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수련 연못이 생겼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전시실 바닥에 연못을! 궁금하다면 당장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 가면 된다. 이 전시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 1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기념전이다. 여…
우리 땅이면서도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이름 하여 ‘자유의 마을’이다. 내비게이션에서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저 ‘찾을 수 없는 지역’이라고 표시된다. 자유의 마을은 전쟁이 만든 아주 독특한 곳이다. 6·25전쟁의 일단락 단계에서 정전협정은 판문점 부근의 대성동 마을을 특별 관…
거구이면서도 춤 동작이 가볍다. 어디서 많이 본 춤이다. 바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장의 통로, 거기 임시로 설치한 구조물에 붙어 있는 영상 작품 하나. 바로 ‘강남 스타일’이다. 춤추는 주인공은 아이웨이웨이, 세계적인 미술가다. 그는 거구의 몸이면서도 …
경악! 바로 그 자체다. 거대한 땅굴, 7년간 매일같이 그것도 혼자서 굴을 팠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돈벌이로 한 것도 아니다. 굴을 다 파놓고도 자랑은커녕 문을 닫아걸었다. 전남 장흥의 사자산 자락. 평범한 시골이지만 굴은 예사스럽지 않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갖…
거대한 연꽃 한 송이가 활짝 피었다. 백련도 아니고, 홍련도 아니다. 까만색 연꽃, 세상에 그런 연꽃이 어디에 있는가. 있다.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안에 있는 솔거미술관에 가면 볼 수 있다. 연못 옆의 제일 커다란 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둥그렇게 만개한 꽃은 절정기의 화려함을 구가하고…
“국제적으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는 화가는 누구인가요?” “차이는 있지만, 빈센트 반 고흐라든가, 피카소 같은 스타 화가의 작품이 비싸게 팔립니다.” “그럼, 피카소 그림이 비를 맞았다면 어떻게 되는가요?” “그야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하겠지요.” “그렇지. 그런데 내 그림은 일년 …
들판은 다소 어수선하다. 들판이라면 대개 같은 종류의 식물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나 이곳은 그렇지 않다. 산만하다고 해야 할까, 불안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구부정하게 시든 해바라기 한 그루가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이런저런 꽃나무들이 대충 자리 잡고 있다. 혼돈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
구두가 발아래에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구두가 사람 머리 위에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가끔 현실 밖으로 넘어가려 한다. 상상의 세계에서는 시계가 휘어질 수 있다. 아니 해부대 위에 재봉틀과 우산이 함께 오를 수 있다. 바로 일상적 현실 밖의 …
우람한 나무 한 그루. 과연 살아 있는 것일까. 나무의 아랫도리만 거창하지 상체는 심하게 잘려 나갔다. 그래서 거의 죽어 있는 듯 보인다. 험난한 세월이 할퀴고 간 자국. 그래도 고목은 의연하다.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죽기는커녕 새날을 예비하고 있다. 거인은 죽은 듯 동면에 들어…
출근길 신호등 앞. 건장한 중년 남녀 여섯 명이 서 있다. 추운 날씨인지 이들의 옷차림은 두껍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 표정은 무겁다. 그러면서도 각자 영역에서 생활의 보람을 찾고 있는 듯 당당하다. 뉴욕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 신호등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지금 서울…
꽃 이파리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아니, 춤을 추고 있다. 광란의 춤은 언뜻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나름의 리듬을 지키고 있다. 게다가 각자의 존재를 뽐내고 있다. 환희, 그 자체다. 환희. 울긋불긋 다채로운 색깔에 형태 또한 다양하다. 그 형태는 나무 이파리여도 좋고, 심지어 사람이어…
“여자는 화가가 될 수 없다.” 이는 조선왕조 시대의 불문율이었다. 아니, 화가는커녕 여자는 초상화의 주인공도 될 수 없었다. 숙종 시대 일화처럼 왕비조차 초상화 모델이 될 수 없었다. 철저히 남존여비의 사회였다. 시대는 변했다. 20세기로 들어서자 미술환경은 변하기 시작했다. 왕조시…
종신수(終身囚). 그는 죽는 날까지 점을 찍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지상으로 끌고 왔다. 커다한 화면 위에 펼쳐지는 또 다른 우주, 장쾌했다.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라고 염려했던 화가. 그는 선보다는 점을 …
“인생은 공(空), 파멸.” 그의 유언이었다. 생애를 마무리하면서 구체적인 부탁 하나를 추가했다. “화장해 모든 흔적을 지워 주세요.” 흔적 지우기. 그는 육신의 깨끗한 정리를 원했다. 인생무상일까. 하지만 그는 처절할 정도로 작품에 몰입했다. 그래서 시류와 타협할 여유가 없었다. 내…
“사진이 도쿄로부터 도착했으나 여인이 벌거벗은 그림인고로 사진으로 게재치 못함.” 1916년 10월 ‘매일신보’ 보도다. 나체화 게재 금지. 그 내용은 무엇인가. 그림의 화가는 김관호(1890∼1959). 서양미술 수용기의 선구자, 고희동 김찬영 나혜석 등과 함께 1910년대 도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