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게 외국에 나가 유명 상표의 셔츠를 사왔는데 뒤늦게 상표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표시를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1970, 80년대에 있었다. 근면성을 바탕으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던 당시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던 일…
《 권수완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동물원장(56)을 최근 만나고 나서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미래의 동물원은 어떤 형태로 남을 것인가’란 질문들이 뇌리에 내내 머물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 수컷 판다 ‘러바오’(樂寶·‘즐거움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
《 누군가 외식업을 시작한다고 해보자. 매장 디자인, 식자재 구매, 타깃 소비자 설정….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럴 때 감각 있는 전문가가 조언해 준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서른아홉 살 김아린 씨는 20대 후반부터 국내 식당들의 매장 콘셉트와 상품, 메뉴 등을 개발…
《 냄비에 보라색 샬롯(미니양파)과 버섯, 사과 브랜디 등이 담겨 불 위에서 졸여지고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소스다. 옆 프라이팬에서는 삶은 감자를 으깨 생크림을 섞은 감자전이 익는다. 노르망디 소스와 제주 흑돈구이, 감자전과 쇠고기 등심 고명 샐러드의 만남. 한국과 프랑스 음식의 마…
《 공효진: “영어 좀 하죠? (‘SSG’라고 쓰여 있는 화면을 가리키며) 이거 읽어봐요.” 공유: (힐끗 쳐다보고) “쓱.” 공효진: (무표정하게) “잘하네.” 히트 광고가 나왔다. 지난해 12월부터 방송된 후 지금까지 유튜브 동영상 조회 건수가 250만 건. 신세계그룹의 통…
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저 응접실에 들어서자 그랜드피아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벽면엔 대형 그림 두 점이 걸려 있었다. 대사관 측에 물어보니 불사조(不死鳥)를 그린 오른쪽 직물화는 살바도르 달리, 왼쪽 추상화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한국인 1세대 화가인 이세득(1921…
《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노신영 전 국무총리(86)는 인터뷰하는 3시간 내내 말을 아꼈다. 그러니까 ‘노신영’이지 싶었다. 그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외무부 장관(1980∼1982년), 국가안전기획부장(1982∼1985년), 국무총리(1985∼1987년)를 역임했다. 하나같이 알고…
《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학자인 정진홍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78)에게 질문했다. “폭력시위를 주도했던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25일간 은신했습니다. 다친 새가 날아들면 품어 안는 게 종교의 속성 아닐까요. 그런데 그를 거둬준 종교계 온정이 사회 정의에…
《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 중)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중동 전문가로 언론에 자주 나오는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47)를 최근 만났다. 그는 말했다. “사막의 밤하늘은 별이 쏟아져 아름답지만, 한낮의 사막은 죽음을 …
《 한국과 프랑스는 내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5∼2016년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들을 연다. ‘프랑스 내 한국의 해’가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가 내년 1월부터 1년간 계속된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이를 계기로 처음 방한해 4…
《 ‘생각하는 정원’은 제주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에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협재 해변으로부터 제법 들어와 있고 다양한 식생으로 우거진 산림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중산간이다. 이곳의 성범영 원장(76)은 말했다. “바다의 짠 기운이 올라오면 안 되죠.” 그는 소금기를 막는 대신 흙…
《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자리에 커다란 검은색 양(羊) 인형을 품에 안고 왔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겸 성주그룹 회장(59).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성주그룹 사옥 1층 MCM 매장에서 만난 그는 흰색 운동화와 셔츠, 감색 줄무늬 재킷의 경쾌한 차림이었다. “제 사무실…
이진아기념도서관.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 안에 있는 구립도서관이다. 나무의 질감을 담은 건물, 인왕산이 펼쳐지는 큰 창문. 마당에서 어르신들은 체조를 하고, 아이들은 뛰논다. 국내 공공건물 중 평범한 인물의 이름을 붙인 사례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진아기념도서관이라고 하면 “이진아가 …
《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사장을 인터뷰하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두 개의 산이 있었다. 첫째는 샤넬의 까다로운 ‘서면 심사’였다. 샤넬 프랑스 본사는 내가 과거에 썼던 명품업계 기사 세 건과 인터뷰가 실릴 지면을 파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둘째는 일종의 자기검열. 샤넬을 ‘부자…
《 뿌리를 기록하고 기억한다는 것, 대(代)를 이어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 나는 미국인 찰스 B 모펫(Moffett·69) 씨의 가족을 통해 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 찰스 씨의 애칭은 찰리였다. 어린 찰리는 대구에서 나환자들과 함께 자랐다. 나환자는 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눈썹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