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인문학자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한식에 담긴 인문학적 통찰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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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음식문화를 이야기할 때 젓가락 길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 젓가락은 우리보다 길고 뭉뚝하고 일본 젓가락은 우리보다 길이가 짧고 뾰족하다고 한다.중국은 농경학적으로 기름이 풍부하여 300~400도 이상의 온도에서 하는 요리가 많다. 이 방법이 중국에서 전통이 되기 전까지…
발효식품인 한국 김치의 독특성과 건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미 퍼져 있는 김치에 대한 왜곡된 이야기가 김치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대표적인 왜곡 주장은 ‘한국에서 중국의 파오차이, 일본의 쯔께모노, 독일의 사우어크라프트와 같은 절임류를 오랫동안…
우리 민족은 정(情)이 많은 민족이라 한다. 왜 유난히 우리만 정이 많은 민족일까? 결국 빵 문화와 밥 문화 차이이다.서양의 빵 문화는 유럽의 밀 농사와 연관돼 있다. 밀의 특성은 가을에 씨를 뿌려 겨울을 나고 봄에 수확하는 품종이다. 따라서 겨울에 비가 많이 오는 기후 특성을 가진 …
수렵채집 시대부터 세계 각 나라 고유 음식의 발달 역사를 보면, 주위 나라를 모방하여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지리적, 생태적 특성을 이용하고 극복하면서 발달하는 걸 볼 수 있다. 고유 전통 음식의 발달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였다.밥과 장, 김치로 대표되는…
불과 50년 전 서양문화가 들어오고 패스트푸드가 우리나라에 알려질 때 만해도 몇몇 미래학자들은 한식은 21세기에는 없어질 음식으로 예언하였다. 그 이유로는 맛과 영양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은데, 요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설거지하는 데도 품이 많이 들어 기계화되고 자동화되는 미래에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음식 분야에는 통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이다. ‘김치 역사가 150여 년밖에 안 된다’는 주장도 이 통설을 붙들다 보니 나온 것이다. 우리 음식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통설이다. 세계 어느 전통 발효 식품도 100∼200년 만에 …
한자 표현을 갖고 우리 음식을 이야기할 때는 매우 조심하여야 한다. 청국장을 나타내는 ‘시(豉)’는 기원전 중국의 문헌을 포함해 우리나라 문헌에 이미 많이 나온다. 중국 문헌인 박물지에 “중국에 청국장(豉)이 오랑캐에서 들어왔다”고 되어 있고, 우리나라 삼국사기 등에도 결혼 예물로 시…
우리 음식의 뿌리를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우리 한식을 조상들로부터 전수받아 오고 직접 만들어 주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빼면 안 된다. 할머니가 말하는 우리 음식 이야기에는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먹여 자식을 키우고 집안을 어떻게 지켜 왔는가’가 있다. 그러나 유교 정책을 펴온 조선시대부터…
장마철이다. 서울 경기 지방에는 며칠 전까지 비가 옹골지게 쏟아지더니만 지금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비가 오면 사람들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부추전이나 파전, 수제비나 칼국수로 이른바 솔푸드(soul food)라 불리는 음식들이다. 특히 1970년대 전후로 산업화가 …
지난번 칼럼에서 김밥 김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많은 분이 김의 역사에 대하여도 문의해와 김의 역사를 앞당겨 이야기하고자 한다. ‘김’은 소위 바다에서 나는 ‘풀’이라고 말하는 해조류로 미역, 다시마, 우뭇가사리, 파래 등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이다…
전분으로 구성된 쌀로 해 먹는 밥이나 떡은 식으면 노화(老化·retrogradation)가 일어나 밥이 굳어지거나 떡은 딱딱해져 쉽게 먹을 수 없다. 그래서 노화를 방지하려고 놋쇠 밥그릇에 퍼서 뚜껑을 덮어 이불 속에 넣어 두었다가 점심때 꺼내 먹었던 것이다. 떡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약 30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서 먹을 것을 찾아 아프리카를 떠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렵 생활을 하면서 물가를 따라가다가 어느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농경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황하 문명과 요하 문명으로 민족의 이동 뿌리가 갈라진다. …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에 관심이 높다. 이러한 현상에 비례하여 가짜 정보가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분야가 음식 분야이기도 하다. 지식인들이 하는 이야기라면 검증 없이 진실인 것처럼 무조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어 버린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닭도리탕’이 일본말이라고 하는 주장이다. 일본…
본란(本欄)에서 서양 음식과 한식의 근본적인 차이점의 하나로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그러면 정의 차원에서 한식과 K푸드의 차이는 무엇이냐’고 묻는 이가 많았다. 한식의 영어 표현이 K푸드(K-food)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답을 주기 위해 2015년 …
며칠 전 요즈음 세계적으로 핫(hot)한 김밥의 역사가 ‘한국이 원조냐, 아니면 일본이 원조냐’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 이럴 때 만일 어느 대학 교수가 한자로 된 오래된 책을 들먹이면서 김밥 비슷한 글자가 일본의 기록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며 ‘김밥의 원조가 일본인 것 같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