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얘기 좀 해 봐!” 사람들이 모이면 누군가가 꼭 이런 제안을 합니다. 그러니 어디를 가도, 하다못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관심을 유도하려 들지요. 사실 무엇이든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들려줄 수…
형과 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덴빈과 블라블라입니다. 처음엔 귀엽기만 했던 동생이 바깥세상에 관심을 가지더니 형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북쪽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말입니다. 엄마가 등장합니다. 너도 북쪽 나라에 가서 큰 뜻을 펼치라네요. 북쪽 나라라니요. 바다에서 태어나 언제나 넉넉한 …
리디야 포포바, 블라디미르 탐비, 블라디미르 레베데프 등은 1920년대 이후 러시아 구성주의를 기반으로 한 그림책 작가들입니다. 이들은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그래픽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했지요. 그들의 그림, 아니 그래픽 요소나 디자인 방식이라고 해도 좋을 작업들은 감성적이지 않고 …
1989년 37세에 작고한 작가의 동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류선열 작가는 동시 70편과 동화 1편만 남겼습니다. 2002년에 ‘샛강아이’라는 시집이 나왔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눈 밝은 동시인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작품들이 평가되기 시작했지요. 어떤 이들은 그의 시가…
‘바람은 무슨 색일까?’라는 질문에는 바람에도 색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바람의 색을 본 사람이 있을까요? 바람에 색깔이 없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바람의 색이 궁금할 수도 있을 거예요. 색깔이란 …
90쪽 책에 이야기 11편이 실렸으니 아주 짧은 단편 모음집입니다. 대여섯 살 아이들이 노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그려 놓았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장소는 골목길에서 전신주 넘어 큰길 어귀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놀기에는 충분한 공간입니다. 그 골목에 네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기동…
긴 추석 연휴 덕에 모처럼 여유로운 고향 나들이를 한 사람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주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셨나요? 자동차와 기차를 위한 길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사람들의 이동 시간은 점점 단축되어 왔지요. 도로와 철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산을 깎아야 하고 숲을 잘라내야 합니다. 바위…
몽골소녀 체체크의 성장기입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취하려는 욕심이 있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쌍둥이 오빠에게만 집중된 엄마의 기대가 섭섭합니다. 엄마는 오빠를 도시에 유학 보내려 합니다. 공부는 체체크가 더 잘하는데 말이죠. 유목민 아이면 누구나 갖…
‘오세’는 다만 이 개구리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엄마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길에서, 게다가 죽은 개구리를, 집 안까지 갖고 들어와 친구 ‘말테’에게 보여주러 가자고 조르는 아이에게 무심한 대답만 해주지요. 엄마의 상황은 이래요…
책 제목은 ‘글자동물원’이고 처음 실린 동시 제목은 ‘른자동롬원’입니다. 여기서 잠깐, 두 제목 간의 차이를 아셨나요? ①같은 제목이네 ②오타인가 ③이게 뭐야 ④재미있다. 여러분은 몇 번에 해당되시나요. 이 책은 ①번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가장 보기 어려운 책입니다. 글자와 의미를…
가을꽃들이 고운 9월입니다. 꽃 가까이 다가서니 바쁘게 윙윙거리며 일하는 벌들이 보이네요. 벌이 무서워 꽃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던 어릴 적 기억이 납니다. 담벼락의 해바라기는 까치발을 하고 목을 쭉 빼도 잘 볼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일이지만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해…
같은 작가의 ‘양 헤는 밤’에서 주인공 잭은 참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살았더랍니다. 잭은 ‘보더콜리’종의 특성에 맞게 양몰이 개로 살 수 있게 되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상처받았습니다. 마침내 올라프 아저씨네 집에서 훌륭한 양몰이 개가 됩니다. 이 책은 시간이 훌쩍 흐른 뒤의…
깊은 산속 뽕나무 한 그루는 같이 놀 친구가 없어 심심합니다. 하지만 곧 봉황 두 마리가 노래를 부르며 같이 놀자고 찾아오네요. 그 노랫소리에 흥이 난 바윗돌 세 개는 들썩들썩 춤을 춥니다. 연이어 뛰노는 네 마리 사슴, 모란꽃 다섯 송이 등 민화 속 캐릭터나 사물들이 숫자에 맞춰 등…
‘왜군이 부산포에 상륙했다.’(109쪽) 책을 읽다가 이 말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주인공 협이의 마음이 느껴져서입니다. 협이는 부산포에 가까운 동래성 노비로 있다가, 한양 궁궐 무동으로 옮겨온 상태입니다. 고향 동래성에는 부모님과 여섯 동생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
자기가 낳은 알을 달님에게 부탁하는 엄마 호랑나비가 있습니다. 머지않아 사마귀에게 잡아먹힐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웬일인지 엄마 호랑나비 목소리는 달님의 귓가에서 쉽게 사라지질 않습니다. 달님은 어쩔 수 없이 그 알들을 지켜봐요. 지상으로 내려가 그 알들을 씻어주고 만지고 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