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서울 강남역 근처 한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낮 12시, 이모님들이 분주하게 테이블 위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밑반찬을 세팅하는 모습부터 낯설었다. 잠시 후 넥타이 부대 아저씨들과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오더니 순댓국이며 김치찌개 같은 뜨거운 국물 음식을 1…
파리에 살면서 아직도 적응 안 되는 것이 여기의 겨울 날씨다. 온 세상이 하얗도록 함박눈이라도 기대했던 첫해의 타향살이부터 매일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지금까지 한결같이 겨울비가 내리는 파리의 음습한 겨울을 스무 해 넘게 맞고 있다. 아마 프랑스에서 한 해라도 겨울을 난 적이 있는…
최근에 생텍쥐페리부터 카를 라거펠트에 이르기까지 단골로 들렀다는 생제르맹 거리의 유명 문학 카페, 레 되 마고 맞은편에 있는 브라스리 리프(Brasserie Lipp)를 찾았다. 알자스 출신인 레오나르 리프와 아내 페트로니유가 자신들이 살던 알자스 지역이 독일에 넘어가자, 파리에 정착…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가이드를 맡게 된 모회사 오너가 파리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해 달라고 했는데 대부분 풀부킹이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 내게 SOS를 친 모양이다.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해야 하는 그…
이상하리만치 선선했던 6, 7월의 파리와 달리 반갑지 않은 늦더위 손님이 찾아왔다. 이런 날에는 서울의 에어컨 바람과 얼음 생각이 간절하다. 자연을 거스르고 인위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일에 질색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생활 습관 때문에 파리에서는 에어컨이나 얼음이 무척 귀하다. 한겨울에도 …
30년 넘게 한정식과 중식당, 고깃집을 운영하신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에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당시 또래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샥스핀을 비롯해 소의 거의 모든 부위를 섭렵하는 등 풍성한 식재료를 경험하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프랑스에 살면서 미식의 세계에 흠뻑 빠져든…
유네스코는 2010년 ‘프랑스 미식’을 인류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유네스코가 밝힌 등재 이유는 ‘프랑스 미식’은 단체나 개인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축하하기 위한 사회적 관습이자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맛있게 먹고 마시는 기회를 갖는 ‘잔치 같은 식사’를 의미한다고 …
얼마 전 파리에 있는 ‘부이용’이라는 대중 식당과 ‘꼼뜨와’라는 네오 비스트로노미 식당에서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곳에서 모두 계란 위에 마요네즈를 얹어 나오는 계란 마요 메뉴를 전식으로 주문했는데 삶은 계란을 좋아하는 내 취향 때문이었다. ‘꼼뜨와’를 방문했을 때…
얼마 전 한국에서 여행 온 지인과 함께 프랑스 전통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메뉴판을 유심히 보던 지인이 달팽이를 발견하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 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여줬어∼.’ ‘달팽이’라는 노…
파리를 찾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최근 계속되는 비 소식은 달갑지 않다. 그럴 땐 지금 그대로의 파리를 즐기면 된다. 예를 들면 오르세 미술관에 들러 고흐나 르누아르가 그린 명화를 감상하거나 생제르맹데프레의 문학 카페로 장 폴 사르트르부터 생텍쥐페리까지 유명 인사들이 드나들던 카페 레 되…
2009년 한식재단에서 제작한 ‘해외 한식 레스토랑 가이드북’의 파리 편 집필을 맡았었다. 당시 책에 소개된 파리의 한국 식당 수는 40여 개였고 이들 중 대부분은 한국인이 주인이었다. 3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 온 16구의 우정식당과 5구의 한림식당은 파리 이민 1세대가 문을 연 곳…
프랑스에 사는 유학생이나 교민 중 가장 그리운 우리 음식으로 라면, 순대, 대창을 꼽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파리에도 순댓국과 대창을 파는 한식당이 몇 군데 생겼다. 프랑스 정착 초기에 프로방스의 한 작은 정육점에 갔다가 순대와 비슷한 모양의 부댕(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지난주 파리에서 30년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와 식사를 했다. 그날의 화두는 손님들의 와인 주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것이었다. 레스토랑을 처음 열 당시만 해도 2인 테이블 기준으로 750mL 와인 한 병 정도는 주문했는데 지금은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지난달…
지난달 23일 파리 나시옹 광장에서 빵집 운영자들이 바게트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이 프랑스의 상징인 바게트를 들고 거리로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이를 목도한 어떤 이는 프랑스 혁명 초기 굶주린 평민들이 “빵을 달라”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후 처음으로 빵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광…
결혼기념일을 맞아 파리 5구에 위치한 ‘투르 다르장’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파리에서 이 정도로 훌륭한 뷰를 갖춘 식당은 드물다. 센강과 노트르담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투르 다르장의 시작은 15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토라는 이름의 요리사가 투르넬 강둑에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