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가 시한폭탄처럼 남아 있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당장 이 시한폭탄에 불을 붙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흑으로선 시한폭탄을 터뜨릴 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상대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흑은 85로 좌하귀부터 건드린다. 여기도 흑에 골치 아픈 곳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 닭은 새벽을 여는 희망을 의미한다. 또 ‘붉다’는 ‘밝다’, ‘현명하다’와 연결된다. 혼란했던 병신년을 보낸 만큼 올해는 희망차고 현명하게 지내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백 ○의 도발에 이창호 9단은 유리하다고 물러서지 않고 흑 73…
귀와 변에 빈 곳이 사라지고 큰 틀이 정해졌다. 이 즈음엔 형세 판단을 해 봐야 한다. 대략 집을 세어 봐도 흑이 10집 이상 많다. 게다가 흑에는 약한 돌도 없다. 고작 60여 수를 뒀을 뿐인데 흑이 스르륵 백을 밀어 버린 것이다. 이창호 9단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홍기표 4단의 행마…
백 ○로 내려선 것은 백 52를 선수하고 54로 두어 흑 하변 진영을 삭감하기 위한 사전 공작. 이렇게 하변을 삭감한 것도 적지 않지만 지금은 실리에서 흑을 쫓아가는 게 우선이었다. 검토실은 참고 1도를 제시했다. 의외의 곳이지만 백 1로 끼우는 게 지금으로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
흑 ●로 젖힌 수가 신산(神算) 이창호 9단의 면모를 보여주는 끝내기. 아직 초반인데 무슨 끝내기냐 싶겠지만 이 9단은 대부분의 기사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미묘한 끝내기를 찾아내는 촉각이 발달했다. 이런 능력이 이 9단을 140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기사로 만든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흑 ○는 귀를 지키며 A의 급소를 엿보는 일석이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급한 전장에서 벗어난 한가한 수였다. 지금은 허약한 하변 흑 4점의 안전부터 챙겨야 했다. 이때 백이 참고 1도 1의 급소를 찌르며 공격하면 15까지 단숨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백의 다음 수가 …
흑 21 때 백의 다음 수가 어렵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수는 참고 1도 백 1로 두는 것. 이런 모양에서 흔히 쓰이는 수인데 지금은 흑 2 때 곤란하다. 백 3으로 둘 수 있어야 하는데 흑 4가 선수. 백 3 한 점이 달아나기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백 22, 흑 23을 교환한 …
53기 국수전은 52기 우승자인 이세돌 9단이 휴직하면서 타이틀을 반납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기존 타이틀 홀더가 없기 때문에 본선 토너먼트를 통해 올라온 두 기사가 결승 5번기를 가졌다. 홍기표 4단이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쳐 입단 후 처음으로 결승까지 올라왔다. 3국까지 이창호 9단이…
중앙에서 백 98로 끊자 이창호 9단이 돌을 던진 이유는 뭘까. 한 가지 변화가 참고도다. 백 98을 축으로 잡을 수 없기 때문에 흑 1, 3이 최선. 이때 백 4로 먼저 한 집을 낸 뒤 변에서 추가 한 집을 내자며 6으로 내려서는 것이 묘착. 이후 흑이 끝까지 백을 잡으려고 하면 백…
백 ○로 뚫자는데 막지 않고 흑 ●와 같이 비상수단을 쓴 것은 그만큼 흑의 사정이 다급하다는 걸 보여준다. 하변에서 흘러나온 백 대마를 잡지 못하면 승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변이 뚫리는 손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만약 흑이 ● 대신 참고 1도 1로 막으면 백은 6까지 가볍게 타…
흑 ○의 저공비행에 백이 귀를 지키는 대신 78로 씌운 것은 중앙 백 ○의 뒷맛을 끝까지 살리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창호 9단은 검토실을 세 번째 놀라게 하는 수를 둔다. 갑자기 흑 79로 중앙을 보강한 것. 흑 ○를 둔 이상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흑 ○를 살려야 하는데…. 참…
흑 ○가 백을 곤란하게 하는 강수처럼 보이는데 이세돌 9단은 고개를 저었다. 불리한 흑이 이 정도로 두는 것은 미흡하다는 얘기였다. 이세돌 9단은 참고 1도 흑 1, 3으로 백 전체를 크게 공격하는 그림을 제시했다. 난전에 능한 이세돌 9단다운 발상이다. 하지만 이창호 9단으로선 흑 …
백 ○의 응수타진과 흑 ●로 되물은 것이 고수들의 멋진 승부 호흡. 흑 ●에 참고 1도 백 1처럼 귀를 보강하면 흑의 작전에 말려든다. 흑 8까지가 하나의 사례. 귀는 지켰지만 백 ○로 붙인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다. 그래서 서로 제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다. 백 50으로 흑 한 점…
이창호 9단은 전보 참고도에서 본 대로 흑 ○로 백 38의 곳에 끊으면 우변이 깨지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흑 ○를 뒀지만 지금은 우변을 지키고 있을 때가 아니다. 좌상 쪽에 누가 선착하는가가 지금 국면의 포인트. 백 38로 끊을 게 아니라면 아예 손을 빼고 좌상에 걸쳐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흑 ●의 노골적 끊음에 대해 최철한 9단은 백 30부터 시작하는 우회로를 찾아냈다. 그러자 백에게 날린 강펀치였던 흑 ●는 상대의 얼굴에 닿지 못하고 허공을 가른 셈이 되고 말았다. 백 34까지 선수로 벽을 만든 뒤 백 36을 두자 흑 ●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