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지 계속해서 이사를 다니고 있다. 아파트와 한옥에서 두 번씩 살았고 그 사이에 엄마 집에서도 2년을 기숙하듯 살았다. 지금 집은 세 번째 한옥으로,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작은 단독주택에 살았다. 이사의 번거로움이야 말할 것도 없는데 아내가 짐 정리하는 루틴을 보고 있으면 …
설 연휴를 앞두고 경기도 봉안당에 모신 아버지를 보고 왔다. 추석과 설, 1년에 겨우 두 번 가는 길인데 ‘어, 그때가 또 왔나?’ 생각하는 걸 보면 불효자임이 분명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엄마와 형, 누나가 단체로 함께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면서는 이런저런…
지난 연말 충북 제천에 있는 친구네 집에서 휴가를 보냈다. 그 친구네는 우리 집으로 오고 우리 식구는 그들 집으로 가고. 서로의 집을 바꿔 지내며 달콤한 사랑도 만난다는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같은 이벤트로 오랫동안 기약하던 약속이었다. 재작년 12월에도 그 집에서 소소하게 연말 …
내 이럴 줄 몰랐다. 매해 겨울 그렇게 성가시고 힘든 시간을 겪어 놓고도 다 잊어버리고 마냥 좋은 순간만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한옥은 그간의 한옥살이를 통틀어 창호(새시)가 있는 첫 번째 집이었다. 제법 번듯하고 탄탄하게 지어 손 갈 일이 많지 않을 줄 알았…
개인사업자에게 늘 아쉬운 것이 시간이다. 조직에서 나오는 순간 사고 체계가 바뀌는지 일을 거절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일상의 질이 떨어진다. 시간은 커가는 아이들에게도 부족하다. 특히 부모에게 할애하는 시간. 다 같이 모여 밥 한번 먹자고 해도, 여행 한번 가자고 해도 “안 돼” 하고 …
‘띠띠띠….’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 경기 양평으로 떠나는 버스가 후진하며 내는 소리가 그리 사람을 편안하게 할지 몰랐다. 서울에서 멀어진다는 것, 조금씩 벗어난다는 것이 왜 이리 위안으로 다가오는지. 지난 한 달, 강원 철원과 양평으로 버스를 타고 떠날 일이 있었다. 첫 여정에서는 막…
“이런 집 한 채만 있으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그냥 인생 성공.” 너른 마당, 남산타워가 보일 만큼 뻥 뚫린 전망, 바닥부터 천장까지 ‘공예로운’ 집임이 느껴지는 한옥 대청마루에 앉아 있다 보니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 차는 있어야겠다’ 싶었지만 더한 욕심은 정말이지 …
지난 추석 연휴, 차에 장모님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했다. 명절에 처갓집에 내려가면 군소리 말고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내년 설도 아내랑 같이 맞을 수 있다. 처갓집은 충남 공주. 동학사, 갑사, 신원사, 마곡사 등 명사찰이 많아 드라이브 코스도 그만큼 다양하다. 오랜만에 갑사…
미술이 서울을 점령한 것 같은 일주일이었다. 올해 최고의 아트 이벤트라 꼽힌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첫 공동 개최 전시. 코엑스에도, 이태원 바에도, 강남 럭셔리 브랜드 파티장에도 아트와 샴페인, 음악이 넘쳐났다. ‘지금 전 세계 아트 마켓의 주인공은 서울이다’라는 이야기가 과장…
아티스트를 만나면 꼭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미감을 추구하십니까? 하는 것이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추상적 질문일 수 있는데 그 답을 그가 사는 집과 공간에서 선명하게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다녀온 도예가 권대섭의 집이 그랬다. 그가 만드는 달항아리는 동시대 가장 유명한 창작…
“집의 환대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 주차장이잖아요. 그러니 그곳을 이왕이면 밝고 기분 좋게 만들면 좋지요. 작은 사각 연못도 만들고 수국도 심은 이유입니다. 욕실은 인간의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곳이에요. 옷을 다 벗으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촉감부터가 달라지기 때문에 미끄럼을 방지하…
서울 남산 아랫자락에 있는 밀레니엄힐튼이 올해까지만 영업을 하고 운영을 중단한다. 언론에도 여러 번 보도가 돼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에 갈 일이 있으면 직원분들에게 그새 달라진 것이 없는지 묻곤 한다. 호텔도 슬슬 이별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1983년 호텔…
“선배 저희 진도 여행 가요. 이번에도 와서 편히 쉬다 가세요.” 후배 나리에게 문자를 받고 야호! 소리가 절로 나왔다. 후배가 ‘모래내 산장’이라 부르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집에서 며칠을 머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이곳은 나리, 택수 부부가 아파트 대신 선택한 2층 벽돌집으로 …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러더라고. 다르게 살려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든가 이사를 하라고. 그 말이 영향을 많이 끼쳤지. 이제 제주도에서 보자고.” 안웅철 사진가가 지인들과 함께 마련한 송별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나이가 60세에 가깝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젊어 보이는 그는 “60년 …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활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세대별로 변화한 포인트가 다르단 것이다. 다양한 연령의 가족 구성원의 관심사를 한정된 공간에서 만족시키는 효율적인 인테리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취향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