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박정환 9단이 모두 2연패를 당하는 것을 본 김지석 9단이 알파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흑 5처럼 두 칸 벌리는 굳힘은 실리 위주의 현대포석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었는데 알파고가 애용하고 있다. 알파고는 참고도 흑 1의 날일자로 지키면 백 6으로 어깨 짚어오는 수를 싫어한다…
‘도대체 어디가 문제였을까. 내가 뭘 잘못 뒀을까.’ 이 대국이 끝난 뒤 박정환 9단의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이었다. 그가 아무리 수순을 되짚어 봐도 딱히 잘못 뒀다고 할 만한 수가 없었다. 약간 아쉬운 수가 있었지만 그저 느낌일 뿐이지 ‘실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백 ○는 전보에서 말한 대로 10집 끝내기. 흑 35는 손 뺄 수 없는 곳이다. 집으론 8집 정도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두터움이 있다. 만약 35를 두지 않으면 백이 참고 1도 1, 3으로 한 점을 잡는다. 차후 백이 ‘가’로 젖히면 하변 흑 전체의 생사가 문제가 된다. 백 36…
이제 본격적인 끝내기다. 하지만 복잡한 곳이 없다. 박정환 9단 정도의 정상급 기사에겐 그저 영역을 확정짓는 과정일 뿐이다. 백 16에 붙여 집을 만들 수 있어 백의 우세는 변함없다. 우상 흑 집도 크지만 중앙 백 집 역시 만만찮게 불어난다. 백 20으로 늘어 둔 것 역시 두텁다…
국면이 매우 단순하다. 변의 모양은 대략 결정됐고 우중앙 쪽 흑 집이 얼마나 부풀어 오르는지가 유일한 변수다. 변화의 여지가 없으면 불리한 흑으로선 뒤집을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흑은 95, 97로 계속 우중앙 흑 집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백 집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
흑의 우상귀에 쳐들어온 백을 잡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흑 73 대신 참고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이 필살기인데 백 10을 선수하고 12, 14로 나와 끊으면 어떤 수라도 난다. 아마추어에겐 참고도 14 이후 백의 행마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프로의 시각에선 우하 쪽에 단단히 버티고…
흑 ●에 알파고는 백 58로 받았다. 인간끼리의 바둑이었으면 침착한 정수라고 할 텐데 알파고에겐 ‘침착’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알파고에게 백 58은 아마 승률을 떨어뜨리지 않는 수였을 것이다. 박정환 9단은 흑 61로 귀에 침입해 모처럼 알파고의 약점을 찔러 간다. 그러나…
흑 ○에 이어 47로 밀어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거꾸로 이곳을 백에게 밀리면 하변 흑이 곤란해진다. 대신 좌변 흑 말의 중앙 진출로가 막혔기 때문에 흑 49부터 좌상 쪽과 연결해 넘어가는 것 역시 필수. 집으로는 크지 않지만 백에게 좌변 흑이 시달리는 것을 방비한 의미가 크다.…
백 ○를 보면 알파고가 얼마나 ‘어깨 짚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3선에서 주로 써 온 ‘어깨 짚기’를 5, 6선에서도 과감하게 쓰는 건 알파고가 선사하는 새로운 세계다. 박정환 9단은 백 ○에 대한 응수를 차분히 생각하고 싶지만 초읽기 속에서 수읽기를 할 여유가 없다.…
백은 상변 백을 두텁게 정리하면서 선수까지 잡았다. 미묘하게 백의 흐름이 흑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 물론 알파고는 이 차이를 수치화해서 자신의 승률을 계산하고 있었을 것이다. 알파고는 백 26, 28로 실리를 취하며 집의 균형을 맞춘다. 박정환 9단의 흑 29는 ‘알파고스러운’ 수…
‘알파고스러운’ 수는 둘 당시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이후 진행 상황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알파고가 인간이 미처 깨닫지 못한 바둑의 깊이를 새롭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알파고스러움은 인간끼리의 바둑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백 ○에 흑 15로 참…
역대 국수전 결정국 소개를 잠시 쉬고 최근 알파고가 인터넷 바둑 사이트인 타이젬(www.tygem.com)과 한큐바둑(www.han-q.com)에서 국내외 정상급 프로기사들과 벌인 대결을 소개한다. 지난해 12월 30일 타이젬에서 커제(柯潔) 9단이 2연패를 당했다. 상대는 마스터…
백 150 때 흑이 왜 돌을 던진 걸까. 참고도를 보자. 목진석 9단은 흑 1로 웅크려야만 하는 것을 굴욕이라고 여겼다. 물론 흑 5까지 상변 백 5점을 잡을 수는 있지만 선수를 빼앗겨 백 8을 당하면 실리에서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백 150의 시점이 돌을 던질 적기라고 본 것. …
흑 ○가 백에 낸 마지막 시험. 이 문제마저 백이 맞히면 그대로 승리한다. 이세돌 9단이 뜸을 들여 수를 읽더니 자신 있게 백 36을 내려놓는다. 당연한 이 한 수로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이때 목진석 9단은 흑 39로 슬쩍 흑의 옆구리에 붙이는 수를 둔다. 모양은 이상한데…
백 ○로 끊긴 흑 대마의 운명은 어떨까. 검토실에선 이미 사망 선고를 내렸다. 빈자리가 많아 보이지만 백이 깔끔하게 흑 대마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흑이 중앙 백 석 점을 잡은 건 하변 대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런데 흑이 참고도 흑 1로 치중가면 우상에서 중앙으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