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형제 사이는 (자매나 남매 모두 포함해서) 태어나자마자 맞이하는 친구이자 경쟁자 관계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고, 더할 나위 없이 속상한 상대방이죠. 이 책에 나오는 남매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오빠 ‘주홍이’와 여동생 ‘분홍이’의 관계가 여동생의 시각으로…
담긴 내용과 찰떡궁합으로 꼭 알맞게 디자인된 책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숨이 멎을 지경일 때가 있습니다. 책의 판형, 글자 모양, 이미지 등 모든 요소를 아이들을 위해 구성하고 계획한 것이라면 감동은 더 커지지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을 담은 ‘책’이기 때문에 책이어서 가능한 구조적 특…
자고 있는 어린 아기를 보면, ‘자장자장 우리 아기…’ 이런 가락이 절로 떠오릅니다. 의식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서 들은 유년의 기억이겠지요. ‘앞니 빠진 갈가지 우물가에 가지 마라…’ 이런 가락도 기억나시지요? 그리고 몇 가지씩은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알때 두알때 삼아중날 때…
그림책 그림을 반드시 ‘예쁘게’ ‘잘’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예쁘다’와 ‘잘 그렸다’란 말만큼 불확실하고 주관적인 기준도 없겠지만요. 이야기를 잘 구현하기 위한 적절한 배치와 과감한 생략, 뚜렷한 형태를 떠올리게 하는 단순함으로 좋은 그림책의 기본을 알려주는 작품이 많이 있습…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아이까지 돌볼 수 없어. 한 살이면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야! 마디바의 사자가 될 자격이 없다면 떠나야지! 크하하하항!”(39쪽) 암사자 무리의 대장 마디바의 포효는 단호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는 마디바의 아이라는 것만으로 자랑입니다. 주인공 와니니도 …
옷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대부분 겉옷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몇 년 전 일본의 한 에세이스트가 쓴 팬티에 관한 책을 봤을 때 무척 낯선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속옷만큼 일상적인 것이 또 있을까요? 찾아보니 속옷에 관해 꽤 진지하게 접근한 책들이 몇 권 나와 있었습니다. 그중 …
‘엄마 마중’은 1930년대 이태준 이후로 언제나 동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엄마의 부재란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죠. 그 부재가 단 몇 시간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는 길고 긴 시간입니다. 이때 부재란 것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아이와 엄마가 소…
나의 선의가 상대방에게는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쪽의 지나친 친절이 다른 이들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일도 있지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만 그것은 수세기 동안 제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행된 일이기도 합니다. 찬탈과…
‘물속으로 던진 돌멩이를 누가 빨리 찾아오나 내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광식이 형이 던졌고 일학년 재식이가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또 졌습니다. 여섯 번째입니다. 그는 아직 물속에 있는데, 승기는 의기양양 물가로 나가고 있습니다. ‘타타타탕!’ 난데없는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승기가 물속…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몇 가지나 될까요? 어떤 경우 분명 답은 하나지만 답을 구하는 방법은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이 있기도 합니다. 질문 하나에 대한 답이 여러 개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어쨌거나 문제를 앞에 두고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면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는 광고가 화제입니다.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7시간 동안 달리는 기차 창밖 풍경만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빠른 사회에 대한 본능적인 저항일까요. 이 책을 보는 느낌이 그렇습니다. 화가라면서 그림을 그리지 않다니. (목표 지…
새틴바우어는 호주와 뉴기니의 습지에 사는 새입니다. 이 새는 훌륭한 건축가이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줍니다. 수컷 새틴바우어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파란색 재료를 가져다 정원을 꾸민다고 하네요. 돌, 조개, 씨앗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을 푸른 정원으로 가는 통로에 배치…
아이들이 위험한 시대입니다. 불가항력의 사건 사고도 무섭지만, 그에 대한 미숙한 어른들의 대응이 아이들에게는 더 재난입니다. 이런 상황을 동화로 표현해 내는 것은 어렵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제목처럼 아이들이 칠판에 딱 붙어 버렸습니다. 무겁지…
작은 상자에 무언가 모아두는 아이가 있습니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면 웃음이 나오지요. 기껏 해야 구슬 몇 개, 블록, 팔 없는 인형, 작은 쪽지 등 언뜻 봐도 쓸모를 찾을 수 없는 물건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상자를 소중히 안고 있던 아이를 한번 쳐다보게 됩니다. 아이에게 이 물건들은…
1654년생 소년, 열세 살 해풍이의 이야기입니다. 1653년 네덜란드인 하멜과 동료들이 제주 앞바다에 표착합니다. 1663년에 여수 전라 좌수영에 배치됩니다. 해풍이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1666년에 일본으로 탈출합니다. 그 배에 해풍이가 올라탑니다. 고기잡이를 떠났다가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