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들 자신의 인생사와 연애담을 낱낱이 엮으면 10권짜리 대하소설이 안 나오겠는가. 하물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는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는 오죽할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는 이들을 두고 ‘불륜을 저지르고도 상대에게 로맨스라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특권을…
최초의 미국 식민지 개척자였던 영국의 청교도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춤’ 금지였다. 신대륙에서 완벽한 세계를 창안할 기회를 꿈꾸었던 그들은 성적인 자유를 단죄했고, 쾌락을 불러오는 행위를 비난했다. 건국 초기 미국은 ‘자유의 수도’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보다 더 …
10여 년 전 방영된 쿠웨이트의 국민드라마 ‘와탄 아나르(고향의 아침)’는 쿠웨이트판 ‘태극기 휘날리며’라 할 만했다. 1990년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이에서 벌어진 걸프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에 참여한 형제를 통해 혈육 간 상잔의 비극을 그린 이 드라마는 당시 시청자들의 눈물콧물을 쏙 뺐…
외국에서 장기간 체류해본 한국인이라면 그동안 살아온 한국 사회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유별난 곳이었는지를 먼발치에서 새삼 깨닫게 된다. 뭔가 유행했다 하면 너도 나도 그 대열로 몰려 온 나라가 들썩인다. 부동산 투기 열풍, 주식 열풍, 조기유학 열풍, 이민 열풍, 로또 열풍, 성형 열풍……
유럽과 아시아 대륙이 각각 촉수를 뻗어 서로 맞대고 있는 듯한 지점 그 중간에 너비 550∼3000m, 길이 30km의 보스포루스 해협이 있다. 해협 서쪽 육지가 이스탄불이다. 한때 이 도시는 ‘성모 마리아가 지켜주는 도시’로 불린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었다. 비잔틴 제국이…
《휴대전화, 매트리스, 변기, 칫솔, 치약 튜브와 뚜껑, 빗, 반찬통, 냉장고 손잡이, 요거트 통, 컵, 로션 뚜껑, 비닐 랩, 강아지 사료통, 신용카드, 이어폰, 전등 스위치, 점퍼, 엘리베이터 버튼,사원증 케이스, 컴퓨터, 마우스…. 아침에 눈을 떠 회사로 출근하기까지 손에 닿은 …
“우마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던 의협아가 어찌 그 일문을 멸망케 한, 아니 동족을 유린한 로마의 강자와 타협하여 오직 한 주구를 배제함에 그칠 수가 있는가? 이것이 관중을 필연 실망케 하고 말 것이다.”(동아일보 1929년 1월 10일) 사회주의 계열 비평가였던 필명 ‘꽃이슬’이 프레드…
“나이 쉰이 다 되어 귀밑머리가 희어지도록 우리는 아들딸 두기를 바랐지만 한 아이도 보지 못하였소. 자식 두지 못한 이는 수(壽)를 누린다고 하기에 오래도록 해로할 줄로 믿었더니 어찌하여 조그만 병을 못 이기어 갑자기 세상을 버리셨소.… 이제 그대는 상여에 실려 저승으로 떠나니 나는 …
“성프란시스대학은 적어도 자살을 두어 번 시도해 본 사람만이 입학할 수 있는 대학입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는 노숙인들이 공부하는 성프란시스대학이 있다. 12세기 이탈리아에서 부유한 포목상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노숙인을 만나 깨달음을 얻은 프란시스(프란체스코) 성인의 이름을 따 설립…
아테네는 냄새로 가득하지. 동방의 향료 냄새, 남방의 샤프란 냄새, 북부 산악지대에서 온 황금의 냄새. 포로들과 발을 끌며 걸어가는 노예들의 땀 냄새…. 나는 지금 법정을 향해 걸어간다네. 젊은이들의 힘을 믿고, 노인의 지혜에 기대는 이 애증의 도시는 내 삶과 재판에 대해 들려주고 싶…
내 이름은 미미 킴. 독일에서 약사로 일하는 40대 여성입니다. 아, 고국 이름은 김춘자예요. 유학 시절에 만난 독일인 남편 페터는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어요. 장거리 결혼생활도 벌써 5년째네요. 매년 여름휴가와 크리스마스 휴가, 이렇게 두 번밖에 못 만나죠. 매일 밤 스카이프…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하라.” 지략서의 고전 ‘손자병법’은 전 13편에 걸쳐 초지일관 이렇게 전한다. 세월이 흘러도 ‘이기는 싸움만 하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한국을 비롯한 지구촌 각국이 선거의 계절을 맞은 요즘, 누가 어떤 방법으로 승자가 될 것인가에 이목이 집…
‘살아야 하는 이유’라. 오늘날 이 물음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 풍요 뒤의 장기 침체 탓일까. 미래는 이제 꿈과 희망만이 아니라 불안이자 공포이기도 하다. 수명이 길어진 사회에서는 일찍 죽는 위험보다 장수에 수반되는 위험이 더 커졌다. 1998년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재일 한국인으로…
보송보송한 털, 꿀처럼 노란 눈, 모난 데 하나 없이 동글동글한 새끼 늑대에게 20대 철학자는 한눈에 반해버린다. 혼혈 늑대개도 아닌 100% 늑대였지만 즉석에서 입양하고 만다. 1990년 이렇게 만난 수컷 늑대 브레닌은 11년간 그와 함께 살면서 철학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혀끝을 자극하는 인문서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식탁 위에 흔히 오르는 음식에서 철학적 단상을 끌어낸 책, 그리고 천재 예술가들의 일상을 지배한 커피에 얽힌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 발효에서 ‘변용’, 음식궁합에서 ‘이질생성’을 17세기에 등장한 잡채는 광해군의 입맛을 사로잡았다.…