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빨리 흐르고 세상은 늘 변한다. 그 변화에 적응하며 새롭게 혁신을 하는 과정이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고정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 그래서 늘 공부하고 정진해야 한다.” 이 말은 석가모니의 마지막 가르침이라고 한다. 고행을 참아내며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
‘안나G’는 와인병 코르크 뚜껑을 빼내는 도구이다. 단발머리에 목이 길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모습인데, 얌전하고 다소곳하게 서 있다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접었다 하면서 코르크를 빼낸다. 그 모습이 무척 익살스럽고 귀엽다. 알레시라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브랜드에서 한정 출시했던…
미래는 늘 궁금하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성공하는 내용을 그린 소설이 하나의 장르가 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고, 미래를 예측하는 영화도 자주 제작된다. 로봇이 가족처럼 인간을 도와주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상상 속 미래를 그린 이…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무척 어렵다.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내용은 증발하며, 껍데기만 남은 채 완강하게 버티는 일이 많다. 예를 들면 결혼 제도가 그렇다.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평생을 같이 가는 의미에서 출발했던 취지는 사라지고, ‘결혼식’이라는 형식에 갇혀버리는 경…
인간의 역사는 반복과 개선을 거듭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변증법적 발전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전주의가 지나면 낭만주의가 오고, 질서와 균형을 중요시하던 르네상스 이후에 바로크가 뒤따랐다. 같은 맥락에서 20세기 초에 시작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모더니즘 건축’ 끝에 낭만…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앓는 동안 여러 국제 행사들이 취소되고 연기됐다. 대표적으로 일본 도쿄 올림픽이 논란 끝에 2021년 어렵게 개막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응원할 관중이 없거나 제한적으로 허용돼 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워지지 못하고 무척 정숙하게 경기가 진행되었다. 예술계 대…
우리는 노벨상, 국제 콩쿠르 입상, 올림픽 금메달 등등 늘 무언가에 쫓기듯 ‘세계적인 권위’에 매달린다. 한때는 해마다 노벨상 발표 즈음에 유력 수상 예상자의 집 앞에서 취재진들이 진을 치곤 했다. 예전이라면 세계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고 이해하겠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은 100%가 넘은 지 10년이 지났다. 전국에서 제일 낮은 서울도 95%를 넘어선다. 이 정도면 이제 모든 가구가 집 걱정을 하지 않고 사는 게 당연할 것 같다. 그러나 집이 부족하다. 특히 도시에서는 자가 비율이 50%를 밑돈다고 하는데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
2008년 여름올림픽에 이어 2022년 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은 얇은 금속 프레임이 복잡하게 얽힌 이색적인 형태로 인해 ‘새둥지’라고 불린다. 이곳은 전통 스포츠뿐 아니라 e스포츠 경기장으로도 사용된다. 2017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월드 챔피…
가끔 언론사나 건축 단체에서 한국건축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곤 한다. 설문 내용은 주로 최고의 현대건축, 최고의 고전건축은 무엇인가 하는 것인데, 그러다 가끔은 가장 실패한 건축에 관해 묻기도 한다. 결과는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실패작’ 1위는 …
최근 세상을 떠난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물은 아마 프랑스 파리에 있는 ‘퐁피두 센터’일 것이다. 역사적인 도시의 전통과 맥락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는 파리의 중심에 대담하게도 배관과 뼈대를 노출하고 알록달록한 원색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건물을 지었으…
휴대전화를 열고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에 접속해 볼 때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포털 사이트들과 달리 유튜브는 처음 접속하는 주소가 같아도 펼쳐지는 세상은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개인의 기호를 파악하고 계속 그에 맞는 동영상을 추천해준다. 목적이 있어서 들어가는 경우에는 내가…
오랜만에 1975년 하길종 감독이 만든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보았다. 청바지와 생맥주로 상징되는 당시 청년 문화의 단면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배우들의 억양이었다. 말투가 요즘과 다르고 서울말이라기보단 북쪽 억양과 비슷했다. 개봉 당시에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는…
1936년에 만든 ‘미몽’이라는 흑백영화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삼천만의 연인’이라 불리던 문예봉이 나오는데, 내용도 좋았지만 1930년대 경성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지금의 서울 북촌 가회동 일대는 주택 개발로 커다란 필지를 쪼개서 만든 도시형 한옥들이…
새로운 밀레니엄에 들어선 2000년 5월 12일,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지 20년 만에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가 아니라 문화를 공급하는 새로운 발전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갤러리로 환생한 ‘테이트모던’의 탄생은 발상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