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빠른 달팽이는 친구들과 달리 날개 모양의 등껍질을 달고 태어났다. “넌 우리와 달라.” 속도와 모양새가 다르단 이유로 늘 친구들에게 미움과 질투를 받았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 ‘미움’이가 불쑥 나타나 외친다. “저 녀석들을 미워하자.” 하지만 빠른 달팽이는 미움이가 따라…
아기 돼지 다섯 마리가 잠자리에 든다. 좋아하는 양, 원숭이, 수달 인형을 각각 손에 들고. 어떤 꿈을 꾸면 좋을까? 악어, 코끼리, 나무늘보가 있는 정글을 탐험한다. 달빛 아래 백마를 타고 높다란 성을 향해 달려간다. 하늘에 초록빛 오로라가 일렁이는 가운데 빙하 위에서 수달과 그림책…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은 날, 빨간 장갑 한 짝이 길에 떨어졌다. 점점 더 많이 내리는 눈. 빨간 장갑은 다른 한 짝을 찾아 나선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거리는 다정하게 오가는 장갑들로 북적인다. 어제까지 빨간 장갑도 다른 한 짝과 주인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는데…. 저 멀리…
아기 오리 삼남매만 지내게 된 날 밤. 번개가 번쩍번쩍거리고 천둥이 쾅쾅 친다. 꽉꽉이는 책장에서 ‘미운 오리 새끼’를 꺼내 꽥꽥이와 꼭꼭이에게 읽어준다. 미운 오리가 알고 보니 어여쁜 백조였다는 이야기. 아기 오리들은 자신이 백조일 거라며 가슴이 부풀고, 백조가 되는 꿈을 꾼다. 해…
1970년대 말 동인천역 근처의 한 동네. 여덟 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아빠 가게로 신나게 뛰어간다. 그의 아빠는 ‘간판장이’. 페인트와 붓, 연필, 자 등이 수북이 쌓인 작업실 안은 아빠의 땀 냄새와 뒤섞여 추억의 공감각을 자아낸다. 영화 포스터부터 이발소 간판…
숲속에서 장기자랑 대회가 열린다. 박쥐는 하늘로 슝 날아올라 뿅 사라지는 마술을, 늑대는 “아우우∼우∼우∼” 노래 연습을 한다. 거북이는 얼굴을 거북등에 쑥 넣으며 귀신 흉내를 낸다. 사자는 꽃밭에서 혼자 오른쪽 두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는 연습을 한다. 사자가 보이지 않자 친구들은 사…
여름에 갑자기 많은 눈이 내려 토끼의 집이 와르르 무너졌다. 새로 머물 곳을 찾아 떠난 토끼는 하얀 눈 위로 비죽 나온 다리 두 개를 발견한다. 장난기 많은 토끼가 발바닥을 간질이자 두꺼운 눈을 헤치고 호랑이가 나타났다! 놀라 달아나는 토끼에게 호랑이는 다정하게 말한다. “네가 날 살…
따사로운 오후, 풀밭에 누워 구름을 보던 지프, 트리크, 플리프. 구름이 어디로 가는지 지프가 묻는다. “세상이 끝나는 곳에서 멈추겠지.” 플리프의 말에 지프는 그게 어딘지 궁금해진다. 세 친구는 세상 끝을 찾아 나선다. 국경수비대원은 국경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셋은 아랑곳하지 …
비 오는 날과 공상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4학년 소녀 손단미. 어떤 운동이든 잘하는 두루미와 단짝이어서 ‘미미 시스터즈’로 불린다. 한데 어느 날부터 몸이 가렵고 불쾌하다. 허리 뒤쪽에서 뜨끈한 기운이 온몸으로 빠르게 퍼지더니 옷을 뚫고 폭발하듯 뭔가가 튀어나왔다. 꼬리였다! 단미의 엄…
자동차 빛, 가로등 빛, 집집마다 새어나오는 빛…. 밤인데도 너무 밝아 잘 수 없는 아기 여우가 외친다. “불 좀 꺼주세요!” 아기 여우는 머리 위에서 날고 있는 딱정벌레와 밤의 어둠을 찾으러 간다. 길을 알려주는 별이 안 보여 하늘만 맴돌던 새, 개굴개굴 합창할 때를 기다리지만 좀처…
엄마 토끼와 딸기 케이크를 만들려는 꼬마 토끼. 앗, 딸기가 다 떨어졌다. 좋아하는 케이크를 만들 수 없다는 말에 꼬마 토끼는 딸기를 구하러 달려간다. 엄마가 딸기 있는 곳을 알려주려 하지만 꼬마 토끼는 벌써 저만큼 가버렸다. 숲을 지나 바다를 건너고 눈이 펑펑 내리는 산에 오르는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와 나를 보살펴 주신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농사를 야무지게 짓고, 농기구도 늘 반짝이게 닦아놓는 할아버지는 ‘펄펄 영감님’으로 불렸다.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가자 어머니가 풀잎 하나를 조심스레 건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 좋아하며 가져오셨단…
소녀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자신을 보면 반갑게 달려오길 바라며. 소녀는 활짝 웃으며 “안녕?” 인사하고 마음을 나눌 테니까. 외로울 땐 안아주고 기쁠 때는 신나게 춤출 거다. 때로 어려운 일을 겪기도 하겠지만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다. 네 잎 클로버, 조약돌, 구슬…. 고이 모아놓은 …
정원에서 아기 북극곰을 발견했다. 소년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만큼 조그맣다. 곰은 쑥쑥 자라 주머니로, 다시 모자로 옮겨진다. 커지는 곰을 보며 소년은 결심한다. 집에 데려다 주기로. 곰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동안에도 계속 자란다. 소년은 곰이 바다에 뛰어들지 않도록 조심조심 돌본다…
1976년 ‘국민학교’ 4학년이 된 첫날, 여학생 함박꽃은 고민한다. 자기소개를 하면 이름 때문에 늘 놀림을 받으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앉아있는데, 경상도에서 전학 온 남학생 창우가 사투리로 인사하자마자 아이들은 킥킥거린다.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게 말을 이어가는 창우가 멋져 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