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로 백 ○ 석 점이 옴짝달싹 못 하게 됐다. 백 진에 침투한 흑이 석 점까지 잡고 살아갔다면 백이 크게 망한 것 아닐까. 그러나 백에겐 잡힌 석 점의 몸값을 받아낼 계책이 이미 서 있었다. 백 32로 슬쩍 비킨 수가 박정환 9단이 준비하고 있었던 수. 흑 33이 불가피할 때 …
백 ○가 오자 중앙에 최소 15집 이상 집이 날 수 있는 백 모양이 생겼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잘 보이지 않아 외부에서 삭감하나 싶었는데 조한승 9단은 흑 19로 적진 한복판에 특공대를 투입한다. 과연 무사히 살아나올지 의심될 정도로 깊숙한 침입이다. 흑 21로 붙인 뒤 23으로…
백 ○로 힘차게 밀고 나오자 흑이 전반적으로 엷어졌다. 중앙 흑과 상변 흑이 모두 허약해진 것. 조한승 9단은 우선 흑 3으로 덩치가 큰 상변부터 보강한다. 그러나 백 4로 흑 두 점을 씌우고 흑 5를 기다려 백 6으로 뛰는 수순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백 6에 대해 참고 1도…
흑 ○는 어떻게든 백을 분리시켜 국면을 복잡하게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백은 여유 있게 92를 선수하고 94로 뛰어 “흑이 더 곤란하지 않으냐”고 말하는 듯하다. 하변 백은 이미 살아 있다. 잡으러 가려면 당장 흑 1, 3으로 파호해야 하는데 참고 1도 백 12까지 하변에서…
백 ○에 흑 79의 후퇴는 뼈저린 수지만 어쩔 수 없다. 바로 막으면 백이 귀에 침입하는 수가 있다. 우하 대마를 기분 좋게 살린 백은 이번엔 우상귀로 손길을 돌렸다. 아까부터 숙제가 남아 있는 곳. 흑이 선수할 수 있었던 곳이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백 82로 끊자 흑 모…
백 ○는 깊고 넓은 수읽기의 산물. 백 A의 단수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서 하변 백의 활로를 여는 좋은 수였다. 흑 71 때 백 72로 후방을 잇는 수 역시 침착하기 그지없다. 이젠 백 A로 흑 한 점을 잡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눈 모양 확보가 가능해져 백이 거의 살아간 모습이다.…
초반부터 흑 진에 심어둔 백의 특공대가 ○로 기어나가며 살자고 했을 때, 흑 63이 올바른 방향. 귀보다 변이 더 넓기 때문에 변을 지키는 게 맞다. 백 64가 유일한 활로. 여기서 흑은 당장 백을 잡기 어렵다고 보고 손을 뺐다. 만약 흑이 잡으려고 하면 참고도 흑 1을 둬…
백이 우하에서 행마에 난조를 보이며 좌상에서 벌어놓았던 이득을 상당히 까먹었다. 그러나 일류의 조건은 한 번 실수해도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것. 박정환 9단은 마음을 다잡고 백 52와 같이 좋은 수를 찾아낸다. 한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백 대마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최적의 수였다.…
백 ○가 좋은 수라는 건 만약 흑이 44의 자리로 늘면 백이 43 언저리로 협공해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흑도 작전을 변경한다. 좌하 흑 한 점을 방치한 채 흑 41, 43으로 우하 백 한 점을 먼저 공격하고 나선다. 참고 1도를 보자. 흑이 좌하 한 점을 돌보려고 …
박정환 9단은 최근 제8회 응씨배 결승 5번기 중 1, 2국을 뒀다. 중국 탕웨이싱 9단과의 대결에서 1국은 대역전승했으나 2국에선 아쉽게 패배해 1승 1패. 특히 2국에선 ‘한 점’(응씨 룰에 따른 계가)을 이겼으나 제한 시간 초과로 2점 벌점을 두 번 받는 바람에 거꾸로 ‘석 점’…
백 ○로 다가설 때만 해도 조한승 9단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 흑 23의 일반적 수법으로 흑의 타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백 24가 놓이자 조 9단의 안색이 변했다. 곤혹스러운 표정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 9단이 백 24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 아니다.…
어제 우린 리우올림픽 펜싱 에페 결승에서 대역전극을 볼 수 있었다. 불리한 와중에도 박상영 선수는 “할 수 있다”를 되뇌며 10-14에서 5점을 내리 따는 역전극을 펼쳐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런데 대역전극은 에페 종목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10일 중국 베이징 …
흑 ○로 붙일 때 백 ○의 응수타진이 흑의 삼연성 포석을 견제하고 있다. 고작 이 한 수로 어떻게 견제가 된다는 걸까. 지금은 흑이 17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나중에 백 ○가 변으로 기어 나오면서 사는 수를 노릴 수 있다. 그래서 우변에 큰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 흑에는 백 ○가 눈엣가…
국수전이 어언 환갑이 맞았다. 1956년 ‘국수 제1위전’이란 이름으로 출범한 국수전은 한국 바둑의 산실 역할을 해냈다. 국수 타이틀을 품에 안은 기사는 타이틀을 잃어도 성(姓) 뒤에 국수라는 호칭을 붙여 부를 정도로 ‘국수=한국 바둑 1인자’로 통했다. 60기를 앞두고 ‘환갑 …
김기백 6단이 쉽게 이길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중반까진 팽팽한 형세였다. 흑 133이 놓일 당시에는 오히려 백이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백 134의 응수타진 이후 흑이 갑자기 무너지며 바둑이 비교적 일찍 끝나버렸다. 참고도를 보자. 백 1(실전 134)에 ‘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