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자.” 이 말에 잽싸게 도망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욕실이 우주, 세차장, 바다로 변한다면 어떨까. 아이와 엄마는 놀이하듯 목욕을 한다. 오일을 푼 욕조는 우주로 바뀐다. 추락하는 우주선에 탄 외계인 조종사를 빨리 구해야 한다. 샤워기를 든 아이는 소방관이 돼 불을 끄기 위…
아빠와 같이 살지 않아 종종 아빠 집에 가는 잭. 타코, 밀크셰이크를 함께 만들고 이야기도 나눈다. 웃긴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 아빠는 얼마 전부터 그러지 않는다. 아빠 집은 너무나 조용하다. 어느 날, 초록색 앵무새 한 마리를 만났다. 폭풍이 지나간 후 현관 계단에 앉아 있어 …
오늘도 난장판인 콩이네 집. 엄마는 아빠에게 설거지와 청소를 미룬다고, 아빠는 엄마에게 빨래를 미룬다고 쏘아붙인다. 그날 밤, 물을 마시려던 콩이는 부엌에서 어떤 그림자를 본다. 다음 날, 설거지와 빨래가 다 돼 있었다. 그 다음 날엔 맛난 식사까지 차려져 있다. 세 식구가 밤새 거실…
바다를 보러 혼자 여행을 떠난 레아. 떨리는 마음으로 기차, 버스를 탄다. 숲속에 사는 레아는 도시의 엄청난 규모와 정신없이 돌아가는 속도에 놀란다. 이윽고 도착한 바다. 한없이 푸르고 넓다. 친구 루도에게도 보여주면 좋을 텐데…. 바닷가에서 만난 노노는 황금색 소라고둥을 루도에게 가…
아침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소녀 루치아의 하루가 시작된다. 집을 나서기 전 루치아가 꼭 챙기는 건 흰 지팡이. 루치아는 시각장애인이다. 버스 창에 머리를 살짝 기대면 신비한 세상이 펼쳐진다. 색색의 동물들이 하늘을 날고, 발걸음을 옮길 때면 악기 소리가 들린다. 흑백의 그림은 …
오늘 지각하고 싶다. 1교시 전에 내야 하는 숙제를 안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게임을 많이 한다고 어젯밤 엄마에게 휴대전화를 뺏겼기 때문이다. 지각하면 담임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할 테고, 엄마는 내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휴대전화를 뺏은 걸 후회할 테니까. 놀이터 화장실에서 일을 보…
고양이를 돌보게 된 소년과 할아버지. 놀고 먹이고 안아 주기만 하면 될 거라 여겼는데 웬걸,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고양이는 원숭이 인형, 장난감 자동차를 내밀어도 반응이 없다. 새우, 빵을 건네도 본 척도 하지 않는다.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같이 자려고 하자 창문 너머로 도…
엄마, 아빠, 친구 렉스, 옆집 할머니, 빵집 아저씨, 코흘리개 콜리…. 한 마을에 사는 고양이들은 모두 노란색 줄무늬를 가졌다. 하얀 고양이인 나는 붓으로 온 몸에 노란 줄무늬를 그린다. 이건 특급 비밀이다. 사실이 드러나면 다들 비웃고 놀아주지 않을 테니까. 늘 조심 또 조심한다.…
“이거 내 얘기잖아!” 책을 펼친 아이들 상당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주인공은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며 걸어가는 한 소녀. 강아지들이 우르르 따라와도, 코끼리가 물을 뿌려도, 돌고래들이 신나게 노래를 불러도 아이는 모른다. 아파서 누워 있을 때조차 눈을 스마트폰에서 떼지 않는다. …
버려진 우체통 안에 사는 겁 많은 토끼 윌로우. 어느 날 우체통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든다. 테오가 달님에게 보낸 편지다. 엄마 생일인 오늘, 밤에 찾아와 달라고. 달님에게 편지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윌로우의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밖에 나가기 겁났지만 열두 시가 되기 전 해내야 …
전학생 안리가 후코 옆자리에 앉게 됐다. 후코는 “뭐든 물어 봐”라고 말하고, 음악 시간이 되자 안리와 음악실에 간다. 이상하게 뭔가 치밀어 오른다. 후코는 나와 제일 친하고 음악실도 늘 같이 가는데…. 다음 날 체육 시간에 함께 있는 안리와 후코를 보니 왈칵 질투가 난다. 아, 이…
팬데믹 이후 각자의 집에 머물게 된 사람들. 자발적 자가 격리의 상황에서 가족들은 서로의 말에 더 귀 기울이고,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운동, 독서, 그림 등 자신만의 시간에 깊이 몰입한 이들도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며 고난의 시간을 치유의 시간으로 바…
소녀와 곰 아저씨는 늘 함께한다. 자전거 타기, 달리기 경기, 햇살을 붙잡기 위해 언덕에 올라가기. 바다 밑 세상을 탐험하고 겨울이면 눈 속에서 신나게 썰매를 탄다. 매일 함께 잠든다. 어느 날, 소녀는 새 친구들과 그림을 그리고 시소를 타기 시작한다. 소녀가 곰 아저씨를 잊은 건 …
어느 날 슬픔이 찾아오자 나는 슬픔이를 위한 집을 짓는다. 이곳에서 슬픔이는 원하는 만큼 커질 수 있고 큰소리로 떠들어도 된다. 창문을 열어 새소리를 듣거나 커튼을 닫고 깜깜하게 지낼 수 있다. 뭐든 할 수 있고 뭘 느껴도 괜찮다. 집은 눈보라가 몰아쳐도 끄덕 없이 튼튼하고 정원에서…
책 읽는 재미에 빠진 책방 주인 폰초. 마음에 드는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도 긋고 느낀 점까지 쓴다. 이런 책은 팔 수 없는데…. 한 소녀는 폰초가 표시를 잔뜩 해 놓은 책 한 권을 꺼낸다. 소녀는 “폰초가 즐거워한 부분을 알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