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배기 아기들을 데리고 나가는 일은 고생스러웠다. 안 그래도 왜소하고 내성적인 내가 대형 세탁기만 한 쌍둥이 유아차를 밀면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엘리베이터라도 탈라치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자리를 차지해서 눈치를 봐야 했고, 비좁고 울퉁불퉁한 오래된 동네 길을 오를 때면 진땀을 흘려야…
책 한 권 살 수 없는 가난한 청춘을 보냈다. 돈을 모으느라 돈과 시간이 없었다. 넘치는 야망을 껴안기에 현실은 너무 좁고 작았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어서 도서관에 있던 여행책을 모조리 읽어버렸던 나는, 가난하고 뜨거운 청년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책 잘 사주는 선배가 있었다. …
겨우내 책을 만들었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날씨는 추웠고 해는 짧았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다. 이런 때일수록 사소한 일상을 돌보는 사유와 기록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어느 책방의 제안으로 일반인들의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만들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는…
우연히 지하철 역사에서 작별하는 모녀를 보았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키가 작은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처럼 포개어져 있었다. 포옹하는 둘에게는 시간도 포개진 듯 느리게 흘렀다. 이윽고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두 사람. 먼저 돌아선 쪽은 딸이었다. 안 그러면 엄마는 떠나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