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헤비메탈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헬로윈의 명반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스(Keeper of the Seven Keys)’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현재 멤버와 전 멤버가 모여 투어를 돈다는 소식이었다. 살아생전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이벤트가…
고정으로 출연하는 라디오에서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을 틀었다. 이 계절에 특히 잘 어울리는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는 ‘국가 공인’ 표절곡이기도 하다. 가끔 인터넷 게시판에 이 노래 얘기가 나오면 표절곡이라는 댓글이 붙곤 한다. 국가에서 표절이라 확정한 노래를 고르고 트는 데 난…
확실하진 않겠지만 이제 이상순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보단 아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상순은 웬만한 가요계 슈퍼스타만큼 지명도가 있다. 얄궂게 ‘이효리의 남편’으로 얻은 명성이 더 크겠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지금껏 이상순이 얼마나 멋진 음악을 해왔는지. 그래서…
봄이 되면 각 지역 문화재단과 음악창작소에서 지원사업을 펼친다. 음반 제작을 돕기도 하고 공연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런 자리에 가끔씩 심사위원으로 갈 때가 있다. 대부분은 제출한 음원으로 1차 심사를 한 뒤, 1차 심사를 통과한 음악가를 대상으로 실연 심사를 하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
동인천에 이사 온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인천의 끝, 국철을 타고 끝까지 오면 동인천이 나온다. 광역버스도 다니지 않는 곳이다. 내가 사는 곳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 단계에 접어들었고, 인구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오후 8시만 되면 인적이 드물어…
이 음악은 지금껏 ‘음악이 있는 순간’에 쓴 음악 가운데 가장 무명에 가까울 것이다. ‘무명’이란 표현이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 음악을 전문적으로 듣고 다루는 국내 음악 관계자들에게도 이 이름은 낯설다. 파란노을, 영어로는 ‘Parannoul’이라고 쓴다. 굳이 영문을 병기하는 건 파…
캐나다 출신의 음악가 위켄드는 앞으로 열릴 그래미 어워즈 불참을 선언했다. 사람의 말은 번복될 수 있지만 당분간 그래미 시상식에서 위켄드의 모습을 볼 가능성은 이로써 더 낮아졌다. 올해 그래미 시상식엔 ‘타의’에 의해 참여가 불가했지만, 이제는 ‘자의’로 앞으로의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
프랑스의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가 해체를 선언했다. 다프트 펑크는 전자음악계의 아이콘 자체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였고, 동시에 프랑스를 전자음악 강국으로 만드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이별 방식마저 지극히 다프트 펑크다웠다.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감사의 인사도 …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 어떤 위인이라도, 가령 노벨 평화상을 받은 위대한 평화주의자라도 자신의 부모님에게는 짜증을 냈던 경험이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 생각이 든 건지도 모르겠다. 밖에서는 사람 좋은 척하는 내가 유독 어머니한…
우리는 그를 29호 가수라 불러왔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기성 가수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29호 가수가 참여한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취지다. 그 대신 탈락하기 전이나 최종 후보 10명 안에 들기 전까지는 자신의 이름을 공개할 수 없는 것이 프로그램 규정이었…
모든 팝 스타의 인기가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롤링스톤스 같은 밴드가 대표적일 것이다. 비틀스의 시대를 함께 살며 비틀스에 비견될 만큼 많은 인기를 얻었고, 무엇보다 아직 현재 진행형인 이 밴드는 공연 수익으로 따지면 여전히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명성과 위상과 인…
캐럴이 사라졌다. 한두 해 된 이야기는 아니다. 2014년에도 ‘캐럴이 사라진 크리스마스’란 뉴스가 나왔으니 연말에 캐럴이 들리지 않은 지는 꽤 된 것 같다. 저작권 때문이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 경제가 어려워서 캐럴을 안 듣는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도 있…
37년. 이만큼 직관적인 제목이 또 있을까. 1979년, 인기 가수의 자리에서 미술 공부를 위해 훌쩍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던 정미조.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는 가수가 아니라 미술가의 삶을 살았다. 더 이상 가수 정미조는 없는 것만 같았다. 2016년, 그런 그가 37년 만에 녹음실에 들…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음악을 넘어 미국 문화를 상징한다. 그런 롤링스톤에서 2003년 처음 발표하고 2012년 개정판을 낸 ‘500대 명반’은 안내 역할엔 충실했지만 흥미롭진 않았다. 지금껏 여러 음악매체에서 숱하게 보았던 순위의 종합판 같았기 때문이다. 롤링스톤은 초기 정치 기사도…
1분 59초. ‘Danny Boy’의 익숙한 선율이 약 2분 동안 아무런 반주 없이 목소리로만 전달된다.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의 음성. 목소리는 거칠고 호흡도 짧다. 하지만 세월의 모든 풍파를 겪고 더께가 쌓인 목소리는 오히려 더 감동적으로 들린다. 박성연의 무반주 부분이 끝나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