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의 날일 자 행마는 백 ◎ 한 점의 축머리도 겸하고 있다. 흑 55의 보강은 필수. 그러자 백 56, 58로 별로 힘 들이지 않고 우변에서 안정했다. 알파고는 이런 쉬운 수들을 잘 찾아낸다. 흑 59가 구리 9단의 기풍을 느끼게 하는 강수. 구리 9단에겐 확실히 사냥 본능이…
백 ○로 끊어 국면이 복잡하게 얽히나 싶었는데 흑 47을 본 알파고는 백 48, 50으로 상변을 안정시키며 일보 후퇴한다. 백 48 대신 참고 1도 백 1을 두면 중앙 봉쇄는 가능하다. 그런데 상변 백의 생사가 불투명하다. 흑 2가 한눈에 들어오는 수. 이곳 변화는 수십 개나 될 …
흑 ○로 붙여간 것은 정수. 좌상 흑이 생각보다 허약하기 때문에 일종의 보강도 겸하고 있다. 알파고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백 32, 34로 죽죽 밀어 올린다. 여기서 흑이 참고도 1로 끊어 백 한 점을 잡는 건 너무 나약한 수. 백 6까지 백의 자세가 훌륭할 뿐 아니라 우변 흑 진을…
백 18을 본 구리 9단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렇게 치받는 수는 속수라고 해서 금기시하는데 알파고는 태연히 둔다. 참고 1도를 보자. 백 1이 인간 바둑 세계의 정수다. 여기서 흑은 손을 빼고 큰 곳인 2를 둔다. 백 3으로 젖혀 당장 싸움을 걸어도 흑 10까지 흑에게 불리한 모양…
알파고의 상대로 구리 9단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커제 9단이 등장하기 전까지 중국의 1인자로 꼽혔다. 흑을 든 구리 9단은 평소 주특기인 3연성 포석을 펼친다. 흑의 세력 작전에 알파고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백 10의 걸침 대신 참고 1도 백 1에 …
이 바둑은 승패를 떠나 초반 알파고의 좌하귀 삼삼 침입이 준 충격이 컸다. 참고도 흑 5(실전 흑 19)는 그동안 ‘인간의 바둑세계’에선 금기로 통하던 것이다. 그 이유는 초반 삼삼침입은 그로써 얻는 실리에 비해 상대에게 너무 큰 세력을 내줘 이후 국면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
흑 23의 건너붙임. 백 ○로 끊을 때 김정현 6단도 이미 예상한 수였다. 이른바 결정타다. 김 6단이 뻔히 흑 23을 알고 있으면서도 백 ○를 둔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더 이상 승부를 겨룰 곳이 없으니 돌을 던질 명분을 찾기 위해 제 몸을 호랑이 앞에 던지는 것과 같다. 흑 2…
평범한 흑 ○이 왜 좋은 수인가 하면 참고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백이 참고도 1로 버티면 흑 2가 있다. 백 3으로 젖힐 때 4의 양호구로 흑 말이 연결된다. 이건 백 집이 너무 많이 깨진 모양이다. 그래서 실전 백 8은 불가피한 보강이다. 하지만 흑 9로 지키자 중앙 흑 집이…
이 바둑은 김지석 9단이 아니라 김정현 6단이 알파고와 둔 대국입니다. 그동안 잘못 나간 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흑 ●가 놓이자 좌하에서 중앙으로 뻗어 나온 백 대마에 비상이 걸렸다. 알파고는 흑 ●처럼 평범하지만 반상을 호령하는 수를 잘 찾아낸다. 알파고 스타일은 전성기…
흑 ●가 반상 최대의 곳. 정상적이라면 백은 위나 아래로 늘어 받아야 하는데 또 선수를 빼앗기기 때문에 그럴 기분이 나지 않는다. 김지석 9단은 백 80으로 붙여 교란작전에 나섰다. 백 82로 참고 1도 1로 끊는 게 흔한 맥점이지만 지금은 흑 4로 빵따냄을 하고 8로 지키면 백…
쉴 틈 없는 초읽기 와중에서도 김지석 9단은 의아함을 느낀다. 행마에 어긋남이 없었는데 주도권이 계속 흑에게 넘어가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흑이 완벽하게 두고 있다는 뜻일까. 커제, 박정환 9단을 연파한 실력자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답답할 줄 몰랐다. 흑 69같이 …
흑 57은 기분 좋은 선수. 여기서 응수를 조심해야 한다. 모양이 좋다고 참고 1도 백 1을 두면 흑 2의 한 방이 아프다. 백 3으로 늦춰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 차후에 흑 ‘가’, 백 ‘나’, 흑 ‘다’로 두면 백이 미생이어서 부담이 크다. 알파고는 여기서 좌하 백을 공격하…
백 ○로 하변의 요처를 차지했다. 전보에서 보여준 대로 여기서 흑이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두면 안 된다. 이때 놓인 흑 45가 알파고의 실력을 웅변한다. 하변 백 진에 침투하지 않으면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백 46은 좁지만 놓칠 수 없는 수. 마음 …
흑 ● 이후 좌상 정석은 서로에게 뻔한 정석. 물론 수순을 바꿔 다른 정석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실전이 둘 다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다. 흑 35로 밀어 가는 것이 두터운 수. 이런 수는 전성기 때의 이창호 9단을 보는 듯하다. 발 빠르게 좌변을 전개할 수도 있으나 이처럼 느긋하…
알파고가 바둑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나쁜 수’로 낙인찍혔던 수를 서슴없이 구사해 바둑에 대한 인간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흑 19의 삼삼 침입은 ‘경악’ 수준이다. “초반 삼삼 침입은 좋지 않다”는 것은 초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얘기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