의 배는 도대체 채워질 줄 몰랐다. 심심해서 아…
예전 일본인들에게서 곧잘 받은 질문이 있었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매운 걸 그리 잘 먹느냐?”는 것이었다. 그들은 혼이 다 나갈 듯한 김치 같은 매운 음식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으니 그럴 만도 했다. 심지어 그들은 조수미 같은 세계적인 성악가가 많이 나오는 것도 매운 걸 잘 먹어…
맹독으로 유명한 코브라는 상대 눈을 향해 독을 내뿜는다. 왜 눈일까? 눈을 잃으면 상황 파악을 못 할 뿐 아니라 방향도 분간하지 못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양귀비가 아편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찔하도록 아름다운 양귀비의 꽃과 아편을 마치 악의 화신인 것처럼 나쁘게 말…
TV 채널을 돌리다가 ‘방랑 식객’이라는 글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이 이름으로 불리던 이가 얼마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손꼽히는 요리사라는 것만 알고 있었기에 궁금한 마음이 일어 조금만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방…
얼마 전 이른 아침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파트 베란다 방충망을 여는 순간 눈앞에 큼지막하게 보이는 게 있었다. 세상에, 방충망 바깥쪽 한가운데, 그러니까 바로 눈앞에 매미 한 마리가 붙어 있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눈앞이라 매미의 가슴팍이며 다리까지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데 문제…
세상 참 무섭게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헬스장이나 운동하기 좋게끔 만들어 놓은 공원이 1년에 두 번씩 붐비는 현상이다. 새해엔 새로운 1년을 위해, 그리고 초여름엔 노출 계절 여름에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확 불어난다. 같은 살이라도 남자와 여자는 빼고 싶은 우선순위가 다르다…
TV에서는 무엇이건 인기 순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자연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동물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체로 크고 멋진, 그래서 우리가 무서워하면서도 흠모하는 동물이 상위를 차지한다. 사자나 호랑이가 대표적인데 예전 ‘동물의 왕국’ 담당 PD에게 물으니 이들이 나오면 일단 “(시청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