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파란 호수 아이와 친구가 된 소년의 이야기다. ‘생김새가 다르니 놀지 말라’는 어른들과 마을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두 친구는 결국 헤어진다. 한데 소년이 호수 아이에게 선물로 받은 세 개의 씨앗을 하나씩 심자 사람들 사이의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밑그림을 그린 연필선이 다 드…
판타지 그림책은 허다하다. 하지만 억지스러움 없이 탄탄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판타지는 많지 않다. 섬세함 없는 과도함과 자유로움의 차이를 구별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영국인 일러스트레이터의 이 책은 시작부터 결말까지 그림과 이야기가 모두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유연하게 맞물려 돌…
성인이 봐도 빠져드는 동화다. 눈 내리는 겨울밤 콩을 볶아 먹으며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앉은 모습을 그린 삽화에 따뜻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옛 우리 아버지들의 가족에 대한 속 깊은 사랑과 자기희생이 현현하게 드러나는 책이다. 주인공 해룡이는 어려서 부모와 형제를 잃고 남의 집 머…
단어와 문장 속에 얼마나 많은 이미지가 숨어 있는지 은연중에 깨닫도록 이끄는 책이다. 낱말의 바다를 떠다니며 여행하는 ‘책의 아이’가, 수많은 책 속에서 마주치는 낱말과 문장으로 독자가 얼마만큼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야기 내용과 연결되는 문학작품 속 문장을 뽑아내…
활자 없이 그림으로만 이뤄진 그림책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야기를 상상해 나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반전은 마지막 그림을 넘기면 등장한다. 그림 속 동화 줄거리가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주인공 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체험학습을 간다. 소년은 86층…
시인 윤동주(1917∼1945)에게는 열 살 터울 동생이 있었다. 1985년 작고한 동생 윤일주는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꾸준히 동시와 시를 썼다. 이 책의 제목은 윤일주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 출간된 유고 동시집의 제목과 같다. 윤동주 시인…
도시 대로변을 함께 걷던 아이가 건물 공사장 가림막을 가리키며 “저 안에서 사람들이 뭐 하는 거냐”고 물으면 이 책을 보여주면 되겠다. 건물 짓기의 과정을 과장 없이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려냈다. 철근 콘크리트 옹벽으로 터를 잡은 뒤 기반암에 콘크리트 말뚝을 박고 기초…
살랑살랑 꼬리를 자주 흔드는 강아지 ‘얼’. 신나게 공놀이를 할 때, 향긋한 꽃밭에 앉아 있을 때 얼의 꼬리는 여지없이 춤을 춘다. 배를 살살 긁어줄 때도, 흰눈이 펄펄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오지 아저씨를 보면 얼은 꼬리를 더욱 힘차게 흔든다. 친구 강아지 ‘무치’ ‘쥘’은 얼이 꼬…
꼬마돼지가 숲속을 걷던 중 너구리 아저씨가 운영하는 ‘신기한 우산가게’를 발견한다. 신기한 우산가게의 우산들은 펼치기만 하면 우산에 그려진 물건들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신기하게도 우산을 접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에서 쏟아지던 것들이 사라진다. 너구리 아저씨는 꼬마돼지에게 ‘덤…
사방이 꽉 막힌 한글 공책에 쓰인 글자 ‘곰’은 항상 꿈을 꾼다. 바다로 가서 자유롭게 헤엄 치고 싶고, 때로는 바다 생물이 되고 싶다고. 이런 곰에게 공책의 글자 ‘공’은 자신이 ‘운동화’가 되겠다고 하는 것만큼 황당하다 하고, 온천의 ‘온’은 나라고 ‘궁전’이 될 수 있겠냐며 포기…
저자는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로 49세에 그림책 작업을 시작해 1999년 89세로 사망할 때까지 여러 작품을 남겼다. 이 책은 그가 1961년 발표해 1989년 펴낸 개정판의 번역본이다. 어린 시절에는 명칭을 알기 전에 실체를 먼저 접한 대상에 여러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탄탄 건설 김 과장님이 만원버스를 타고 회사에 간다. 튼튼 소아과 김 원장님은 꽉 막힌 길을 운전해 병원에 출근한다. 오케이 택배 김 기사님은 100개가 넘는 택배를 트럭에 한 가득 싣고 바쁜 하루를 시작한다. 세 아빠의 하루 일상을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과 함께 풀어냈다. 아빠가…
주인공 ‘루’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스스로를 아동범죄로부터 지켜낸다. 엄마와 약속한 사람들만 따라가는 것. 어느 날 길에서 혼자 엄마를 기다리던 루에게 지나가던 여러 이웃 주민들이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루는 따라가지 않는다. 루는 사람들에게 “엄마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저자는 올해 아홉 살 남자아이. 제주에서 생활하며 바다와 바람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취미다. 지난해 그렇게 그린 그림과 글을 묶어 첫 그림책 ‘꼬마악어 타코’를 냈다. 그 책을 화제 삼아 최근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무리 지어 길을 가던 늑대들이 한 도시에서 둥그스…
처음부터 끝까지 글자 하나 없다. 한 소녀가 피겨스케이트를 신고 도도한 표정으로 솜씨 좋게 빙판을 지치며 갖은 ‘선’을 새긴다. 자아도취에 빠진 듯 아름답게 움직이는 소녀의 자취를 따라 그린 초반부는 얼핏 평이하다. 한 치 흠결 없는 동작을 선보이던 소녀가 문득 넘어진다. 화려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