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금은 시큼하지만 입술에서 잔을 떼는 동시에 구수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텁텁한 듯하다가도 이내 걸쭉한 요구르트마냥 부드럽게…
안무단체 ‘나나스쿨’은 국내 방송·가요 안무의 산증인이다. 정진석 나나스쿨 단장(37)을 최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나나스쿨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지난달 이전해 문 연 이 공간은 건물 6층에 자리해 3면의 통유리를 통해 채광과 시야가 충분히 확보된 쾌적한 곳이었다. 정 단장은 소녀시…
스키 시즌이다. 개장을 기다려온 스키어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새하얀 설원을 수놓고 있다. 지난 주말(5일) 경기 광주에 있는 스키장 곤지암리조트도 문을 열었다. 곤지암리조트는 올해 개장을 앞두고 65세 이상 스키어들로 구성된 ‘곤지암 스키클럽’을 만들었다. 스키 1세대와 그 가족이…
“건강하시죠?” 물었다. “예전 같지 않네요” 답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과 신촌역 사이에 있는 극장에서 신촌역 방면으로 걸었다. 그는 남서쪽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가 곧 내릴 듯했다. 회색 빌딩 숲 위를 회색 구름 떼가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저 위에 계신 분이 참 야속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공사 기간 2009∼2013년·사업비 약 22조 원)만큼 찬반 여론이 명확히 갈린 국책 사업은 드물다. 비슷한 경우라면 야당 반대가 심했던 경부고속도로(1968∼1970년·429억 원)나 환경 파괴 논란에 완공 시기가 크게 늦춰진 경부고속철도…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망경대산길 135-3. 해발 1100m 망경대산 서쪽 800m 고지에는 만봉사·만봉불화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150억 원을 투자해 대지 7687m², 지하 1층 지상 2층 박물관에 고 만봉(萬奉) 스님이 그린 탱화 2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어찌 된 영문…
《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해봤다면 누구나 읽어 봤을 글귀다.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문에 붙어 있는 작은 포스터 글귀에도 시선이 자꾸 간다. “사랑은 아낌없이 주고도 혹시 모자랄까 걱정하는 마음입니다” 같은 한 줄짜리 글이나 유명 인사가 …
서울 마포구 상수역 인근 골목. 아담한 3층 건물 2층에 온통 만화로 파묻힌 카페가 하나 있다. 1990년대에 흔히 보이던 만화방 겸 카페의 잔재려니 싶지만 구석구석 뜯어보니 차원이 다르다. 토니 스타크의 저택 지하 작업실 벽면을 그대로 축소해 옮겨놓은 듯한 수십 종의 아이언맨 슈트 …
《 ‘오늘은 비가 안 오나.’ 요 며칠 땡볕에서 농사일에 미역 양식까지 온갖 일을 하다 보니 온몸이 쑤셔댔다. 하늘도 찌뿌듯한 게 잘하면 비가 쏟아질 거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방구들에 드러누워 버렸다. “주현이 너 뭐 하냐! 언능 밭에 안 나가 보고!” 예상대로 아버지의 불…
소녀의 손은 한시도 쉬지 않았다. 탄산음료 캔을 쥐고 있을 때는 작게 오므린 채, 책상 위에 올려놨을 때는 조금 느슨하게 편 채, 다섯 손가락을 끊임없이 움직였다. 옆에 앉아 조금만 지켜봐도 알 수 있었다. 손가락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틈만 나면 ‘상상 연주’를 하는 소녀. 지…
남들은 제대하고 나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군부대를 40년 동안 찾아다녔다. 최전방 부대에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또 사실 한편으론 그랬어요. (내가) 노래 더 할 수 있나? 음악 더 할 수 있나? 더 해야 하나?…” 고지가 눈앞이었다. 앞서 누군가로부터 ‘한영애가 가수 인생을 정리하고 은퇴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성북구 선잠로의 한 음식점으로 그를 만나러 간 건 …
《 서태지는 비행기에서 늘 창가 자리에 앉는다. 그의 옆자리에는 늘 같은 사람이 탄다. 이 사람은 늘 앉자마자 시원한 몸짓으로 신문부터 펼친다. 안쪽에 앉은 서태지의 얼굴이 바깥에서 전혀 보이지 않도록, 넓고 크게. 그는 민간경호업체 TRI인터내셔널의 김성태 대표(46)다. 1993년…
스키 마니아들에게 그는 ‘스키의 신’으로 통한다. 흠 잡을 데 없는 폼과 자로 잰 듯 정확한 코너워크, 순간적인 스피드까지…. ‘스키의 교본’을 구현한다는 스키 데몬스트레이터(Ski Demonstrator·이하 스키 데몬) 중에서도 최고라고 인정받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스키 데몬은 스…
“동규야, 왜 우리 집만 모기가 들끓는 거냐.” 2002년 5월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강원 원주의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 놀러갔다. 푸른 언덕 위에 예쁘게 지은 하얀색 건물이었다. ‘시골에 가서 여유롭게 카페나 하며 살겠다’고 노래를 불렀던 친구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