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로 바둑은 격류를 탔다. 흑은 여기서 바둑을 끝내 버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대비가 없던 백으로선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백이 꼭 불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이런 복잡한 싸움에선 예상 밖의 변수가 나오기 때문. 형세가 좋지 않은 백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백 98, 1…
흑 91은 20집 가까운 크기의 역끝내기. 이런 곳은 백의 수중에 들어와야 정상인데 흑의 차지가 된 것 자체가 지금의 형세를 대변한다. 이제 그나마 빈자리가 있는 곳은 하변. 불리한 백으로선 하변 흑 진에 깊숙이 침투하고 싶다. 다만 그 전에 백 92로 가볍게 삭감 겸 응수 타진…
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둔탁한 행마처럼 보이지만 교묘히 백의 약점을 건드리고 있다. 백은 기세상 참고 1도 백 1로 쭉 뻗어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흑 2, 4가 놓이면 백은 대책이 없다. 조한승 9단은 고심 끝에 백 78로 상변에서 흑의 응수를 묻는다. 그 …
흑 ○로 지키면 이젠 흑 A로 막는 수가 두텁다. 그래서 백 66은 필수인데, 흑 67은 손 빼도 되지만 워낙 두터운 수여서 한 수의 가치가 충분하다. 지금 국면에서 백은 하변 흑 진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이곳을 다 집으로 내주면 집 부족증에 걸리기 때문. 하지만 섣불리 들어가면…
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박정환 9단이 왜 랭킹 1위인지를 보여준다. 흑 ●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우상 백 두 점에 대한 압박이다. 둘째는 우변에서 백 A로 끊기는 약점을 보강한다. 어떻게? 축머리다. 셋째는 둔탁한 좌상 백말을 엮으려는 사전 공작이다. 상…
좌상귀에 험악한 분위기가 감돈다. 백으로선 46, 48이 성립하는 게 다행이다. 교묘하게 축이 성립한다. 백은 아무 탈 없이 안정했고 흑은 47, 49로 실리를 챙겨 서로 불만 없이 타협. 백 46 때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강수는 없을까. 그럴듯해 보이지만 백 2부터 시작되는…
우하 공방이 끝난 지금 다음 흑의 한 수가 매우 어렵다. 바둑판은 넓고 두고 싶은 곳은 많다. 어디가 100% 정답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프로들은 머릿속에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가 허물면서 가장 그럴듯한 그림을 찾아낸다. 박정환 9단의 선택은 좌상 귀를 날 일 자로 씌우는…
흑 25, 27 순으로 단수하는 것이 올바르다. 순서를 바꾸면 전보에서 봤듯이 흑이 큰 낭패를 당한다. 바둑은 수순이다. 똑같은 수도 수순에 따라 묘수와 악수를 오간다. 이 바둑에서도 앞으로 수순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한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백 30으로 둔 뒤에는 흑 한 점을 …
백 ○는 지금은 누구나 당연한 듯 쓰고 있지만 10여 년 전에 등장한 이 수의 정착 과정을 살펴보면 수없이 많은 실전과 연구의 역사가 들어 있다. 백 ○ 이후의 변화도 복잡다기한데 이젠 몇 가지 정설이 확립돼 있다. 두 기사는 그 변화를 이미 알고 있다. 관건은 어떤 정설이 지금…
국수위를 3연패한 조한승 9단이 58기 도전기에선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의 도전을 받았다. 이세돌 최철한 9단을 물리치고 3연패에 성공한 터라 58기까지 방어하면 조 9단은 ‘국수전의 터줏대감’라고 불릴 만했다. 1, 2국을 진 조 9단은 3국에서 극적인 반집 승리로 역전의 발판…
경남 합천군 정원테마파크에서 열린 도전 1국은 국수 박정환 9단의 완승이었다.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도전 2국이 분수령이었다. 180수 이상 우세를 견지하던 조한승 9단은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반집 역전패를 당했다. 조 9단에겐 아쉬운 한판이었다. 막판에 몰린 조 9단은 3…
백이 상변 패를 해소하자 이제 흑이 패의 대가를 얼마나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흑 85의 선수에 이어 89로 단수한 것이 그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열댓 집은 날 것으로 보였던 좌하 중앙 백 집이 0에 가깝게 변했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앞서 말한 대로 흑은 이 패를…
흑 ●는 마지막 승부수. 백 70까지 패가 난다. 이제는 팻감이 누가 많은지가 승부의 열쇠다. 그런데 박정환 9단은 상변 패에도 느긋하다. 바로 백 74의 절대 팻감이 있기 때문. 만약 백 74가 없었다면 상변 패는 흑보다 백에 훨씬 부담스러운 패다. 흑 77, 백 80 등…
바둑은 서서히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데 ‘백 우세’가 확실하다. 그것도 비교적 큰 차의 우세다. 흑으로선 끝내기에서 따라잡는다는 건 언감생심. 뭔가 큰 거 한 건을 터뜨려 단박에 역전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한승 9단도 잘 알고 있다. 흑 53은 끝내기 같지만 한 방을 노리는…
박정환 9단은 25일 열린 바이링배 8강전에서 패하며 탈락했다. 올 들어 응씨배, LG배 등 세계대회에서 승승장구해온 박 9단이지만 천야오예 9단에게 발목을 잡힌 것. 박 9단은 천 9단에게 역대 전적에서 13승 15패로 뒤지고 있다. 그러나 원성진 9단과 신진서 6단이 4강에 올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