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가 샘에서 물동이에 물을 길어 머리 위에 이고 오는 것을 나는 항용 모시밭 사잇길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배가 떠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첫애기에게 봉숭아 꽃물을 들여주겠다고 덤비는 엄마가 있었으니 그건해
조용하여라. 한낮에 나무들 입 비비는 소리는. 마당가에 떨어지는 그 말씀들의 잔기침. 세상은 높아라. 하늘은 눈
어제는 안성 칠장사엘 갔다 잘생긴 늙은 소나무 한 그루 나한전(羅漢殿) 뒤뜰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비어 있는 자리
급류(急流)에 돌멩이 하나 버티고 있다. 떼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며 안간힘 쓰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꽃잎
대들이 휘인다 휘이면서 소리한다 연사흘 밤낮 내리는 흰 눈발 속에서 우듬지들은 흰 눈을 털면서 소리하지
무릇 생명이 태어나는 경계에는 어느 곳이나 올가미가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에 저렇게
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 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 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 득음의 경지에 이른
돌 바위 험한 산 오르는데 어렵게 벌써 태어나 여기까지 날아와 나를 만난 이른 봄 어린 나비 가뭄 타는 우수 경
등명 가서 등명 낙가사 가서 심지 하나로 남고 싶었다 심지의 힘으로 맑아져 작은 등명이고 싶었다 어떤 지극함이 찾지
이제 유리에서 푸른 강의 은유는 끝났네. 물고기 산중에 매달려 있고 아침이면 가장 높은 곳으로부터 마른 북 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