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관계의 재발견

기사 64

구독 45

인기 기사

날짜선택
  • 내 인생사전에 등재한 열 단어[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내 인생사전에 등재한 열 단어[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올해가 50일 남짓 남았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 하루가 이르게 저물고 빠르게 추워지는 계절에는 마음이 갈피 없이 흔들린다. 한 해의 끝자락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흘려보내고 놓쳐버리는 것 같은 기분. 올해 나는 어떻게 살았더라. 나는 행복했던가. 자꾸만 돌아보아도 뭔가 중요한 걸 잃…

    • 2024-1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뒷머리를 만져주며 실패담을 들려주던 그[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뒷머리를 만져주며 실패담을 들려주던 그[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느 젊은 독자의 메시지를 받았다. 미래는 막막하고 생활은 불안하고 사랑은 떠나갔고 자신은 초라하고 마음은 부서졌다고. 견디기가 힘들다고. 메시지가 울고 있었다. 어쩌면 좋을까. 내 이야기를 건네줄 수밖에.등허리까지 긴 머리카락을 목덜미까지 싹둑 잘라본 적 있다…

    • 2024-10-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호떡 장수 할머니의 “투 플러스 원!”[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호떡 장수 할머니의 “투 플러스 원!”[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살다가 사는 게 막막할 땐 시장에 간다. 빈 장바구니 하나 들고서 털레털레. 오래된 동네에 동그랗게 파놓은 굴속 같은 시장에는 온갖 푸르싱싱한 것들과 맛깔스러운 냄새와 부대끼는 소란과 억척스러운 활력이, 터질 듯이 꽉 들어차 있다.채소 장수, 과일 장수, 생선 장수, 호떡 장수, 국밥…

    • 2024-09-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손글씨가 또박또박 건네는 위로[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손글씨가 또박또박 건네는 위로[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동네 도서관에는 특별한 책상이 하나 있다. 달마다 사서가 좋은 책을 골라 책상에 올려두면 “‘필사’적 읽기”라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오가는 사람들 누구나 책상에 앉아서 책을 필사할 수 있다. 노트 앞장에는 사서의 글씨가 적혀 있다. ‘날짜와 소감, 쪽수를 남겨주세요.’ 사서의…

    • 2024-09-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 아이는 제 딸입니다”[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이 아이는 제 딸입니다”[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바닥에 번들거리는 기름띠에서 기어코 무지개를 찾으려던 시절이 있었다. 스무 살이었던 나, 싸구려 알전구가 반짝거리는 민속주점에서 서빙을 했다. 주방에서 엄마가 파전을 부쳐내면 살얼음 동동 뜬 막걸리를 주전자에 퍼담아 김이 폴폴 나는 파전이랑 들고 내갔다. 시릴 듯이 차갑고 델 듯이 뜨…

    • 2024-08-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의 동네, 나의 이웃들[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나의 동네, 나의 이웃들[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작가님이시죠?” 단골 카페 주인이 말을 걸었다. 한동네에 산 지 10년, 그간 오가며 인사만 나누던 사이였는데 실은 그는 내 글까지 찾아 읽어본 독자였다. “불편하실까 봐 조용히 알고만 있었어요.” 그런 그가 뜻밖의 제안을 건넸다. “작가님, 동네 상점에서 북토크 열어보시면 어떨까요…

    • 2024-07-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다시 만날 우리는, 언제나 밝은 쪽으로[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다시 만날 우리는, 언제나 밝은 쪽으로[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제자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4년째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사이버대에서 만난 나의 첫 제자. 항암치료를 받으며 학업을 병행하던 어머니뻘 만학도였다.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잘 기억하고 잘 감동하던 사람, 헤어질 땐 보따리처럼 따스한 말들을 나눠 주던 사람이었다. 화상 강의 때마…

