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빛과 더불어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소금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성경 구절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소금과 노예를 맞바꿨고 로마시대엔 병사들의 월급…
프랑스에서 30년 넘게 살고 계신 80대 노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소금에 절인 대구이다.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이 대구는 주로 포르투갈에서 수입되는데 포르투갈어로는 ‘바칼랴우’, 프랑스어로는 ‘모뤼’로 불린다. 포르투갈에서는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날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음식…
‘피차 나폴레타나(Pizza napoletana)’로 불리는 나폴리 피자는 베수비오산 분지에서 재배되는 산 마르차노 토마토, 캄파냐의 전용 사육장에서 키우는 물소 젖으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 등 해당 지역의 고유 재료를 사용한다. 2000년대 초반 나폴리에서 처음 방문했던 ‘피체리아 …
16년 전 아프리카 국가 중에 처음 여행하게 된 나라가 모로코였다. 당시 모로코는 최고급 호텔에 묵는 금액이 1박에 10만 원을 조금 넘었고 하루 종일 동행하는 공식 가이드의 일당이 5만 원에 못 미칠 정도로 물가가 싼 곳이라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
프랑스인들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게트다. 밀가루와 물, 소금, 그리고 효모 이 네 가지 재료로 만드는 막대기처럼 생긴 바게트는 매일 아침 7시도 되기 전에 동네 빵집 진열장에 나란히 진열된다. 이를 만들려고 제빵사는 매일 새벽 3시에 출근한다. 파리에는 매년 최고의 바게트를…
종일 내리는 비와 잿빛 하늘은 멜랑콜리한 파리의 겨울을 대변한다. 멀쩡한 사람도 우울증이 생긴다는 이 겨울엔 국물 음식이 간절할 때가 많다. 이 시기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가슴속까지 뜨거워지는 프랑스식 생선탕 부야베스를 먹는 것이다. 우리네 매운탕과 제법 닮은 부야베스는 기원전 6…
프랑스에 오기 전 치즈 하면 고작 피자 위에 올리는 모차렐라나 버거에서 패티와 빵 사이에 넣는 슬라이스 치즈 정도밖에 몰랐다. 25년간 프랑스에 살면서 360여 종에 달하는 치즈를 접하고 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이…
10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 서는 동네 장터에 ‘짱가’처럼 등장하는 상인이 있다. 바로 굴 장사다.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는 먹기 좋게 까놓은 봉지 굴을 팔지 않기에, 굴 장사로부터 석화를 사들고 집에 올 때가 종종 있다. 가족과 함께 굴을 먹는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지만 사실 가장은 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개고기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년 시절 시골 친척집에 놀러갔다 큰 개를 나무에 매달아 놓고 때리는 모습을 본 게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개고기를 입에 대지 않은 내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한국에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던 유학생 시절 용돈을 조금씩 모아 외식을 즐기던 장소가 있었다. ‘레옹 드 브뤼셀(Leon de Bruxelles)’이라는 체인 형태 홍합 전문점이다. 그곳에 가면 말쑥하게 차려입은 가르송(웨이터)이 무거운 주물 냄비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데 뚜껑을 열면 알라…
독일 여행을 가면 먹어봐야 할 음식 중에 독일식 돼지족발인 ‘슈바인학센’(슈바인스학세)이 있다. 바이에른주 전통 음식인 데다 족발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반가운 마음에 맥주 한잔과 함께 주문하는 한국인이 많다. 그러나 슈바인학센은 뜨내기 관광객을 상대하는 큰길가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은 가…
프랑스에서 살다 귀국한 이들에게 프랑스를 추억할 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을 물으면 보통 1순위로 꼽는 게 베트남 쌀국수다. 프렌치 레스토랑 코스 요리나 프랑스 요리의 대명사인 양파 수프, 세계 3대 진미인 푸아그라(거위 간)를 얘기할 법도 싶은데 늘 쌀국수에 밀린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는 동생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파리에서 제대로 된 삼계탕을 접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삼계탕이 주 메뉴였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손수 보내주신 대추, 밤, 은행과 인삼, 황기 그리고 찹쌀 등을 넣고 프랑스에서도 귀…
30도가 넘는 초여름 무더위가 시작됐다. 집을 나설 때 슬리퍼를 신으려다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에 슬쩍 내려놓고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해변이 아닌 장소에선 슬리퍼 차림으로 외출하지 않는다. 파리 시내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이들의 대부분은 외국 여행객들이다. 바티칸 …
4월 발생한 기록적인 냉해로 프랑스 포도 농장들이 초토화됐다. 농민들은 포도 새싹이 얼어붙는 것을 막기 위해 밤새 횃불을 들고 나무 사이사이에 불을 지폈지만 소용없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곳은 내가 단골로 드나드는 동네 내추럴 와인숍이다. 이곳의 운영자는 에우엔 르무아뉴로 미슐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