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이 복잡하진 않다. 불리한 백으로선 중앙 백 대마를 온전히 지키면서 조금씩 실리를 추가로 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알파고 수준에선 한 번에 두 수를 두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일까. 알파고 리는 백 60부터 갈 길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백 66으로 …
흑 ●는 상변 흑 대마를 살리는 리듬을 찾은 수. 그냥 참고 1도 흑 1로 평이하게 두면 흑 대마가 편하게 살기 어렵다. 일례로 백 6부터 12까지 패가 발생한다. 백 40은 ‘석 점의 중앙이 급소’라는 격언에 맞는 수. 여기서 알파고 제로도 오랜만에 실수를 한다. 흑 41은 느슨…
상변 흑이 밖으로 탈출하지 않고 ●처럼 백 진으로 한발 더 들어간 것은 타개에 능한 알파고다운 수. 백 12로 탈출로를 차단해도 흑 15면 완생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 흑 15가 놓이자 추가 공격이 쉽지 않다. 백 16 때 흑 17로 참은 것도 알파고답다. 참고 1도…
흑 95는 하변에 산재한 흑 돌들을 살리겠다는 것보단 이곳에서 백이 중앙으로 나오는 통로를 막자는 뜻이다. 백 96은 흑을 쉽게 살려주지 않겠다는 씌움. 흑 97이 간단하면서도 백의 덫을 피하는 수. 만약 엉겁결에 참고 1도 흑 1로 먼저 밀면 백 8까지 흑이 걸려든다. 실전처럼 …
전보 마지막 수인 백 ○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79의 곳에 둬 흑 한 점을 잡지 않았을까. 잡았으면 뒷맛이 깨끗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참고 1도를 보면 백 ○가 정수라는 걸 알 수 있다. 흑 2로 차단하는 것이 공격의 신호탄. 하변 백이 못 살았기 때문에 백 3으로 끊으면서 타…
흑 69가 백에게 물러서라고 굴복을 요구한 것인데 백도 70으로 강하게 부딪친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기세의 싸움이다. 백 70에 대해 흑의 응수가 만만치 않다. 맨 먼저 떠오르는 수가 참고 1도 흑 1인데 백이 2, 4로 두면 흑의 약점이 도드라진다. 백 6의 젖힘이 있기 때문…
흑 ○와 같이 부딪쳐 가는 알파고의 수법은 고 우칭위안(吳淸源) 9단이 실험적으로 쓰던 수법이다. 한때 잊혀졌는데 알파고가 부활시키고 있다. 흑 ○에 대해 참고 1도 백 1처럼 밑에서 젖히면 어떨까. 보통은 강수인데 지금은 흑 2로 젖혀 백이 좋지 않다. 흑 8까지 축이 흑에게 유…
흑 ●로 패를 걸어간 것은 37의 팻감을 믿고 있었기 때문. 여기서 백이 참고 1도 백 1로 패를 해소하는 것은 흑 2, 4로 끊겨 곤란하다. 흑 6으로 하변 백 넉 점이 고립무원에 빠진다. 그래서 백 38로 받아주고 흑 39(○)로 패를 딸 때 40으로 물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백 ○에 대해 흑 19는 예상 밖의 수. 알파고가 하도 ‘붙이는 수’를 좋아하니까 이젠 봐도 놀랍진 않지만 아직 프로기사들도 쉽게 손이 나가는 곳은 아니다. 알파고 제로의 주문은 참고 1도 백 1로 젖혀달라는 것. 그러면 흑 8까지 예상된다. 전에는 대부분 백 1로 흑이 좋지 않다…
알파고 제로와 알파고 리는 20국을 뒀다. 10국은 제로가 백번으로, 나머지 10국은 흑번으로 뒀다. 앞서 소개한 두 경기는 제로가 백번이었다. 이번엔 흑번으로 둔 대국을 소개한다. 흑 1∼5는 제로가 흑으로 둘 때 좋아하는 포진. 흑 7의 삼삼 침입은 이젠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진…
마지막 수인 백 290 때 참고 1도 흑 1이 최선의 응수다. 그러나 백 10까지 반면으로 비슷한 형세다. 얼마 전 한 중국 바둑 사이트에서 중국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줴이(絶藝·FineArt)가 커제와 롄샤오 9단에게 백 번으로 덤 6집 반을 주고 승리했다. 사실상 2점을 접는 것…
백 ○세모로 막혀 좌변 흑 대마는 확실한 두 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백 72의 급소에 흑 대마가 휘청한다. 흑의 응수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흑은 73, 75로 좌하 귀에 손을 댄다. 좌하 귀는 흑이 먼저 둬도 패가 된다. 좌하 백과 우변 흑을 바꿔치기하…
좌변 패는 결국 흑이 굴복한 채 끝났다. 이로써 승부의 변수는 거의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알파고의 낙관 모드는 이번에도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흑 45는 기억해둘 만한 끝내기의 맥. 흑 51로 민 뒤 55에 붙인 것이 뭔가 있어 보이지만 백은 참고 1도 1, 3으로 두면 그만…
좌변 패는 백이 이길 확률이 높다. 이단 패여서 그렇지 흑 대마는 생사가 걸려 있는 반면 백은 져도 손해가 거의 없기 때문. 백은 그래서 패를 서둘러 해결할 이유가 없다. 상황을 봐서 슬슬 패를 하다가 이기면 좋고 져도 상관없다. 그래서 백 14처럼 팻감이라기보다는 큰 끝내기를 두는 …
백 ○의 패가 끝내기로 접어든 지금 상황에선 제법 크다. 흑 95의 팻감에 백은 손을 빼도 살아 있다. 만약 참고 1도 백 1처럼 패를 계속 때려내면 흑 2가 있다. 백은 3, 5로 응수해 사는 데는 아무 지장 없지만 흑은 선수로 6집을 벌어들였고, 좌변 대마도 선수로 살릴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