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햇와인) 행사가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열렸다. 매년 9월에 수확한 가메(Gamay) 품종의 포도를 4∼6주 짧은 숙성을 거쳐 내놓기 때문에 이 와인은 깊은 맛보다는 풍부한 과일 향과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 초보자들도 쉽…
문득 가을 정취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파리에서 4시간여를 운전해 프랑슈콩테 지방을 찾았다. 이 지역은 알프스산맥 북쪽과 부르고뉴의 경계지, 쥐라(Jura)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쥐라기’의 어원이 되는 산맥이다.프랑스 전체 와인 생산량의 0.2%에 불과하여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되어 온…
프랑스 남동부 오베르뉴론알프 레지옹의 중심 도시로 파리, 마르세유에 이은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은 파리를 뛰어넘는 맛의 도시로 식도락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리옹이 이런 지위를 획득한 것에는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하여 남북을 이어주는 물류의 중추이며 두 개의 강이 흐르고 있는…
얇게 썬 두 쪽의 빵 사이에 고기나 햄, 치즈 및 그 외 재료를 끼워 먹는 샌드위치는 파리 여행 중에 공원 벤치에 앉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식사 대용 음식이다. 이 음식의 유래는 18세기 후반 샌드위치 가문의 4대 백작인 존 몬터규에 의해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카드놀이를…
프랑스의 국민 자동차 회사, 푸조(Peugeot)에서 1840년 이후 지금까지 소금과 후추 그라인더를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그라인더의 시작은 1810년 푸조를 이끌던 장피에르와 장프레데리크 푸조 형제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두(Doubs) 지역의 공…
한국 손님을 맞기 위해 식당을 예약해야 할 때가 많다. 풀코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해 달라는 분을 위해 예약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오히려 “아무 데나, 또는 알아서 예약해 달라”고 할 때 골치 아프다. 전 세계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섭렵하며 유명 셰프들의 훌륭한 음식과 좋은 …
며칠 전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집 앞 장터에 갔더니 한국인들 사이에서 프랑스 여행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과일로 손꼽히는 납작 복숭아 판매가 한창이었다. 우리 가족도 좋아하는 초여름의 과일이기에 한 아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집 안에 복숭아향이 그윽하고 모두…
4월 중순 이후 파리의 레스토랑과 카페에 가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메뉴가 하나 있다. 독특한 모양과 씁쓸하면서 담백한 맛의 아스파라거스다. 어제도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집 앞 장터를 지날 때 한 묶음씩 진열된 아스파라거스를 연이어 집어 드는 파리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새삼 아스파라거스…
한국에서 오는 가족이나 손님을 모시고 식사할 기회가 잦다. 손님들에게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으면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셋으로 나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같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꼭 가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고, 프랑스 음식은 느끼하다는 선입견으로 한국 음식 아니면 아시안 음식을 …
파리에 새봄이 찾아들었다. 거리에 만개한 개나리와 파릇한 새싹, 그리고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봄기운 가득한 파리를 느끼려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내가 사랑하는 산책 코스는 파리의 좁다란 골목길이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관광 명소가 아닌 뒷골목에선…
고국 방문 중에 거리의 군밤 장수가 눈에 띄어 밤 한 봉지를 구입했다. ‘공주밤’이라는 손글씨를 써 놓고 장사하는 할아버지 앞에는 추운 날씨에도 긴 줄이 서 있어서 그 맛이 궁금했다. 옥처럼 빛나는 광택을 가진 그 밤은 기대만큼 훌륭해서 집에 와 단숨에 먹었다. 며칠 전 파리로 돌아와…
작년 한 해 프랑스에서는 6000여 개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정세 속에 에너지 요금이 지난 2년 사이 45% 오른 여파도 컸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프랑스인들이 외식 횟수와 씀씀이를 줄인 이유도 컸다. 유명 셰프들이 경영하는 레스토…
파리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파리지앵’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순위를 설문했는데, 뵈프 부르기뇽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버터와 크림이 들어간 송아지 고기 스튜 블랑케트 드 보와 스테이크, 감자튀김이 그 뒤를 이었다. 프랑스의 겨울은 좀처럼 눈이 오지 않고 비가 자주…
2024년 새해 첫날 아침에 바게트를 사기 위해 빵집에 들렀더니 벌써 쇼윈도에 갈레트(사진)가 등장했다. 집에서 가까운 이 빵집은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갈레트로 1등을 한 집이다. 갈레트는 주현절(1월 6일) 하루 전날에 먹는 음식으로 페이스트리 안에 아몬드가 들어간 프랑지판 크림을 …
밤이 낮보다 길어지는 동짓날이 다가온다. 음습한 프랑스의 겨울이 시작되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음식이 라클레트(Raclette)다. ‘긁어내다’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 ‘라클레(Racler)’에서 유래했다. 이 음식의 주재료인 치즈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생산되는 제철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