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는 가부장제 사회였다. 민주정의 아테네도 그런 점에서는 왕정의 조선 사회와 다르지 않았다. 정치 참여는 18세 이상 성인 남자들의 권리였고, 여인들은 신분의 차이를 불문하고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출산, 육아, 집안 살림 외에 여인들에게 허락된 공적인 활동은 …
《인간의 감정만큼 변덕스러운 것이 있을까? 가까운 사람의 작은 잘못에 화를 내며 등을 돌리지만 낯선 사람의 불행에 연민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인간이다. 이성과 합리성의 신봉자들은 감정의 이런 변덕을 늘 눈엣가시로 여겼다. 그래서 감정을 마음 밭에서 ‘말려 죽여야 할 잡초’나 ‘생각하는…
《 세상은 맨 처음 어떻게 생겨났을까? 모든 문명권에는 저마다 세상의 시작에 대한 신화가 있다. 그리스 문명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기원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신화적 상상은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계보)에 담겼다. 기원전 700년 무렵에 지어진 이 서사시는 세상이 카오스에서 시…
《기원전 6세기, 그리스 도시 밀레토스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현자 탈레스를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어느 날 방문객과 탈레스가 나눈 대화는 수수께끼 놀이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무엇인가요?’ “남에게 조언하는 것.”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
《민주정의 가치에 대한 논쟁의 역사는 민주정의 역사보다 더 길다. 기원전 521년, 페르시아의 수사에서 귀족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반란을 제압한 뒤 미래의 정체(政體)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오타네스는 군주제를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정체라고 비판하면…
《민주정치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페리클레스는 기원전 431년에 행한 연설에서 민주정을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손에서 운영되는 정체”라고 부르면서 자유와 평등을 이 정체의 기본가치로 내세웠다. “우리는 사생활에서 관대함을 갖고 교류하며 공적인 일에서 두려움을 갖고 …
《고대 아테네 민주정은 기원전 508년부터 100년 이상 안정 상태를 유지했다. 뛰어난 정치가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이들은 민주정의 기틀을 놓았고 페르시아 제국의 침공을 막아냈으며 작은 도시국가를 문명의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그 100년 동안 정치제도뿐 아니라 기술, 예술, 학문 등 …
《‘법무부’(the Ministry of Justice)와 ‘법무부 장관’(the Minister of Justice)에는 모두 ‘정의’가 들어간다. 법과 정의가 하나이고 합법적인 것이 정의롭다는 생각은 서양 사상의 오랜 유산이다. 고대 그리스의 법 관련 용어들에도 ‘정의’가 빠짐없이…
《기원전 399년 5월, 소크라테스는 불경죄로 고소되어 재판을 받고 한 달 뒤 처형당했다. 그를 탈옥시키려던 친구들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계획을 무산시킨 것은 소크라테스 자신이었다. 그는 왜 탈옥을 거부했을까? 동료 시민들을 훌륭한 삶으로 이끄는 일을 천직으로 여겼던 달변의 철학자…
《그리스 아테네의 아고라는 그리스 여행의 필수 코스이다. 하지만 뙤약볕에 줄을 서서 입장권을 얻고 아고라에 들어서는 순간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 축구장 2개 크기의 공터에 온통 깨진 돌덩어리들뿐이다. 그 폐허 속에서 옛 아고라의 흔적을 떠올리려면 역사적 상상이 필요하다. 기원전 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