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코트 반대편에 서 있었다. 나와의 거리는 15m 이상.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듯 위압감을 줬다. 팔뚝은 웬만한 여성의 허벅지보다 두꺼웠다. 손바닥은 솥뚜껑 같았다. 팔까지 치켜드니 골리앗 앞에 선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던 그가 잠깐 인상을 썼다. 공포심이 배가됐다. 마침내 그…
《장애인에게 ‘레포츠’는 먼 나라 얘기다. 이동하거나 장비를 사용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장애를 딛고 매주 아이스링크에 모여 파워와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절단 장애, 소아마비, 척추 손상 등의 장애를 넘어 “운동을 통해 방 안에서만 살던 나에게 새로운 삶을…
《기자의 고향은 울산. 대학 입학으로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 18년 동안 눈을 딱 한 번 봤다. 이러니 겨울스포츠는 TV에서나 보는 남의 나라 얘기. 20대 후반에 스키와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그런 기자가 생경한 겨울스포츠 체험에 나섰다. 국내에선 아직 낯선 스노스쿠터(snow sc…
‘서투른 무당이 장구만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는 해도 자고 나면 신제품 쏟아지는 첨단세상에선 ‘장구도 장구 나름’이란 말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다. 스키도 같다. 카빙스키 등장(1993년) 후 스키의 발전은 놀랍다. 첨단과학이 아낌없이 접목되는데 방향은 조종성 향상이다. 어떻…
“야, 그러다 쓰러진다.” 서울국제마라톤 때마다 마스터스 레이스 도우미를 해주는 광화문페이싱팀 관계자의 제안으로 28km 트레일런(산악마라톤)에 도전한다고 주위에 알리자 한결같이 돌아온 대답이었다. 대회 당일 중도에 포기할까 봐 여러 사람에게 알려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 말인데 “이제 …
전광판을 바라봤다. 남은 시간은 3분. 머릿속은 이미 하얘진 지 오래. 이마에서 흘린 땀은 눈을 찔러 따끔거렸다. 형용할 수 없는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타는 목마름은 이미 10분 전부터 바로 옆에 놓인 음료수를 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음료수를 마실 수도 땀을 닦을 수도 …
줄에 의지해 바위를 오른다. 가끔 하늘을 바라본다. 허리를 약간 젖힌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콧등에 떨어진다. 주머니에서 초코바를 꺼내 한 입 베어 문다. 예전 TV광고의 한 장면처럼. 하늘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산뜻하다. 그건 단지 상상일 뿐이었다. 지상으로부터 불과 6m. 땅도 하…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한 까닭은 주유의 계략에 말려 수군 책임자 채모와 장윤을 죽였기 때문이다. 수군 사령관을 스스로 자른 조조는 83만 대군을 허망하게 잃었다. 바람과 물의 이치를 모르고 천하를 얻기란 불가능했나 보다. 체험 시리즈 과제로 윈드서핑을 받아들고 기자는 백조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