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탁이가 배꼽을 잡는 순간, 히죽! 외양간의 덤더디가 입을 헤벌리며 웃지 뭔가. 한낮이면 어김없이 꾸벅꾸벅 졸아 대는 녀석이 게슴츠레 감기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귀를 쫑긋 세우고서 말이다.’(15쪽) 주인공 탁이의 책 읽는 소리를, 키…
황사도 미세먼지도 모르던 시절, 내리는 비를 맞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두 손을 꽉 쥐고 서서 비를 온몸으로 느끼던 순간을 기억해보세요. 맨발로 선 바닷가에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았던 시간은 또 어떤가요? 물결이 발끝을 스치던 순간들은 짧았지만 오랜 여운이 되었지요. …
“처음부터 부모를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 명은 있어야 되는 거였다. 내가 어쩔 수 없이 태어난 게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소망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믿을 수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엄마와 아빠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가엾게 생각할 테니까.”(99쪽) …
일요일 아침,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교회를 갑니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온 할머니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닙니다. 마침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요. 아이는 모든 것이 궁금합니다.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냐, 왜 버스를 타느냐는 질문들을 계속 쏟아냅니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제아무리 깜깜한 밤이라도 가만히 눈을 감으면 세상이 환하게 보이는 건 으흥! 달에서 온 나. 엄동수 때문이래’(시 ‘만월’ 중에서) 이런 자신감이라니. 3학년 8반 엄동수 멋집니다. 호박잎 같은 웃음을 짓는 아빠 덕분이죠. 하지만 엄동수의 현실은 좀 달라요. 학교에선 “도…
코르넬리우스는 거리의 청소부입니다. 재주를 넘고 춤을 추며 악기를 연주하듯 자기 일을 해내지요. 언제나 즐겁게 지내며 자신의 기쁨을 다른 이에게도 전해줍니다. 그가 일하며 사는 도시는 늘 깨끗하게 반짝거렸어요. 그러다 큰 홍수가 나게 되는데요. 비가 그치고 물이 다 빠진 뒤 산더…
염소를 키우는 프립 마을의 ‘개퍼’를 퇴치하는 이야기입니다. 개퍼! 이 생명체를 소개해야 합니다. 이들에게 사람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반응하는지가 이 동화의 핵심이니 말입니다. 개퍼의 모양을 쉽게 설명하면 눈 많이 달린 살아 있는 밤송이 같습니다. 이 녀석들의 특징은 염소를 너…
포르투갈 남쪽 끝 바닷가에는 유명한 휴양지 알가르베 마을이 있습니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바위들로 이루어진 풍경이 눈부신 곳입니다. 이곳 날씨는 1년 내내 평균 섭씨 26도를 유지한다고 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작가가 꼽은 ‘인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내고 싶은 곳’으로도 알려졌…
“할아버지는 지금도 스승님한테 배워요?” 허련 영감은 ‘아니,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라고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아이가 물은 건 스승님이 죽었느냐가 아니라 지금도 배우느냐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도 배우고 있지.”(19쪽) 여기서 스승님은 추사 김정희고 할아버지는 그의 제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건 시간 낭비야. 내 의견이 아닌 모든 의견은 금지한다!”(12쪽) “빨강 노랑 파랑 이런 색들이 뭐가 필요해, 시간 낭비야. 오늘부터 색깔을 금지한다!”(15쪽) 어느 시절, 어느 왕국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힘이 센 독재자가 등장해 모든 걸…
책을 펼쳤을 때 제일 먼저 시선이 가는 쪽은 좌우 어느 쪽일까요? 대부분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 책장을 넘기는 오른쪽이에요. 지면에 이미지와 글을 배치할 때 기본은 왼쪽에 이미지, 오른쪽에 글입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유 있는 디자인 방식이지요. 왼쪽에 놓인 이미지의 정보는 …
3월이 지나갔습니다. 새 학년이 되고 한 달이 지났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바뀌었나요?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달 혹은 일 년이 지나면 아이들의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하루치만큼 변하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아이들의 그 ‘하루’에 관…
얼마 전 책에서 본 어느 환경보전 운동가의 말이 잊히질 않습니다. ‘땅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면 사뿐히 걷게 되어 있다.’ 이제껏 우리는 내내 존경은커녕 시멘트로 막고 플라스틱으로 덮으며 살아왔습니다. 신발에 흙 묻히지 않으려고, 좀 더 빨리 달리려고 그랬겠지요. 결과적으로는 더…
지난 며칠 인공지능과의 바둑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고,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정말 오는 걸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해답을 제시합니다. 우선 기술과 과학의 개념을 정리하고, 17세기 …
인류사에서 에너지란 엄청난 발전의 원천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을 얻게 된 이후 어둠을 극복할 수 있었고 극한의 추위도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지요. 힘센 동물을 이용해 수확을 늘리고 수레바퀴로 더 멀리 이동할 수 있게도 되었어요. 물과 바람, 증기, 석탄, 석유 등이 삶을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