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국(短命局)으로 이끌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백 2가 첫 번째 기회였다. 참고 1도처럼 백 1로 둬서 상변 흑 두 점을 손에 넣어야 했다. 안성준 8단은 중앙이 걱정된 듯한데, 백 ‘가’로 두는 수가 선수여서 흑이 ‘나’로 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흑은 2로 두는 정도인데 백…
백이 좌변을 헤집으며 유린하고 있지만 흑은 속수무책이다. 결국 흑 97로 가두지 못하고 백 98로 넘겨줘선 흑이 집으로도 밀리는 형세가 되었다. 바둑에서 한 번의 실수가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에게 좌변을 파이면서 흑 대마는 이제 미생마(未生馬)로…
이제 흑 71은 시급한 곳이다. 이 수를 게을리했다가 백에게 88의 곳을 역으로 얻어맞으면 좌변 흑 대마는 어쩌면 쌈지뜨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백 72는 바둑 격언에 ‘중앙으로 한 칸 뜀에 악수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 들어올 때 노를 힘껏 저어야 한…
위기다. 상변 백 석 점이 끊겨 잡히기라도 한다면 바둑은 끝이다. 타개의 묘책을 찾기 위한 고뇌의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딱히 좋은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야속하다. 그런데 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치리키 료 8단이 흑 57로 즉각 끊어 여기서 바둑을 끝장내려 한 게 지나친 욕심이…
흑 45로 근거를 장만할 때 무심코 받은 백 46이 완착이었다. 물론 이렇게 받아두는 것이 실리로 크다. 하지만 지금은 흑 47로 씌워가는 흐름을 주어 좋지 않았다. 김승준 9단은 “참고도 백 1의 날일자로 두어 중앙으로 뛰어나온 백을 안정시키는 게 좋았다”는 의견을 냈다. 바둑 10…
이치리키 료 8단이 흑 31로 두어 백의 근거를 없앴다. 이제 백은 중앙으로 활로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백 34로 재차 뛰어나간 수가 좋지 않았다. 인공지능은 참고 1도 백 1로 붙여놓고 손을 뺄 것을 주문했다. 조금 멀긴 해도 이 붙임수가 가교 역할을 해 흑의 공격을 …
흑 19는 급소로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곳이다. 백 20으로 퇴로를 여는 것은 당연한데, 흑 21이 느슨했다. 참고 1도처럼 흑 1로 붙이는 수가 강력했다. 백도 2로 움직이는 수단이 있어 당장 잡힐 돌은 아니지만 이 싸움은 백이 양쪽을 수습해야 하는 형국이라 부담이 더 컸다. 흑이 …
안성준 8단은 1991년생으로 이치리키 료 8단보다 여섯 살 많다. 2008년 입단한 안 8단은 3단 시절이던 2012년 한국물가정보배 결승에 올라 당시 잘나가던 김지석 9단을 꺾고 우승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계대회에선 2017년 삼성화재배 8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군복무…
안성준 8단의 본선 16강전 상대는 일본의 이치리키 료 8단이다. 1997년생인 이치리키 8단은 시바노 도라마루 9단, 쉬자위안 8단과 더불어 일본 바둑의 미래로 불리는 기사다. 입단 3년 차이던 2013년에 오카게배 우승을 시작으로 그 이듬해엔 글로비스배, 오카게배 2연패, 일본신인…
박정환 9단이 자오천위 8단에게 이렇게 힘 한번 써 보지도 못하고 무력하게 질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바둑이라는 게 그렇다. 상대성도 작용하지만 행마 하나에 울고 웃는 게 바둑이다. 이 바둑의 승부처를 되짚어보고 바둑을 마무리한다. 참고도는 실전 진행으로 백 1의 …
중앙이 정리되면 바둑은 끝이다. 나머지 곳은 한두 집의 잔끝내기만을 남기고 있어 변수가 없다. 흑 3의 껴붙임이 최후의 노림수. 중앙을 겁박하며 4의 곳 끊는 수를 노린 것이지만 자오천위 8단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백 4가 놓여선 사실상 바둑은 끝났다. 이제 실낱같은 희망마저도 사라…
백 78의 삭감에 흑이 중앙을 받지 않은 건 큰 집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 때문이다. 흑이 82로 막으면 백은 84 쪽으로 재차 단수를 쳐 삭감하게 되는데, 이렇게 이리저리 깎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이럴 바엔 차라리 흑 79가 큰 자리다. 백한테 역으로 당한 것과 비교하면 1…
흑 59는 큰 곳. 우변 백 대마의 퇴로가 막힌다면 사활이 걸려 그 가치가 더 크다. 흑 61의 한 칸 뜀에 백은 68로 둬 살아야 하지만 자오천위 8단은 그 전에 62로 붙여 중앙의 응수를 먼저 물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반전의 기회마저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백 66으로 참고 …
하변 공격 실패로 흑 다섯 점이 많이 엷어졌지만 당장 보강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이를 확인한 박정환 9단은 흑 39로 변화를 구했다. 하변은 참고도 백 1로 씌우면 봉쇄지만 흑 2를 선수한 뒤 4로 호구치는 수가 준비돼 있어 무사하다. 백 5에는 흑 6으로 끊어가는 수가 거듭된…
자오천위 8단은 애초부터 흑의 반발에 대비해 백 30으로 붙이는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흑 31에는 백 32로 끊는 수가 콤비네이션. 흑 33으로 참고 1도처럼 둘 수는 없다. 백 2, 4로 우하귀가 잡히면 득보다 실이 크다. 결국 흑은 실전처럼 잡아야 했고, 설상가상 백 34의 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