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꽃들의 전쟁이다. 정말 큰일 났다. 국토는 온통 거대한 화원으로 바뀌었다. 겨우내 추웠던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뎌내고 드디어 꽃들은 다투면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화려한 단장이다. 하얗고, 노랗고, 빨갛다. 모습도 제각각으로 아름답다. 새봄을 맞이하고자 푸른 이파리도 피우기…
가을과 겨울, 그리고 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140여 일 동안의 전시, 물경 55만여 명 관람. 바로 임옥상의 개인전 ‘여기, 일어서는 땅’ 이야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했던 임옥상 개인전은 많은 화제를 만발케 했다. 언론 보도 77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7…
이파리 하나 없는 키 큰 나무들이 모여 있다. 안개가 낀 고요한 아침 풍경이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새들이 날고 있다. 웬 새들이 숲속을 산책하고 있을까. 이런 장면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았을까. 사실 이 작품은 합성사진이다. 당시 사진계는 스트레이트(straight) 사진만 중시하던…
“어린아이를 유괴하여 죽이고 눈으로 사진 약을 만든다!”“사진에 찍히면 수명이 짧아진다!”괴이한 물건을 처음 본 한양 사람들은 ‘카메라 귀신’에 대한 풍문까지 만들며 공격했다. 밤이면 사진관으로 돌을 던지면서 텃세를 부렸다. 유언비어는 결국 사진관을 파괴시켰다. 1884년 갑신정변이 …
“왜 우리나라 박물관에서는 여성 주인공의 그림을 볼 수 없습니까?”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서양에 가면 박물관에서 여성을 그린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여성 나체화도 많지 않느냐는 것이다. 1980년대 미국 뉴욕에서 여성 화…
2022년 9월 15일. 국립현대미술관 역사에서, 아니 세계 비디오 아트의 역사에서, 기록적인 날이다. 과천관의 상징과 같았던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이 재가동되었기 때문이다. 4년 이상을 암흑 속에 있다가 어렵게 불을 켠 날, 이 어찌 감동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8년…
커다란 원탁이 끊임없이 기울어지면서 움직이고 있다. 원탁 위에는 축구공(?) 같은 것이 기울어지는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 하지만 공이 가장자리에 이르면 원탁은 일어나 반대쪽으로 보낸다. 그러니까 축구공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원탁을 운동장 삼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놀고 …
어떤 작가가 있었다. 요절한 것도 안타까운데 남겨진 작품도 없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는데, 대표작은커녕 반반한 작품 하나 제대로 남겨 놓을 수 없게 되다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게다가 유족조차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다 잃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작가의 이름은 지워지기 시작했…
과연 이상향(理想鄕)은 있을까. 동서고금을 통하여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상향을 그리워했다. 과연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을까. 사전식으로 설명하면, 유토피아(Utopia)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나라다. 한마디로 세상에 없는 곳이다. 그래서 그럴까. 없다고 하니까 사람들은 유토…
단군 이래 최초. 요즘 나는 이런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국격이 올라가고, 거기다 한류까지 국제무대에서 각광받고 있으니, 더욱더 그렇다. 현재 한국인이 뭔가 만들었다 하면 국제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이에 미술 분야도 뭔가 거들어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행복이 무엇인지 대향은 비로소 깨달았다오. 그것은… 천사처럼 훌륭한 남덕 씨를 진정한 아내로 삼아 사랑의 결정체 태현이, 태성이 두 아이를 데리고… 끝없는 감격 속에서 크게 숨을 쉬고, 그림으로 표현해내면서… 화공 대향 현처 남덕이 하나로 녹아 진실하고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이라오. …
“난 그림 그린 죄밖에 없다. 난 술 마시고 그림 그린 죄밖에 없다.” 세상 사람들이 화가에 대하여 뭐라고 말하면 으레 하는 말, 바로 술 마시고 그림 그린 죄밖에 없다는 것. 화가 장욱진(1917∼1990)의 말이다. 하기야 장욱진 하면 술과 얽힌 일화가 많다. 화가가 이승을 떠…
보면 볼수록 감칠맛이 난다. 식당에서가 아니고 전시장에서다. 음식물을 당기게 하는 것을 감칠맛이라 한다면, 자꾸 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음미할수록 그윽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박생광(1904∼1985)의 대표작 ‘전봉준’(1985년)을 두고 하는 말이다. …
그림 지우기. 작업실에서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작품이 어찌 작가의 마음대로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화가들은 그렸다 지웠다 반복하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하지만 전시장에 출품까지 했던 작품을 지운다는 행위는 상식에서 벗어난다. 완성했기에 출품했던 것이고, 이는 사회적 공…
“이거 불화(佛畵) 맞아요? 왜 코끼리가 나오는 서커스 장면 같은 게 있을까요.” “그럼요. 상단의 다섯 여래를 비롯해 중단의 제사상과 제사 지내는 장면 그리고 그 아래에 아귀(餓鬼)도 있으니 불화 맞습니다. 이런 종류의 그림을 감로도(甘露圖)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왜 하단 부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