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의 한 극장. 텅 빈 무대 위로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비틀비틀 걸어 나온다.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마이크를 쥐지만 ‘장밋빛 인생’의 한 소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쓰러지고 만다. 다시 일어서서 노래하려 안간힘을 쓰는 그를 매니저가 번쩍 안아들고 퇴장한다…. 신시컴퍼니가 …
《심청이는 왜 인당수에 몸을 던졌을까. 판소리 ‘심청가’를 필두로 한 이 땅의 예술작품들은 주로 ‘심청의 효심의 발로’로만 이를 풀어 왔다. 하지만 판소리 심청가를 연극화한 국립창극단의 국가브랜드 공연 ‘청’을 보노라면 이에 대한 의문이 생겨난다. ‘청’은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
《두터운 팬 층을 지닌 피아니스트 세 사람이 ‘욕심껏’ 꾸린 프로그램으로 늦가을 청중을 찾아온다. 18세기 모차르트에서 20세기 부소니까지 넓은 시대를 아우르거나(백혜선 김정원 씨) 단 하나의 곡집에 집중하면서(박종훈 씨) 함부로 도전할 수 없는 까다로운 레퍼토리를 엮었다. 특히 작곡…
폭발적인 성량과 정교한 표현력으로 1990년대 한국 대표 바리톤 중 한 사람으로 군림해온 고성현 씨(한양대 교수·사진)가 14년 만의 독창회를 갖는다. 5일 오후 7시 반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헨델의 라르고’로 알려진 헨델의 ‘그리운 나무 그늘’, 토스티 ‘꿈’, 김연준 ‘청…
애창 가곡인 ‘한 송이 흰 백합화’ ‘동심초’ ‘이별의 노래’ 작곡가 요석 김성태 씨(사진)가 백수(白壽)를 맞았다. 그의 99회 생일(9일) 하루 뒤인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그의 지도를 받은 제자들이 모여 기념 콘서트를 연다. 연…
“어허야 디야! 어허야 디야…!” 덴마크 코펜하겐 밤하늘에 한국의 ‘뱃노래’ 합창이 울렸다. 10월 30일 오후 11시 15분(현지 시간) 뉴코펜하겐 콘서트센터 ‘워멕스(WOMEX·월드뮤직엑스포)’ 쇼케이스 공연장을 찾은 1600여 명은 한국 퓨전국악그룹 ‘들소리’의 선창을 목청껏 따…
만추의 계절 11월은 햄릿의 계절이기도 하다. 11월 무대를 잇달아 장식할 세 가지 색깔 햄릿을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깊은 사색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극단 여행자의 ‘햄릿’(10월 30일∼11월 8일)과 연희단거리패의 ‘햄릿’(11월 5∼22일), 그리고 이탈리아 폰테데라…
서울시 오페라단(단장 박세원)이 베르디 완숙기의 걸작 오페라 ‘운명의 힘’을 11월 19∼22일 공연한다. 1990년 6월 이후 19년 만에 이 오페라단이 같은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공연 감상의 포인트를 다섯 가지 주제로 정리했다.▽두 남성의 대결이 돋보이는 ‘남자 오페라’ ‘운…
“오랜만입니다.” 우리말 발음이 또렷했다. ‘한국어를 배우느냐’고 물었더니 “수업하는 데 필요한 말부터 우선 익혔다”고 했다. ‘점점’ ‘조금 더’ ‘반대로’…. “다음 학기엔 시간을 내서 한국어 회화 강의를 들을 겁니다. 한두 해가 아니고 ‘오래’ 있을 거니까요.” 아비람 라이케르트…
영화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로 익숙한 악기 소리, 만돌린 같으면서도 더 야성적이고 중후한 음색이 떠오른다면? 러시아의 민속악기 ‘발랄라이카’다. 발랄라이카와 아코디언으로 질풍 같은 소리를 빚어내는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의 ‘타타르스탄 국립전통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한다. …
정장 차림의 노부부, 여고생, 손을 꼭 잡은 연인 등 50여 명이 줄지어 서있었다. 27일 오후 5시 반 일본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 홀 앞. 일본군에 강제 징용됐다가 비극적인 일생을 마친 한 조선인의 이야기를 다룬 한일합작뮤지컬 ‘침묵의 소리(沈默の聲)’가 막을 올리기 1시간 반 전…
무대의 종심(縱深)이 깊게 느껴졌다. 오케스트라 피트 바로 앞에 있던 실물 크기의 꼭두각시가 야수와 같은 청병(淸兵)들에게 무대 뒤로 무자비하게 끌려가는 첫 장면부터 그랬다. 그 꼭두각시가 한없이 먼 길을 한없이 오래 끌려갔을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곧은 대나…
국창(國唱)으로 추앙받는 명창 송만갑과 박봉술을 배출한 고장, 전남 구례에서 동편제 판소리를 조명하는 ‘구례동편소리축제 2009’가 열린다. 23∼25일 구례 서시천변 일대가 축제 무대다. 동편제란 웅장하고 힘 있는 소리가 특징인 판소리 유파. 섬진강 동쪽인 구례 운봉 순창 등지에서 …
예술원 회원인 작곡가 나인용 씨(73·사진)가 작곡 발표회를 연다.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체임버홀. 16인의 주자를 위한 ‘생성-소멸’, 소프라노 독창을 위한 연가곡 ‘사계’ 등 대부분 올해 지은 신작들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그는 2001년 연세대 작곡과를 정년퇴임한 뒤에도 …
연기 아직 걱정스럽지만 뮤지컬 노래는 자신있어대사 연습 몰입하다보니 “어머~ 계집애가…” 불쑥 로커 윤도현 씨(37)가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11월 14일 시작하는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으로 변신한 그를 만나볼 수 있다. 잔뜩 부풀린 금발, 반짝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