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은 시민 대중의 정치다. 하지만 그런 정체도 다수의 역량을 모아 공동선을 이뤄내는 정치가의 능력 없이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아테네의 직접 민주정도 다르지 않았다. 시민의 의견 결집에 뛰어나야 훌륭한 정치가였고, 페리클레스는 그런 일을 가장 잘한 정치가였다. 그 시대의 정치…
《클레이스테네스가 그리스 민주정의 기초를 놓았다면(1월 12일 칼럼 참조), 키루스(기원전 600년 경∼530년)는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키루스는 ‘제국의 건설자’일 뿐만 아니라 ‘이상적 통치자’로서도 후대에 이름을 남겼다. 심지어 페르시아와 적대관계에 있던 그리스인들에게…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은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정체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들이 있다. 클레이스테네스가 대표적이다. 아테나이 명문가 출신으로 망명과 귀향을 반복했다는 사실 말고는 그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고대 그리스 세계는 온갖 정치 체제의 실험장이자 각축장이었다. ‘귀족정’ ‘참주정’ ‘민주정’ 등 다양한 정체가 경쟁을 벌였다. 그래서 각각의 정체를 대표하는 인물 이야기도 많다. 페이시스트라토스(기원전 600년경∼기원전 527년)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는 권력을 독점한 ‘참주’…
《역사는 이야기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는 엄숙한 역사학자가 아니라 세상 곳곳을 떠돌며 보고 들은 것을 전하는 이야기꾼이었다. 그가 쓴 ‘역사’의 중심에는 ‘페르시아 전쟁’이 있지만 이 전쟁 이야기의 주변에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학문적 역사 서술을 지향한 투키디데스와 …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유례없는 전쟁(A war like no other·빅터 핸슨)’이었다. 이 전쟁은 온갖 전쟁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두 동맹 세력의 ‘세계대전’, 27년의 장기전, 전쟁 속 내전, 역병과 사회 붕괴, 대학살, 그리고 무모한 군사 원정….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강자의 정의는 약자의 정의와 다르다. 약자는 정의가 자신의 권리를 지켜주기를 기대하지만, 강자는 힘의 지배를 정의라고 부른다. 인류 역사상 출현한 수많은 제국이 평화, 질서, 자유, 인권 등의 고상한 가치를 내세우면서 패권주의를 미화했지만, 분칠을 벗겨내면 모든 패권주의의 논리는 하…
《투키디데스는 전쟁과 내분 속 인간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 ‘인간의 본성’에 따라 반복될 일들을 일깨우는 것이 그의 저술 목적이었다. 이 기록은 인간 본성의 선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사로잡았는데, 국가계약론의 옹호자 토머스 홉스(1588∼1679)도 그중 하나였다. 그에게 …
《‘내분’을 뜻하는 그리스어는 ‘stasis’이다. 이 말은 본래 ‘서다’라는 뜻의 동사에서 나온 말로 ‘섬’, ‘입장’을 뜻한다. 하지만 ‘섬(立)’은 곧 다른 편에 ‘맞섬(對立)’을 뜻하기 때문에, stasis는 반대 세력에 맞서는 상황, 즉 ‘내분’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년∼기원전 404년)은 델로스 동맹의 맹주 아테나이와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이끈 스파르타의 패권 다툼이었다. 동맹에 속하거나 중립을 내세웠던 나라들이 하나둘씩 전쟁에 말려들면서 다툼은 ‘세계 대전’으로 확대되었다. 이 주변국들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이 하나 없어지는 것 같다.’ 이제 이 말은 흘러간 노랫말처럼 들린다. 21세기 과학·기술 시대의 노년은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으로 찾아온다. 미래를 보고 질주하는 시대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역사를 대하는 우리 시대의 태도도 비슷하다. 하…
《가을날 길거리의 국화과 꽃들과 밤하늘 별들이 빛나는 우주는 모두 ‘코스모스’다. 이 말은 ‘장식’,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어 ‘kosmos’에서 왔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자연 질서는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어째서 태양은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질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은 서양 과학의 전형적 특징들을 보여준다. 자연에 대한 물질 중심적 사고방식, 복잡한 물체를 단순한 것으로 나누어 설명하려는 분석적 태도, 인간의 마음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물질의 운동들로 바꾸어 설명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확신 등이 그렇다. 19세기까지 서양에…
《질문은 잠든 생각을 흔들어 깨운다. 질문이 대답을 낳고 대답이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처음에 엉성했던 생각도 촘촘한 짜임새를 갖춰 나간다. 세상의 철학, 문학, 과학, 기술은 물론이고 음악과 미술 같은 예술적 창작까지 그 어느 것도 질문의 씨줄과 대답의 날줄로 엮인 직조물이 아닌 …
《서양 문명의 두 원천, 유대 문명과 그리스 문명은 서로 이질적이다. 하나는 종교적이고 다른 하나는 철학적이다. 하지만 둘을 이어주는 공통의 질문이 있다.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혜를 사랑한 그리스인들에게 이 질문은 모든 것에 대한 앎의 시작이었다. 모든 것은 있는 것이니까. 야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