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맞아 파리 5구에 위치한 ‘투르 다르장’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파리에서 이 정도로 훌륭한 뷰를 갖춘 식당은 드물다. 센강과 노트르담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투르 다르장의 시작은 15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토라는 이름의 요리사가 투르넬 강둑에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관련된 예술.” 프랑스의 요리 백과사전인 라루스 요리 백과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를 이렇게 정의한다. 미식 작가인 샤를 몽슬레는 ‘가스트로노미’라는 단어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떠한 나이의 사람들이라도 모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
“저희 잡지는 기자들이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한 장소만 소개하며 이들 영수증은 사이트에 표시됩니다.” 영어 단어로 ‘음식(Food)’과 ‘감정(Feeling)’을 합성한 ‘푸딩(Fooding)’이라는 잡지 표지(사진) 상단에 적힌 글귀다. 푸딩은 2003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레스토랑…
어릴 때부터 진심으로 만두를 사랑했다. 커다란 뚜껑을 여는 순간 하얀 김을 뿜은 후 접시 위에 봉긋하게 서비스되는 분식집 만두를 상상하면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어느 날, 이를 마음껏 먹겠다는 비뚤어진 생각에 학교 서무과에 갖다 낼 육성회비를 분식집 아저씨에게 냈다가 후에 발각돼…
파리의 아침을 깨우는 장소로는 카페와 빵집이 꼽힌다. 프랑스인들의 아침 루틴은 이들 장소에서 시작된다. 아침마다 집 앞 카페를 20년 넘게 드나들던 어느 날 이런 궁금증이 일었다. “빵도 맛있고 음식도 훌륭한 프랑스에서 모든 카페의 커피 맛이 이리도 똑같은 이유가 뭘까?” 단골 카…
파리에서 북서쪽을 향해 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해변 도시 도빌에 이른다. 이 도시가 위치한 노르망디로 향하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이런 풍경들은 이 지역 특산물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소나 양에서…
파리에 살면서 과일이나 채소는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동네 장터에서 구입한다. 대형 마트에서 파는 과일은 며칠 두어야 맛이 들거나 매대에서는 멀쩡해 보이는데 집으로 가져오면 쉬이 상할 때가 많아서다. 농부들이 직접 장터에 들고 나오는 것을 선호하는데 당근이며 시금치, 사과 등은 흙 묻…
프랑스 파리에 올 때마다 레스토랑 아르페주에 함께 가는 지인이 있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이 시대 최고의 셰프 중 한 사람인 알랭 파사르(66)의 추종자다. 나 역시 파리에서 가장 창의적인 레스토랑으로 아르페주를 꼽는다. 파사르는 파리 근교에 농장을 두 개나 갖고 있다. 그…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한여름에 갈 때면 잊지 않고 마시는 알코올이 있다. ‘파스티스(pastis·사진)’라는 독특한 술이다. 이 술을 처음 접한 것은 20여 년 전 우리네 한려수도에 비견되는 절경을 자랑하는 ‘칼랑크’(기암절벽에 둘러싸인 좁고 긴 바다의 만)를 보려 페리에 오르기 …
우리나라에 명품 버거집이 속속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 버거 브랜드인 슈퍼 두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굿 스터프 이터리, 영국 출신의 유명 요리사인 고든 램지의 수제 버거에 이어 구찌 오스테리아가 그것이다. 빅맥 세트가…
파리 관광을 하면서 가 봐야 할 레스토랑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레스토랑에 가 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로 치면 100년만 버텨도 노포로 이름을 올리는 것과 달리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세 곳만 해도 각각 300년이 넘는 역…
파리에서 여행을 하다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머니나 할머니가 해 주신 밥이 그립다 한다. 이제껏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해 주신 음식이 그립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이처럼 가정에서는 대부분 여성이 요리를 하고, 많은 이들의 솔푸드(soul food)에 대한 기억 또한 어머니나 할…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무더위가 파리에 찾아왔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프랑스 사람들은 마치 해바라기처럼 파라솔도 없는 카페나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식사를 한다. 햇빛에 검게 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선크림을 짙게 바르고 메시 토시를 착용하거나 그늘을 고집…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 살면서 가장 인상적인 식재료 중 하나가 감자다. 프랑스에 존재하는 223종의 감자는 고유의 맛이 있고 조리 방법이 달라지는데 장에 갈 때마다 상인에게 이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도 흥미롭다. 감자로 만드는 음식 중 우리에게 익숙한 감자튀김이 ‘프렌치프라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본 여행자들이 “라따뚜이(라타투유)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어디냐”고 물어 올 때마다 당황스럽다. 라따뚜이는 프랑스 가정식 요리이긴 하지만 우리네 청국장을 즐길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듯 레스토랑에서 일반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영화 라따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