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겨울바다를 향해 연인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새해 펼쳐질 연인들의 바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끝없는 가능성이 펼쳐진 대양(大洋)이 있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하얗게 부서지는 거친 파도 앞에 서기도 하겠죠. 하지만 함께 있으니 두렵지 않을 겁니다. ― 강릉 경포대에서 장승윤 기자 t…
먹고 힘내서 훨훨 날아라 과자도 할아버지의 눈길도 얻지 못한 동네 강아지가 뾰로통하게 갈매기를 흘겨봅니다 날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대신 잘 뛰잖아 하루하루가 귀한 12월 어느 날 다짐해봅니다 새해엔 비교와 욕심은 덜고 사랑은 가득 차오르길….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천마을…
‘사랑해’ ‘아이러브유(I Love You)’ ‘워아이니(我愛N)’ 고백 하나 걸어두고 다른 고백 여럿 훔쳐보며 다짐해봅니다 새해에는 더 큰 사랑 줘야지 ― 서울 종로구 인사동 쌈지길에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저 여의주를 먹고 용이 되고 싶다. 풍경(風磬) 속 붕어의 꿈. 깜도 안 되는데 욕심만 큰 것일까. 걱정 말게나. 여의도에 그런 붕어들이 그득하니. 슈퍼문이 뜬 날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 칸 조마조마 성냥집 쌓아올리던 막냇동생 얼굴 두 칸 문 걸어 잠그고 방에 틀어박히던 오빠 얼굴 세 칸 기차 연필깎이 건네며 ‘공부 열심히 하라’던 아버지 얼굴 작은 유리상자 속에 우리의 시간을 묶어뒀습니다 언제든 와서 꺼내보세요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신원건 기자 l…
발끝부터 감각이 사라져간다 이제 잠들어야 할 시간 신록의 청춘과 화려했던 장년도 이제는 어제의 일 나는 무엇을 남겼고 무엇으로 기억될까 우리는 왜 존재했을까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하늘공원 인근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너, 나 사랑해?” “응.” “얼마만큼?” “이만큼∼.” “쟤들 봐∼! 조숙하네.” “좀 배워∼.” 어른들은 왜, 좋은 것을 좋다고 표현하지 못할까요. 그리운 사람이 더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먼저, 표현하세요. 잘 있었냐고. ― 경기 양평군 서종면에서 박영대 기자 …
나무들도 엄동설한을 대비해 옷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늘 보던 지푸라기 넝마가 아니라 고운 꼬까옷이네요. 다른 동네 나무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요. 겨울에 만나는 일상이지만 일하는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면 이런 차이가 생기는군요. 오늘 당신은 어떻게 일하고 있습니까? ― 서울…
시간이 가고 해가 기웁니다. 아이들의 그림자가 어른만큼 자랍니다. 어른이 된 그림자들이 햇살 끝자락을 붙들고 열심히 공을 찹니다. 시간이 가고 해가 기웁니다. 그림자가 사라지면 놀이는 끝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계속 자랄 겁니다. ― 경기 용인시 고기초교에서 양회성 기자 yohan@…
겨울이 되면 2000km를 날아오는 강인한 새. 전설 속에서는 1000년을 산다는 영험한 새,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 60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귀한 새. 재두루미가 올해도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연미복 입고 우아하게 비상(飛翔)하는 저 날갯짓을 계속 보려면 파란 가을 …
가만히 마음을 가다듬고 점프! 눈밭과 함께 호흡하며 씽씽 쌩쌩 빛의 속도로 내달립니다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 전 국민이 손잡고 힘차게 뛰어오른 만큼 무사히 착지할 수 있겠죠? ―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올림픽파크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느림보들, 오늘도 제자리걸음이네.” 씽씽카를 탄 아이가 아기 달팽이 형제를 놀리며 빛의 속도로 미끄러집니다. 시무룩해진 형제를 향해 엄마 달팽이가 건네는 말. “넘어질라 뛰지 말렴. 언제까지고 기다릴게.”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에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
32년 만의 최장 연휴 새소리마저 삼킨 듯 고요한 산 정상. 자연과 호흡하노라니 모험, 기대,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잊고 산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 에서 큰 다독임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월요일이네요. ―설악산 성인대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장승윤 기자 tomato…
영차영차. 힘껏 밀어보지만 제 몸집만 한 공은 야속하게 자꾸만 뒤로 되굴러옵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이 차오르지만 다시 힘을 내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한 ‘희망운동회’.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모습이 ‘희망’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1년에 단 하루가 아…
쪽머리에 비녀는 없지만, 그래도 왠지 어색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경복궁에 놀러온 태국 여성들이 한복을 곱게 입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네요. 누군가는 정체불명의 한복이라고, 누군가는 상술이라고 폄훼하지만, 외국인들이 곱게 한복을 입은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지 않나요? 서울 경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