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처라고 부르지 말라 천불천탑(千佛千塔) 그 하나가 부족하여 날 새버린 개벽의 꿈이 아쉽다고 말하지 말라/ 마지막 하나의 부처가 내 배꼽 위에 앉아있는 너 자신임을 알기까지는 화순 들녘의 땀 흘리는 중생들이 바로 내 자식들임을 알지 못하리라/ 나를 보고 미륵세상을 노래하지 말라…
‘길이 산을 만나면 고개요, 물을 만나면 나루이다. 산은 하나의 뿌리로부터 수없이 갈라져 나가는 것이요, 물은 본디 다른 근원으로부터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조선 후기 지리학자인 고산자 김정호 선생(1804?∼1866?)의 말이다. 그렇다. 문경새재는 영남대로…
남양주 팔당에 가면 옛 중앙선 폐철로가 있다. 경춘선은 복선전철이 됐지만 중앙선 폐철을 걷다보면 경춘선 낭만을 대신 느낄 수 있다. 팔당역~능내역~운길산역 옛 기찻길이 바로 그곳이다. 옛 팔당역사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철로는 이제 녹이 잔뜩 슬었다. 기찻길은 열차 쇠바퀴의 담금질로 …
《‘덕유산 봉우리(향적봉) 위에는 깊은 못이 푸르고 깨끗하며, 좌우에는 흰 모래가 깔려 있다. 그나무는 붉은색의 몸통이고 잎은 삼나무 같으며,기이한 향기가 난다. 남쪽으로 지리산에 이어져, 천왕봉 등 열 지은 봉우리들과 300리에 걸쳐 이어지며 구름과 비로 서로 통한다. 남방의 명산은…
두물머리(二水頭)는 양수리이다. 두 큰 물,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북한강은 금강산에서 첫물이 솟는다. 철원 화천 춘천 가평을 거쳐 두물머리에 이른다. 남한강은 삼척 대덕산이 뿌리이다. 영월 단양 제천 충주를 휘돌아 나온다. 북한강과 남한강은 조선 땅의 가슴을 적신다. 큰…
하늘을 사모하는 마음이 그 누구와 비할 바 없어 몸은 항상 흰 구름을 데불고 있구나.발은 비록 물에 젖어 있으나 위로 위로 오르려는 염원.너는 일찍이 번뇌와 욕망의 불덩이들을 스스로 말끔히 밖으로 토해내지 않았던가.그 텅 빈 마음이 천년을 두고 하루같이 하나하나 쌓아올린 오름을 일컬어…
《다만 사람들이 빈 산골짜기로 올라와서 비탈에 하나씩 둘씩 돌을 쌓고 땅을 고르고 마침내 씨앗 뿌려 질긴 목숨 끌어갔음을 본다참으로 사람이야말로 꽃피는 짐승 가슴 가득히 불덩이를 안고 피와 땀을 뒤섞이게 하는 그것이 눈물겨워 나도 고개 숙인다구례군 토지면 직전마을 피아골 들머리 아침 …
빠르고 높고 넓고 편한 길을 버리고 일부러 숲길 고갯길 강길 들길 옛길을 에둘러 아주 천천히 걷고 또 걸어서 그대에게 갑니다 잠시라도 산정의 바벨탑 같은 욕망을 내려놓고 백두대간 종주니 지리산 종주의 헉헉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이는 길 잠시 버리고 어머니 시집 올 때 울며 넘던 시오리 …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같은 화산(火山)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언제 한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 같은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번 겪어야 하는가…
모악산(해발 793m) 자락은 온유하다. 봉우리는 암소 잔등처럼 아늑하다. 모악산은 동쪽 전주와 서쪽 김제 사이에 가부좌를 틀고 있다. 김제 너머 서해바다를 바라보는 눈길이 그윽하다. 김제 사람들은 모악산의 너른 앞가슴을 보며 산다. 모악산 뒤쪽엔 전주(12km)가 있다. 전주 사람들…
‘물은 힘차게 운동하고 산은 고요히 머물러 있는 것이 북한산의 멋진 경치이다. …아침에도 멋지고 저녁에도 역시 멋지다. 날이 맑아도 멋지고 날이 흐려도 멋지다. 산도 멋지고 물도 멋지다. 단풍도 멋지고 바위도 멋지다. 멀리 조망하여도 멋지고 가까이 다가가 보아도 멋지다. 부처도 멋있고…
《장안문(長安門)은 화성의 북쪽 대문이다.사실상 화성의 정문이라 할 수 있다.‘장안’이 상징하는 바는 ‘수도’이다.‘나라 안의 백성들이 행복하게 산다’는 의미이기도하다.국보1호 숭례문보다 더 큰 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김진국·김준혁의 ‘정조의 혼 화성을 걷다’에…
새와 짐승들하찮은 미물들까지 어르고 달래며 한반도를 안아 온 시퍼런 가장 뿌리는 지하 깊숙이 닻을 내렸지만 머리는 우주 끝까지 닿아있다눈보라 가득한 겨울과 겨울의 끝 그 고통의 관절 마디마디에 쌓인 눈보라 몇 수수만 년이던가그대 한 그루면 고래 등 같은 궁궐이 한 채 천자의 하늘나라 …
《봄에는 꽃이 피고가을에는 달이 밝네여름에는 시원한 바람겨울엔 흰눈부질없는 일로가슴 졸이지 않으면인간의 좋은 시절바로 그 것이라네― 송광사 대웅보전 앞에 걸린‘이달의 선시’(無門禪師작품)에서》어디 갔다 이제 오시나, 골골골 봄의 달음질전남 순천(順天). 하늘을 거스르지 않는 땅. 그곳…
봄이 오는 푸른 들녘엔 평사리 사람들 살내가… 바람이 강의 얼굴을 접었다 폈다 한다강에 담긴 산도 달도섰다 흔들렸다 한다바람 탓이다 상처 탓이다강의 물결은 바람으로 일고지리산 꽃들은 신음으로 핀다<최영욱의 ‘주름’에서> 바람이 알싸하다. 얼굴이 시리다. 매화꽃대가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