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퇴근길이었다.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예닐곱 살 정도의 꼬마가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왔다. 놀이공원을 다녀온 듯 그날 일을 쉴 새 없이 재잘거리던 꼬마가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내 평생 이렇게 재밌는 날은 처음이에요…
뭘 하든 다르게 하는 사람이 있다. 산에 나무를 심을 때 사람들은 대개 나무만 심는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고 곳곳에 횃대까지 설치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들이 앉을 수 있게끔 말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해서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뭔가를 아는 사람들이다. 횃대…
미국 부동산 중개인들은 어떤 조건을 설명하며 “이런 집을 사겠다”고 오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그대로 하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사람들이 대체로 거짓말쟁이인 걸까? 아니다. 중개인들이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집을 보여준 다음, “그냥 구경이나 하라”며 언덕 …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꽃은 사실 식물들에게는 ‘성적인 도구’라는 걸 말이다. 움직일 수 없기에 벌과 나비 같은 곤충을 불러 ‘성스러운’ 의식을 대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여 년 전쯤인 1793년, 독일의 아마추어 생물학자…
흔히 듣는 얘기가 있다. 사자는 자기 새끼를 절벽에서 굴려 살아남은 새끼만 키운다고 말이다. 초원의 제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끼도 강하게 키운다는 뜻이라 다들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 사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사자들의 고향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
사람들이 묻곤 한다. 어떻게 자연에 대한 것들을 알게 되었느냐고. 그럴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리더십의 본질을 알려고 하다 보니 조직의 속성을 알아야겠다 싶었고, 그걸 알려다 보니 인간이 궁금해졌다. 조직은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이번…
요즘 같은 겨울이면 산은 텅 빈다. 하늘을 보기 힘들 정도로 우거졌던 잎들은 간 곳 없고 찬 바람만 휑하다. 살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나무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다. 자연은 원래 그런 것 같지만 원래 그런 건 없다. 텅 빈 겨울 산도 마찬가지…
요즘 전 세계 아이들이 푹 빠져 있는 노래가 ‘아기 상어’다. 이 노래만 나오면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른다. 아이들이 크면 진짜 상어도 좋아할까? 그러지 않을 것이다. 섬뜩한 이빨이 가득한 거대한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드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커다란 입을 가진 악어도 마찬가지다. 다들 …
기린은 왜 목이 길까? 남들은 엄두도 못 내는 높은 곳의 잎을 따먹을 수 있게끔 목을 늘인 덕분이다. 목뼈가 많은 게 아니다. 7개로 우리와 같지만 그들만 아는 노력으로 세상에서 가장 긴 목을 만들었다. 이 정도는 모두가 아는 상식일 것이다. 그러면 토끼는 왜 앞다리보다 뒷다리가 훨씬…
계절마다 그 계절이 내는 소리가 있다. 가을엔 가을의 소리가 있다. 갈대밭과 억새밭, 흩날리는 낙엽들이 내는 소리도 그렇지만 특히 여치나 메뚜기, 귀뚜라미 같은 풀벌레들이 내는 소리는 묘한 선율을 타고 가슴속을 파고든다. 이들의 소리는 갈수록 구슬퍼지는데 늦가을엔 애처로운 느낌까지 들…
꿀벌과 개미는 부지런하면서도 협력을 잘한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협력을 수천만 년 동안 해오고 있을까? 어떤 생명체에게도 대규모의 지속적 협력은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이들은 대체로 나무속이나 땅속에 산다. 외부 공격이나 날씨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
바닷가 바위가 있는 곳이면 흔히 볼 수 있는 게 따개비다. 손톱만큼 작은데도 접착력 하나는 어찌나 강한지 발로 차도 떨어질 줄 모른다. 그래서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흔한 것에 비해 별 쓸모가 없다. 몇몇 음식 맛을 내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따개비를 무려 8년이…
살아 있는 것들을 잘 보면 뭔가 있다. 요즘 같은 가을에 주렁주렁 열리는 과일도 그렇다. 과일들은 대체로 빨갛거나 노랗다. 모양은 다들 제각각인데 왜 색깔은 비슷할까? 대부분의 열매는 여름까지 초록색을 띤다. 지나가는 동물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도록 푸른 잎 사이에 몸을 숨기는 것…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 사는 비비원숭이들은 상당히 거칠다. 보통 몇십 마리에서 100여 마리까지 무리를 이루고 살다 보니 다툼도 잦다. 미국 스탠퍼드대 로버트 새폴스키 교수는 이들에 대한 관찰로 유명한데 한번은 당혹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집중 관찰 중이던 무리의 영향력 있던 많은 …
중앙아시아 초원에는 큼지막한 설치류(다람쥣과) 마멋이 산다. 덩치가 토끼만 하니 독수리나 매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 사냥꾼들은 마멋이 볼 수도 없는 저 하늘 어딘가에서 조용히 빠르게 날아와 벼락처럼 덮친다. 그렇다고 쉽기만 한 건 아니다. 빠르게 덮치려면 한 곳을 노려 날아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