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폐쇄됐던 구립체육관이 약 2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도 가볍게 체육관으로 가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실로 오랜만인지라 속도는 안 나고 숨은 가쁘고. 몸이 그새 또 주저앉았음을 실감하고 왔다. 일상을 찾았다며 좋아라 했는데 아직은 아니었다. 로비에 있…
북촌에서 전시를 보고 삼청동 뒷길로 산책 코스를 잡았다. 다음 일정이 없는 한가로운 오후였다. 사방에서 꽃이 터지는 중이었고 공기 중에 봄기운이 가득했다. 좀 걷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핸드폰으로 체크할 일도 있어 잠시 앉고 싶었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마음속은 모른다더니, 맞는 말이었다.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간 자가 격리를 하면서 여러모로 애매한 기분을 느꼈다. 개인사업자인 탓에 처음 확진 결과를 받고는 당장 그 주에 있는 업무 미팅과 일정이 걱정됐다. 하필 이번 주에, 하고 원망이 터져 나왔다. 사실 언…
좋은 음식과 와인처럼 최고와 최고가 만나 극강의 최고가 되는 것이 있다. 내겐 자연과 건축이 그렇다. 자연의 생태와 아름다움을 깨지 않으면서 세심하게 들어선 건물은 자연의 조화로움을 다시 보게 하고 건축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며칠 전 인왕산 등산로에 새로 생긴 인왕…
드디어 식탁을 바꿨다. 거창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한 결단이었다. 이전 칼럼에 ‘식탁이야말로 생활의 중심이고, 근사하고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이 있는 집에는 식탁이 집에서 가장 좋은 공간에 있더라’고 썼는데 내가 그러지 못했다. 이전 식탁은 나무다리 위에 유리 상판을 얹은 디자인이었다. 상…
지난주 난생처음으로 ‘봉사’를 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누님 덕분이었다. 가질 만큼 가졌고 좋은 브랜드, 좋은 서비스에도 훤한 그분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봉사 활동을 했다. 밥을 지어 무료 급식을 하는 일이었다. ○○밥집이라는 그곳에서 그녀는 식판을 나르고 보리차를 따라 주었다. 1…
이곳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민박집. 산꼭대기에 있는 곳으로 정원가들 사이에서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밭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시골 개 ‘구월이’와 ‘배추’가 있고 앞쪽으로는 텃밭이, 뒤쪽으로는 숲과 산이 펼쳐진다. 사장님이 뚝딱뚝딱 음식을 잘하시는 데다 함께 먹는 것을 별일 아니게 생각…
그의 이름은 이택수.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졸업 후 K은행에 들어가서도 꾸준히 토익 시험을 봤던 근면성실의 아이콘이다. 그의 집 책장에는 S대 졸업 앨범이 2권 꽂혀 있는데, 내 보기에 그것은 최고의 인테리어 소품. 속물인 나는 그 집에 갈 때마다 “나 한 권 주면 안 돼…
지난주 경기도 양평에 있는 숙소로 여행을 다녀왔다. 최근에는 건축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집을 짓거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자신의 건축 철학과 스타일을 알리는 건축가가 많은데 이곳도 그런 곳 중 하나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 산자락 바로 아래 둥지를 튼 땅에는 총 4채의 캐빈이…
작지만 큰 한옥이라니 무슨 말장난인가 싶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한옥은 작은 것도, 큰 것도 사실이다. 서울 안국동에 있는 이곳은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소유한 곳으로 물리적 크기는 66m²(약 20평)에 불과하다.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의 행랑채였고 이후 인쇄소로 사용하던 곳인데 지켜…
어떤 공간이 좋은 공간일까 종종 생각한다. 담양 소쇄원처럼 마음을 쉬게 하는 곳도, 이태원 구찌 매장처럼 눈과 감각이 즐거운 곳도 좋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멀리 데려가 주는 곳도 빼놓을 수 없다. 신자가 아님에도 성당이나 사찰에 가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잠시나마 영성…
갤러리 공간을 새로 얻으면서 근 두 달간 인테리어를 할 일이 있었다. 결혼할 때를 제외하면 내 인생에 이렇게 많은 쇼핑을(그렇다고 엄청난 금액도 아니지만) 한 때가 또 있었나 싶다. 예전부터 꼭 갖고 싶었던 앰프와 스피커를 샀고, 여러 명이 빙 둘러앉을 수 있는, 가로로 긴 테이블도 …
최근 책 한 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책이다. 독서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다는데 이제야 연이 닿았다. 1982년 일본의 고급 별장지 가루이자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위해 집의 문손잡이는 가급적 나무로 한다’는 규칙이 있을 만큼 사람을 위한 건축을 …
“신기해요. 따로 동선을 만들어 유도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이끌리듯 이 작품 앞으로 와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전시 관계자분에게 들은 얘기다.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들인 그 작품은 백자청화산수무늬병. 저 멀리 나즈막한 산이 펼쳐지고 강가에…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계속 감각적 즐거움을 좇게 된다. 거의 주말마다 비가 왔던 지난 한두 달 동안은 밤마다 향을 피웠다. 그러다 보니 또 자연스럽게 음악을 찾게 되고 좋은 스피커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리가 쾌락임을 알게 된 지는 꽤 됐다.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