    • 2024-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9년 만에 알게 된 엄마의 눈물[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9년 만에 알게 된 엄마의 눈물[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남동생 결혼식을 앞두고 고향에서 엄마가 올라왔다. 자기 전에 누워서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손님맞이랑 결혼식 식순, 혼주가 할 일 등등. 그리고 엄마에게 결혼식 끝나면 며칠 더 딸네 있다 가라고 했다. 자식들 모두 보낸 엄마가 마음 쓰인 탓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고집을 부렸다. 결혼식…

    • 2024-06-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사람[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사람[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마쓰우라 야타로의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라는 책에는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사람’ 얘기가 나온다. 한 달에 한 번만 만나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런 사이에는 기분 좋은 거리감이 존재하는데, 특별하지 않은 만남이어도 헤어질 땐 어김없이 ‘만나서 좋았다. 고마워.’ …

    • 2024-05-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잊지 못할 생일선물[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잊지 못할 생일선물[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생일에 가족들이 차려준 생일상을 선물 받았다. 따뜻한 밥을 먹으며 나 사랑받고 있구나 행복해했다. 문득 스물다섯 살 생일이 떠올랐다. 내 생일 즈음에는 벚꽃이 봄눈처럼 흩날렸다. 그러나 정작 학창 시절에는 생일을 편히 누려본 적이 없었다. 우스갯소리로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늘 …

    • 2024-05-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한마디[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한마디[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엄마는 신기하다. 계절마다 딸네 집에 올 뿐인데 10년쯤 산 나보다도 우리 동네 사정을 잘 안다. 하루는 개운하게 말간 얼굴로 말했다. “골목에 허름한 목욕탕 알지? 굴뚝에 옛날 글씨로 ‘목욕탕’ 쓰여 있잖아. 여기 올 때마다 가잖아. 겉은 허름해도 안은 70, 80년대 옛날 목욕탕 …

    • 2024-04-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루 중 1초만 떼 간직한다면…[관계의 재발견/고수리]

    하루 중 1초만 떼 간직한다면…[관계의 재발견/고수리]

    휴먼다큐 작가로 일할 때, 대선배 피디와 편집실에서 나눴던 대화. 꼬박 20일간 한 가족의 일상을 담아 온 방대한 영상을 훑어보면서 선배가 물었다. “고 작가라면 어떤 장면을 골라 붙이겠어?” 나는 고민하다가 가족들이 둘러앉아 저녁 식사하는 장면을 골랐다. “자연스러워서요. 대단한 일…

    • 2024-03-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날갯짓이 아름다운 사람[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날갯짓이 아름다운 사람[관계의 재발견/고수리]

    태어나 처음으로 발레 공연을 관람했다. 샹들리에가 빛나는 웅장한 공연장이 낯설어 두리번거렸다. 유니버설발레단 무대를 직관하다니. 무대에서 춤추는 발레리노가 나의 제자라니. 가슴이 뛰었다. 모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칠 때, 첫 제자로 스물두 살 발레리노를 만났다. 여섯 살 때부터 시작한…

    • 2024-02-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따순 데 맘 붙이고 살면 살아져”[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따순 데 맘 붙이고 살면 살아져”[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단골 분식집이 있었다. 대학가에서도 오랜 명소 같은 분식집, 덮밥으로 유명했다. 제육, 오징어, 잡채덮밥이 단돈 삼천 원. 손님들은 분식집 주인을 ‘이모’라고 불렀다. “이모, 제육덮밥 하나요.” 그러면 이모님이 대접에 밥을 산처럼 퍼담고는 쏟아질 듯 수북하게 제육볶음을 덮어주었다. …

    • 2024-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독하지 않은 홀로되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고독하지 않은 홀로되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조그만 학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20여 년 만에 모교를 찾았다. 모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연이 있었다. 학교는 세련되게 변했지만 구조는 그대로였다. 익숙한 걸음으로 도서관을 찾아갔다. 예전과 같은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시끌시끌 나를 스쳐 갔다. 별관…

    • 2024-0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