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머리에 비녀는 없지만, 그래도 왠지 어색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경복궁에 놀러온 태국 여성들이 한복을 곱게 입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네요. 누군가는 정체불명의 한복이라고, 누군가는 상술이라고 폄훼하지만, 외국인들이 곱게 한복을 입은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지 않나요? 서울 경복…
―똑똑,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어서 오세요. 약소하지만 얼마든 들고 가세요. ―꽃꿀이 유독 달콤하네요. 비결이 뭔가요? ―글쎄, 마지막을 내어주는 마음이 담겨서일까요. 사실 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꿀벌님 덕분에 저를 닮은 꽃이 어디선가 또 피어나겠지요. 서울 종…
젊은 ‘버스커’와 비교하면 초라할 테고, 음악도 화려함과 기교보다는 아마 잔잔하고 구성질 테죠. 그래도 좋습니다. 화려했던 시절은 지났지만 손 끝 감각은 여전하고, 노악기(老樂器)의 음색도 여전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삶이 있듯, 노악사(老樂士)의 연주도 그만의 소리로 탑골공원을 …
“와-” 외쳐 보고 싶은 “풍-덩” 뛰어들고 싶은 (윤이현 ‘내 마음 속의 가을 하늘’ 중) 그네를 타고 와∼ 외치며 하늘로 풍∼덩 뛰어들고 싶은 요즘. 가을 하늘과 그네 한 줄에 세상 행복을 다 끌어안은 아이의 웃음이 푸르게 싱그럽습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대둔도에서 신…
난데없이 쏟아진 소나기에 허둥지둥하던 ‘길냥이(길+고양이)’. 다행히 비 피할 곳을 찾아 한숨을 돌렸네요. 어떻게 거기 들어갈 생각을 했을까요. 튼튼한 지붕에, 몸에 딱 맞는 데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을요. 낙산공원 한양도성 성곽처럼 이따금 어깨 기댈 친구도 곧 만날 수…
무지개 너머 어딘가, 저 높은 곳에 자장가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곳이 있어요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하늘은 파랗고 꿈꾸었던 꿈이 이루어지죠. 영화 ‘오즈의 마법사’ OST 중 ‘Over the Rainbow’의 한 구절. 그렇습니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겁니다. …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한 아이가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 바닥에 얼굴을 대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물줄기를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가동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지요. 친구같이 놀던 분수에게 ‘내일 또 올게’라고 속삭이는 것 같네요.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친 기색의 짐꾼이 낡은 리어카에 커다란 액자를 싣고 갑니다. 금빛 꼬리를 펼친 공작새와 형형색색의 모란꽃이 화려하게 액자를 수놓았습니다. 꽃이 피듯 부귀영화가 피어난다고 하는 ‘화개부귀도(花開富貴圖)’. 먼 중국 땅이지만 저 짐꾼의 마음밭도 꽃처럼 반짝였으면 좋겠습니다. 중국 랴…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온도를 ‘이슬점’이라고 합니다. 기온이 이슬점 아래로 내려가야 이슬을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같은 폭염엔 이슬점이 20도에도 못 미치지요. 열대야를 견디고 땀 흘리며 산에 오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귀한 존재, 한여름 이슬.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
‘초보 서퍼’들이 아기처럼 걸음마를 배우는 데 한창입니다. 아직 배밀이 단계도 못 뗀 사람, 겨우 팔다리로 기어 다니기 시작한 사람,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지만 두 다리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 물 위에 동동 떠 있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보드 위에 서게 된다면…. 파란 바다, 시원한 파…
지구에 남아 있는 저어새는 불과 3000여 마리.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해안가에 모인 저어새 10마리가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영흥도와 강화갯벌 등 인천 경기 해안가가 저어새의 쉼터 노릇을 한다고 하니 더 위안이 되는군요. 내년엔 이 바위에 더 많은 저어새가 앉아있기를 바랍니다. …
충남 예산군 덕숭산 자락에 고즈넉히 자리 잡은 수덕사(修德寺). 이 고찰 가장 깊은 곳에는 700여 년을 버텨 온 대웅전이, 앞마당에는 500살 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500년을 드리운 그 그늘 아래 걸터앉아 초록을 바라보고 바람을 맞으면 바쁘게 돌아가던 시간도 잠시 쉬어갑니다. …
‘언제라도/자비심 잃지 않고/온 세상을 끌어안는/…/온 우주에 향기를 퍼뜨리는/넓은 빛 고운 빛 되게 하소서’ (이해인, ‘연꽃의 기도’ 중)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 연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연꽃이 진흙탕 속에서 꽃을 피우듯, 유난히 가물고 더운 여름, 연꽃을 닮은 사람이 …
속세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조곤조곤 걷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습니다. 땅끝마을 달마산을 품고 있는 전남 해남 미황사의 주지스님 방입니다. 대웅전 앞 담벼락 너머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향기로운 찻상을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해남=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
2017 투르 드 코리아 출발지인 전남 여수시 소호 요트경기장. 이곳에서 열심히 홍보활동을 벌인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와 ‘수호랑’의 주인공들이 짧은 휴식을 취하려고 두꺼운 탈을 벗고 무대 뒤로 사라집니다. 진정으로 땀 흘려 일하는 그들의 열정에 응원을 전합니다. 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