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모든 것의 아버지이며 모든 것의 왕이다. 전쟁이 어떤 이들을 신으로, 어떤 이들을 사람으로 드러냈고, 또 어떤 이들은 노예로, 어떤 이들은 자유인으로 만들었다.” 기원전 6세기 에페수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말이다. 그는 평생 동안 큰 전쟁을 겪지 않았다. 물론 헤…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철학자들에도 두 부류가 있다. 한쪽은 물질적인 것들을 참으로 있는 것으로 내세우는 데 반해, 다른 쪽은 비물질적인 것이 진짜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질적인 것…
《사람들은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서려 한다. 예술가, 기술자, 범법자 모두 주어진 경계 밖으로 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바람과 빗물에 내맡겨진 돌덩이나 주변 환경에 적응해 사는 동물들과 인간의 차이가 거기 있다. 인간의 그런 존재 방식을 일컬어 ‘실존(existence)’이라고 부…
《과거에 번성했지만 지금은 잊혀진 도시들이 많다. 고대 그리스의 밀레토스(Miletos)도 그렇다. 2600년 전 밀레토스는 흑해 연안에 수십 곳의 식민도시를 거느린 메트로폴리스, ‘어머니 도시’였다.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 이 도시의 부강했던 옛 모습이 남아 있다. 박물관 …
《언제부터인지 드라마, 영화, 웹툰 등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고품격 막장.’ 더 내려갈 곳 없는 바닥이 막장인데 그것이 ‘고품격’이라니, ‘둥근 사각형’ 같은 형용모순이 아닐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꽤 그럴듯한 표현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고전 작품의 태반이 불륜, 패륜…
《기원전 416년, 패권주의의 민낯이 드러났다. 아테네인들은 에게해의 작은 섬 멜로스로 쳐들어가 남자들을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을 노예로 팔아넘겼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에서 멜로스인들이 중립을 지킨 것이 살육의 이유였다. 이웃 나라가 적의 편에 설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낳은 만행이었…
《누구도 법의 구속을 벗어나기 어렵다. 소크라테스는 국법이 암묵적 약속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라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법의 판결에 따라 기꺼이 독배를 마신 철학자도 법이 모든 것 위에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한 나라의 법이 어떻게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모두 담…
《평화롭던 도시 테베에 위기가 닥쳤다. 반인반수의 괴물 스핑크스가 나타나 수수께끼를 내고 풀지 못하는 사람들을 잡아갔다. 신탁의 도움을 구하려던 왕의 노력도 실패했다. 그는 델피의 신탁소로 가는 길에 살해당한다. 괴물의 출현에 왕까지 없으니 엎친 데 덮친 격. 테베가 위기를 극복한 것…
《고대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얻는 데 매우 열심이었다. ‘지혜에 대한 사랑’(philo-sophia)을 하나의 학문으로 만든 사람들이 그리스인들이다. 사도 바울도 “유대인들은 표적을 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는다”고 썼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에게는 지혜에 대한 사랑에 어울려 보이지 않…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관계는 삼국시대 한반도와 중국의 관계와 비슷한 점이 많다. 작은 나라들에 흩어져 살며 서로 다투던 그리스인들에게 페르시아는 맞서기 힘든 거대 제국이었다. 하지만 페르시아가 복종을 요구하자 그리스인들은 전쟁을 택했다. 그들에게 자유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기 …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건너편에 우뚝한 바위 언덕이 있다. ‘아레오파고스’(아레스의 언덕)이다.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사람들의 발길에 바위는 닳고 닳았다. 여인족 아마조네스가 이 언덕에서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제사를 지내고 아크로폴리스를 공격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하지만 ‘아레스의 …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에는 트집 잡힐 만한 약점이 있다. 이 정체(政體)에서는 18세 이상의 남자들만 공직을 수행하고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노예들은 물론이고 여성들에게조차 정치·경제적 권리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문명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왕이나 소수 귀족의 지배 아래…
《의심하는 사람은 어떤 집단에서나 좀체 환영받지 못한다. 힘을 보태도 모자랄 판에 의심하며 시시비비를 따지니 걸리적거리는 훼방꾼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철학이 사람들 사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철학은 당연해 보이는 것을 의심하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 배후의 숨은 진리를 …
《오디세우스의 이야기 ‘오디세이아’는 낯선 세계의 모험들로 가득하다. 이 모험담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퀴클롭스, 황홀한 노래로 뱃사람을 미혹하는 세이렌, 사람들을 짐승들로 바꿔놓는 ‘무서운 여신’ 키르케 등이 등장한다. 오디세우스는 10년 귀향길에 온갖 괴물들과 대면하고 지하세…
《전쟁 이야기에는 적군과 아군, 선과 악, 승리와 패배가 있다. 독자나 관객의 마음은 승리하는 선한 편으로 끌리기 마련이다. 대다수 전쟁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리스의 전쟁 서사시 ‘일리아스’에는 그런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리스 군대의 내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