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17부터 백 24까지는 그렇게 될 자리다. 흑이 상 중앙을 뚫었지만 백도 두텁게 연결해 걱정거리를 모두 해결했다. 형세가 유리할 땐 두텁게 처리하면서 국면을 단조롭게 이끄는 게 상책이라는 것을 신진서 9단이 모를 리 없다. 흑 27로 위쪽을 끊는 건 무리다. A로 끊으면 백이 27…
반전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흑 3으로 끊은 것은 축이 유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위기라고 생각됐지만 신진서 9단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백 4로 붙이는 수를 미리 봐두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멋진 맥점이다. 흑 5로는 이렇게 지켜둬야 한다. 참고도처럼 흑 …
상변을 방치하기는 어렵다. 백한테 99의 급소를 재차 얻어맞으면 흑 넉 점이 산다는 보장이 없다. 하여 흑 87, 89의 보강은 불가피한데, 백 88, 90으로 중앙을 폴짝폴짝 뛰어나간 수가 밤하늘의 북두칠성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초반 공들여 쌓았던 하중앙이 잘못하면 앙상한 뼈대만 남…
백 80은 전보에서 백○로 젖혀 이었을 때부터 노리던 붙임이다. 흑 81의 차단은 당연한데, 이때 등장한 백 82로 밭전 자를 째는 수가 날카롭다. A의 곳 끊는 약점을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흑 83의 호구로 지킨 수는 너무 소극적인 응수로 찬성할 수 없다. 참고 1도처럼 흑 1로 …
백 66의 붙임에 흑 67은 ‘붙이면 젖혀라’라는 기훈(棋訓)은 있지만 너무 고분고분 받아준 감이 있다. 참고 1도처럼 흑 1로 치받는 수가 강력했다. 백은 2로 무조건 막아야 하는데, 흑 3을 선수하고 5, 7로 젖히고 뻗었으면 실전보다 흑이 훨씬 좋았다. 흑 69로 이은 수도 지나…
기사들은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이를 기풍이라고 하는데, 자오천위 8단은 두터움을 추구하는 침착한 기풍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준결승 1국에서도 확인했듯 좀처럼 무리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상대의 결정적 실수가 나왔을 때 매섭게 몰아붙여 우위를 점하는 스타일이다. 속도와 기세를 중시하는…
백 34는 절대의 곳이다. 흑이 이곳으로 먼저 오게 되면 좌변에 엄청난 집이 만들어진다. 한발 늦었지만 흑 35로 걸쳐가는 것은 필연이다. 백도 36으로 응대해 흑 39까지 좌하귀와 하변에 거대한 쌍방의 영역이 만들어졌다. 백 40은 멀리서부터 하변 흑 모양을 견제하는 수다. 흑 43…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던 1국과는 대조적으로 2국은 초반 진행이 더디게 흐르고 있다. 이 판의 중요성을 알기에 두 기사 모두 한 수 한 수에 신중을 다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백 26은 임기응변의 대응이다. 평범하게 27로 뻗으면 흑 31, 백 32, 흑 26으로 둬서 상변에서 흑이 …
신진서 9단은 준결승 1국에서 거의 죽다 살아났다. 초중반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오천위 8단의 역공에 대마가 잡히는 치욕(?)을 당했다. 작전 실패가 빌미를 제공했지만 어떻든 자신의 장기인 수읽기 싸움에서 당한 굴욕이어서 충격은 컸다. 만일 그대로 패했다면 2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
2국은 별도로 돌 가리기를 하지 않고 흑백만 바꾼다. 자오천위 8단의 흑번이다. 밤새 포석을 구상하며 칼을 갈았을 것이다. 흑 1, 3의 향소목(向小目)은 실리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포석이다. 신진서 9단을 상대로 착실하게 실리를 챙기며 두겠다는 자오 8단의 각오가 느껴진다. 백 6의 …
이 바둑은 기다림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 아닐까 싶다. 도발할 수 있었던 여러 차례의 기회에서 셰커 8단은 참고, 또 참고 기다렸다. 그런 상대의 모습에서 이치리키 료 9단은 조금씩 의심을 품게 되었고, 결국엔 자신의 형세 판단에 확신을 갖지 못해 판을 그르쳤다. 참고도는 …
흑 ○로 끊는 묘수가 있어 생각보다 백의 대응이 어렵다. 일단 백이 A로 모는 것은 간단하게 안 된다. 흑이 94로 단수를 치면 백은 96으로 따내야 하는데, 흑 B로 두면 곧바로 사고다. 실전에선 셰커 8단이 고민 끝에 백 92를 선수하고 94로 늘었지만 한 템포 늦춘 것에 불과하다…
얼마나 격차가 벌어졌던 것일까. 종반에 들어 이치리키 료 9단이 헛발질을 계속하며 손해를 보고 있지만 형세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금이라도 냉정을 되찾는다면 승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이치리키 9단이 좀처럼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흑 71로 우변에서 패로 …
이치리키 료 9단이 형세 판단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놓쳤다. 중앙 흑 넉 점이 잡힌다면 바둑은 볼 것 없이 역전이다. 형세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바둑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흑 63으로 끊었을 때 백 64는 정확한 응수다. 참고 1도처럼 백 1로 반대…
종착역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중앙과 하변만 정리되면 바둑은 잔 끝내기만 남는다. 셰커 8단으로서는 조바심이 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오히려 도발할 수 있는 곳에서 너무 태연하게 뒤로 물러서고 있으니 형세를 잘못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흑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