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여러 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게 된다면 어떨까. 걸출한 입담으로 복잡한 사상을 뽐내기 바쁠 것이다. ‘만화로 보는 지상 최대의 철학 쑈’는 철학자들의 왁자지껄한 수다판 같은 느낌을 준다. 고대의 소크라테스부터 현대의 데리다까지 철학자 41명의 삶과 사유를 시대순으로 정리했…
종교개혁에 참여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루터 칼뱅 츠빙글리 등 남성들의 이야기(history)로 넘쳐나는 16세기 종교개혁사의 기록에서 거의 무시되고 망각된 여성들의 이야기(herstory)를 발굴했다. 종교개혁 때까지만 해도 그리스도교의 전통에 성직자의 아내라는 것은 없었다.…
영국의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사상가를 둘로 분류했다. 다양한 비밀을 아는 여우형과 단 하나의 위대한 비밀을 파고드는 고슴도치형으로. 20세기 후반 프랑스 사상가의 대부분이 여우지만 르네 지라르만큼은 고슴도치다. 지라르는 문학비평가로서 수많은 신화를 분석하다가 예수신화의 독특함을…
일제 치하의 한국 레지스탕스들은 숨 막히는 긴장 속에 살면서도 명랑했다. 언제라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당장 삶을 버려도 아쉬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살았다. 자신의 목숨을 총과 폭탄으로 바꾸겠다고 결심한 이들은 먼저 폭탄테러에 나서겠다며 제비까지 뽑았다.…
“괴로움도 그 원인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그 원인들이 없어지면 괴로움도 사라진다. 더이상 미혹에 빠지지 않는다.” (‘중도란 무엇인가’ 중) 널리 알려진 수행자이자 명상가인 틱낫한 스님(88·그림)의 방한을 앞두고 저서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하나는 두려움을 다스리는 법이고…
올해 오페라의 두 거장 베르디(1813∼1901)와 바그너(1813∼1883)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는 이들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베르디가 스포트라이트를 거머쥔 듯싶다. 방대한 규모에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힌 바그너의 작품보다는, 귀를 사…
한반도의 상황이 폭발 직전의 활화산 같은 모양새다.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정해진 순서대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강력히 반발하며 다각도로 군사적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신문과 TV에서는 한계 수위로 치닫는 북한의 도발을 보도하면서…
어린 시절 읽은 많은 동화는 마음씨 착하고 아름다운 여주인공이 왕자님과 결혼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그런데 이후 그들은 정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조선시대 왕위를 이을 임금의 아들, 즉 세자(世子)에 대한 연구를 집약한 이 책은 세자의 삶이 …
탁월한 아이디어를 담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지루해서 주목받지 못하는 책이 있다. 반면 뻔한 얘기라도 솔깃하게 풀어 내 독자들이 계속 책을 붙들게 만드는 ‘영리한’ 책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문화사학자인 저자는 올해 초 국내에 출간된 ‘인생학교’ 시리즈 중 …
제목과 달리 책의 주인공은 르코르뷔지에도, 그가 설계한 라투레트 수도원도 아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찍은 호사스러운 비주얼보다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가톨릭의 부흥을 위해 최고의 예술가들에게 성당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 알랭 쿠튀리에 신부(1897∼1954)다. 그는 진부한 교의(…
한국의 식당에서는 울고 보채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일 옆자리에서 아이에게 주의를 주면 “왜 남의 아이 기를 죽이느냐”는 부모의 항변이 돌아오기 십상이다. 반면 내가 1년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연수하던 시절 레스토랑에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위업을 마치고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영웅 오디세우스를 반겨준 것은 늙은 개 아르고스였다. 충직한 사냥개 아르고스는 거지로 변장한 주인을 한눈에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며 반긴 뒤 숨을 거뒀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 궁정화가 시몽 부에의 …
2007년, 66세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는 교정을 걷다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기적처럼 다시 깨어난 그에게 병문안을 온 30대 제자가 묻는다. “깨어나서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드셨어요?” 교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답한다. “제길, 의사들이 틀림없이 내…
이 책, 읽을수록 한숨만 푹푹 나온다. 서평 담당 기자로 최근 1년간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슬프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닥친 문제이자 당장 먹고사는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요약하면 이렇다. 청춘만 아프냐? 50대는 더 아프다. 다만 소리 내 울지 않을 뿐….…
경세가(經世家)는 세상을 다스리는 학자나 관료, 정치가이자 개혁가 모두를 일컫는다. 율곡 이이, 오리 이원익, 포저 조익, 잠곡 김육은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 쏟은 조선시대의 경세가들이다. 이들은 조선시대의 최고 개혁인 대동법의 성립에 힘을 보탰다. 이들이 중요한 가치로 여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