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없는 일주일. 사는 게 왜 이리 어수선하고 살맛 안 나는가. 지나가는 말로 “내 없어 봐야 내 존재를 알거야” 하던 아내의 넋두리가 내 맘을 절절히 파고든다. ‘일주일만 참으면 되지, 뭐.’ 내가 나를 토닥인다. 하지만 이게 일상이 된다면? 젖먹이 아이같이 가슴이 철렁하고 아찔하…
강산이 대여섯 번이나 변하도록 남쪽 밥을 먹었어도 남쪽이 타향인 사람들은, 북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만 보고도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북쪽 출신 아니고는 명함도 끼워 넣지 못하는 지병이다. 내 아버지도 그중 한 사람이다. 아버지의 망향은 참으로 끈질겼다. 악센트가 강한 함경도 사투리를…
만추의 교정에 가을볕이 따사롭다. 빨강 노랑 초록이 어우러진 가을빛은 계절의 축복이다. 사과 감 배의 성숙과 황금들판의 결실도 그러하다. 자연을 찾는 가을 객은 이 풍요와 정취를 마치 자신들을 위한 잔치로 착각한다. 그러면 또 어떠랴, 사람들은 만물의 영장이고 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자…
글은 마음의 그림자다. 나는 힘들 때 아들에게 가끔 글을 쓴다. 물어보지 못한 안부를 엽서로 묻는다. 엽서가 책상 위에 쌓여갔다. 부치지 않는 까닭은 당장 답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기적이 일어났을 때 엽서를 끄집어내 아들에게 설명할 요량이다. “아버지의 마음이 이랬…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다. 내가 자라던 시절, 버스에서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고, 노인을 공경하라는 것은 늘 듣는 이야기였다. 요즈음 지하철을 타려면 우선 겁부터 난다. 어디에 서 있어야 할 줄 모르겠다. …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도 되나요?” “선생님, 프린트 가져와도 돼요?” 오늘도 어김없이 들꽃 같은 학생들이 하나하나 허락을 구한다. 여전히 어른들의 말을 믿고 따르고 행동한다. 작년 이맘때쯤엔 소풍과 수학여행과 체육대회라는 굵직한 행사들로 마냥 신나고 들떠 있었는데, 올해는 아…
5월이 되었다. 가정의 달이다. 일 년 열두 달 늘 바쁘게 살더라도 나와 내 가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마음은 다른 해의 오월 같지가 않다. 국민신드롬이나 국민우울증이라고 불러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온 세상의 기운이 착 가라앉아 있다. 국내 …
평소 마라톤을 한 경력은 있지만,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그것도 사막에서 이루어지는 250km의 사하라 레이스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홍콩의 영화감독 왕자웨이(王家衛)가 말하지 않았던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 그렇다. 목…
서울에서 아파트에 살다가 남편의 퇴직에 맞추어 서울 근교에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집에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소망 외에도 자연 속에 살다 보면 건강이 더 좋아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골에 살아 보니 정신 차리지 않으면 건강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경험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을 갖는다. 그 기간이 길든 짧든, 누구나 한 번쯤은 환희와 고통을 경험하곤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삶을 보다 다채롭게 만든다. 그것이 어떠한 경험이었든 간에, 시간이 지난 후에 바라보는 자신의 연애담은 액자 속 빛바랜 사진처럼 아름답기 마련이…
부정-분노-받아들임. 암 진단을 받은 후 대부분의 암 환우들이 겪게...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세상이다. 취직 못하면 남자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도 결혼하기 어렵다. 부모 등골 빼먹는다는 소리 들으며 힘들게 대학 마치고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 통과해 결혼까지 했는데, 막상 아기를 낳자 맡길 곳이 마땅찮다. 염치 불고하고 양가 부모님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다. …
부모는 살아계실 때 온 정성을 다해 자식을 사랑한다. 그러나 자식은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부모를 사랑한다. 내 꼴이 꼭 그렇다.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사랑한다는 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나는 2남 6녀의 막내로 자랐지만 어머니로부터 속을 알 수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
나는 순복음 교회 교인이었다. 성장기 기독신앙 때문이었는지 공익과 공공선을 우선시하는 업무만을 계속해 왔다. 만져지지 않는 가치를 키우는 일, 내게는 그런 일이 기쁘고 신나는 일이었다. 일본 릿쿄(立敎)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도쿄(東京)대 법학정치학연구과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내 전립선이 달걀만 하뎌.” “수술 안 해도 된뎌.” “방송에 나오는 교수님들이 다 모였당게!” “별의별 검사를 다 했지라우.” “이런 게 대학병원이구먼!” 왁자지껄 모두가 희희낙락합니다. 지난 주말 전북 두메산골 장수에서 벌인 23번째 전립샘 무료 진료 행사장 풍경입니다. 사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