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15로 물러설 때 인간이라면 힘이 쭉 빠졌을 것이다. 토치카처럼 지어놓은 좌변 흑 진에서 백 말이 유유히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 만약 참고 1도 흑 1로 잇고 잡으러 가면 백 14까지 거꾸로 흑이 잡힌다. 흑 17, 19로 그나마 좌변 흑 진의 한쪽이라도 지키려…
백 100은 좌변 흑세를 견제하면서 중앙 백세를 키우는 요충지. 흑이 좌변을 보강하나 싶었는데 101로 상변부터 지킨다. 그렇다면 백의 좌변 침투는 불가피하다. 백 102가 그 출발점. 백 100이라는 응원군이 있기 때문에 제법 파괴력이 있다. 흑 103으로 물러섰는데 차단하면 어…
전보 마지막 수인 ●는 대세점. 흑백 간 세력 확장의 요충지이다. 그 대신 우변에서 잡았던 백 5점은 다시 토해내야 한다. 백 82로 우변은 빅이 났다. 흑 83은 노골적이다. 좌변을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우변 흑은? 백 84로 공격해도 흑 87을 선수하고 …
묘하다. 백 진에서 우변과 우상 귀의 흑 돌 모두 백척간두에 선 것 같은데 흑 알파고는 전혀 굴하지 않는다. 오히려 백을 몰아치고 있다. 백 68로 단수한 건 흑에게 흠집을 남기기 위한 수. 참고 1도처럼 반대쪽을 단수하는 것은 무리다. 흑 4부터 8까지 흑 돌이 간단히 살아가기 …
흑 ●로 뛰어든 건은 상상을 뛰어넘는 행마. 당장 생사의 기로에 놓인 우변 흑을 돌보지 않고 우상 귀까지 탐하는 건 보통 배짱이 아니다. 알파고는 이렇게 둬도 ‘이상 없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 좁은 곳에서 무슨 타개 수단이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백 52의 차단은 당연하다. 만…
백 진영에 갇힌 흑 ●는 의외로 운신의 폭이 넓다. 주변에 약한 돌이 없기 때문에 이 돌 하나만 타개하면 된다. 흑 35로 외부 탈출 길을 열고 37로 안형을 갖추면서 우하 백에 대한 역습도 노린다. 그래서 백도 38, 40으로 두텁게 밀어 대응한다. 공격을 위해 미리 약점을 없애는 …
백 ○에 대해 흑 21은 당연하고, 백 22가 준비된 수. 엉뚱한 곳에서 백이 무리하게 싸움을 거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흑은 참고 1도 1로 단수 치고 싶지만 10까지 백 모양이 활발하다. 수순 중 흑 7을 생략하고 8의 곳에 두면 백 ‘가’로 끊는 수가 성립한다. …
최근 제23회 LG배 통합예선이 끝났다. 16장의 본선 티켓은 중국이 12장, 한국이 4장을 가져갔다. 본선에선 시드를 받은 16명과 예선통과자들이 다음 달 28일 32강 토너먼트 대결을 벌인다. 흑 3처럼 바로 귀를 지키는 수가 알파고제로 대국에서 많이 등장한다. 백 12도 이젠…
알파고는 백을 잡았을 때 승률을 55%로 계산한다. 백이 이미 유리한 상태에서 바둑을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흑이 이기려면 5%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 대국은 흑이 반집을 이긴 상황에서 백이 돌을 던졌다. 알파고 셀프 대국에서 역전이 가능한 것을 보면 알파고도 완벽한 것은 아니…
이젠 정말 끝내기만 남았다. 변화가 일어날 곳이 없기 때문에 끝내기 크기를 비교해 큰 순서대로 먼저 두면 된다. 이 시점에선 프로기사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면 실수가 없다. 알파고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흑 55는 정수. 참고 1도 흑 1을 선수하고 3으로 두는 것은 좋지 않다. …
반집을 다투는 미세한 형국이다. 끝내기 초입 단계지만 아직 정리해야 할 곳이 즐비하다. 인간은 이런 상황이 제일 어렵다. 차이는 미세한데 변수가 많아 한 수를 둘 때마다 계산과 방향 설정을 거듭해야 한다. 이창호 9단이 세계 최고였던 건 이런 끝내기 초입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기 때…
흑은 중앙을 어떻게든 지키려 한다. 반대로 백은 중앙만 적당히 삭감하면 우세하다. 심리적으론 백이 편하다. 물론 알파고엔 심리라는 게 없지만 말이다. 백 알파고는 흑이 먹으라고 던져준 돌(●)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다. 백 100으로 응급처치만 한 채 104로 상변을 확실히 연결…
백 80은 흑의 입장에선 아픈 수. 이 수로 상변 흑진이 많이 훼손됐다. 흑으로선 중앙에 길게 늘어선 흑 세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시급한 작업은 좌하 모양부터 정리하는 것. 흑 81 이하는 흔히 쓰는 정석이다. 다만 여기서도 후수를 잡을 수밖에 없다는 점…
전보 마지막 수인 백(○)을 보자마자 의문이 들었다. 흑이 만약 참고 1도 1로 강력하게 끊으면 백이 곤란하지 않을까. 백 2로 잇는 것이 최선처럼 보이는데, 흑 5까지 백 대마의 운신이 편하지 않다. 흑 ‘가’로 끊는 노림도 남는다. 왜 흑 알파고 제로는 참고 1도를 택하지 않았…
흑 41은 선수를 잡기 위해 쓰는 수. 흑은 좌하에서 손을 빼고 45로 우상 백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참고 1도 흑 1, 3처럼 중앙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백은 4, 6으로 하변 침투에 나선다. 흑은 이 공격에 실패하면 곧바로 집 부족에 빠지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특히 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