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조카는 미취학아동 시절 뿡뿡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사운드 북을 애지중지했다. 책에 달린 버튼을 꾹 누르면 콸콸콸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나왔는데 시도 때도 없이 들으면서 깔깔깔 좋아했다. 어른들은 단어만 들어도 눈살을 찌푸리는 똥과 방귀에 아이들은 열광한다. …
꼬마 프랭크는 이미 훌륭한 건축가입니다. 하지만 꼬마 프랭크와 모습이 꼭 닮은 할아버지는 프랭크와 생각이 다른가 봅니다. 둘은 현대 미술의 거의 모든 걸 볼 수 있는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으로 향합니다. MOMA 3층에는 현대 건축과 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장이 있…
책 속에서 쿵더쿵쿵더쿵 우리 장단이 들리는 것 같다. 어수룩한 호랑이가 영리한 토끼에게 번번이 골탕 먹는 이야기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판소리처럼 펼쳐진다. 욕심은 많은데 게으른 호랑이는 한 입도 안 되는 작은 짐승들만 잡아먹었다. 어느 날 호랑이와 딱 마주친 토끼. 호랑이가 잡아…
이 책을 지은 시인은 농부입니다. ‘지구가 있고/대한민국이 있고/경상남도가 있고/합천군이 있고/가회면이 있고/중촌리가 있고/나무실 마을이 있고/그 마을에 우리가 살고’(‘작은 지도 속으로’ 중) 있는 팔년 차 초보 농부입니다. 농부는 땅의 마음을 읽고, 시인은 사람의 마음을 읽습니다.…
해, 달, 바람이 잔칫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어머니인 별은 혼자 집에 남아 아이들을 기다렸다. ‘날 위해 뭘 갖고 올까?’ 해와 바람은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었다. “아무것도 안 가져왔어요. 놀러 나갔지, 어머니 저녁을 가지러 간 게 아니에요.” 어머니를 위해 산해진미를 챙겨온 것…
학교를 다니는 동안 스스로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놀 만큼 놀다가 이제 공부를 해야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엉킨 실이 머리 한쪽을 자리 잡고, 마치 돌을 삼킨 기분이 들게 만드는 과목이 있지요. 네, 바로 ‘수학’입니다. 커서 수학과 관련된 일은 안 할 …
사진첩을 옮겨 놓은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림 20여 장 속의 아기는 하나같이 우리 아이를 닮았다. 아기는 풀밭에 앉아 신나게 ‘짝짜꿍’을 하고, 커다란 박스에 들어가 엄마와 ‘부비부비 코코’ 놀이도 한다. 때로 선글라스와 보자기 같은 집 안의 온갖 잡동사…
지난봄 8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가까이 보이는 나무에 까치가 터를 잡았습니다. 베란다 창을 통해 까치가 집 짓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게 되었죠. 잠시 안 보인다 싶으면 여지없이 나뭇가지를 물고 나타납니다. 그러기를 하루에도 수십 차례, 여러 날을 반복합니다. 지켜보기에도 지칠 만한 시간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힐링이니 마음이니 하는 단어들은 어른들만의 단어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가끔 놓치게 되니까요.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에 돋보기를 가져다 댑니다. 첫 장을 넘기면 무서운 꿈을 꾸고 잠에서 깬 훈이가 방문을 열고 엄마를 찾는 장면이 펼쳐집니…
연작 그림책 ‘일과 사람’ 가운데 열세 번째 책입니다. 동이 할머니가 바로 ‘순분 씨’입니다. 할머니 혼자 채소가게를 꾸리기엔 힘들어 보인다고요? 물론 동이네 부모님도 함께하십니다. 새벽같이 도매시장에서 채소를 사와 수십 년 알고 지낸 동네 사람들에게 매일 신선한 채소들을 선보입니…
밤늦게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던 꼬마 성호는 거실 한가운데서 커다란 북극곰과 마주칩니다. TV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바로 그 곰! 졸린 눈을 비비던 성호는 어느새 하얀 눈이 날리는 얼음 나라에서 북극곰과 단둘이 마주하게 됩니다. 곰은 새로 사귄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성호를 초…
지난달 신문에 안타까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북한을 탈출한 청소년들이 라오스에서 다시 북송됐다는 소식입니다. 더불어 아이들 10여 명의 사진도 있었습니다. 북송된 9명의 얼굴이 또렷합니다. 길 가다가 고개 돌리면 볼 수 있는 우리 아이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아이들이 겪어 온 …
붉은 꽃이 핀 담장 아래, 노란 가방을 둘러멘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사뭇 여유로운 표정을 보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가 봐요. 마을 어귀에서 푸성귀를 다듬는 이웃 아주머니가 소년을 반겨줍니다. 부채질하는 옷가게 아저씨, 색동 파라솔로 햇볕을 가린 노점상 아주…
‘빨간 모자’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할머니와 빨간 모자 모두 늑대에게 먹히는 결말은 17세기 프랑스 샤를 페로의 것입니다. 100년 후 그림 형제는 사냥꾼에게 구출되는 이야기로 바꿔서 책을 내지요.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그림 형제 버전을 읽고 있습니다. 논픽션 작가이…
할머니는 정성껏 씨앗을 뿌렸습니다. 어서어서 예쁜 꽃을 피우렴. 할머니는 콧노래를 부르며 물을 주었지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궁금해하는 꼬마 보람이에게 할머니는 말했어요. “잠자는 씨앗을 깨우고 있단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새끼손톱보다 작은 싹이 돋아났어요. 보람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